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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롱님 May 25. 2020

8살, 코로나 입학생 #28 올챙이가 개구리 된 시간

D+85  2020년 5월 25일



#발아에너지

문득 씨앗이 발아할 때 뿜어내는 엄청난 에너지에 착안해 발아 원료를 베이스로 한 자연주의 화장품이 생각났다.


지난주 수요일 2차 학습 꾸러미로 받아온 6종의 씨앗을 심었다. 작은 화분에 배양토를 깔고 2~3개의 씨앗을 넣은 뒤 흙을 덮는다. 물을 흠뻑 준 뒤 해가 잘 드는 베란다 창가에 놔두며 며칠을 들락날락하며 지켜봤다. 강낭이(강낭콩 화분 이름)가 가장 먼저 싹을 틔우나 싶었는데 나팔꽃 > 옥수수 순으로 배양토 밖으로 머리를 밀어낸다. 꽁이는 봉숭아를, 나는 강낭콩을 1순위로 기다렸는데 의외의 결과였다. 흙, 햇볕, 물 이 세 가지에 세상에 나오려는 발아 에너지가 더해져 주말 동안 우리는 와! 하는 탄성을 질렀다.


이런 순간을 사진 몇 장으로 남기기엔 너무 아쉬워 꽁이의 종합장을 꺼내 관찰일지를 작성해보기로 했다. 슥슥 선을 그어 6칸으로 나눈 뒤 씨앗의 이름들을 쓰고 심은 날짜를 기록했다. 싹이 돋은 날을 시작으로 매일 성장한 키, 생김새 등을 써보려고.





#개구리상륙작전

3월 경칩이 지나고 온 동네 계곡과 연못으로 개구리알을 보러 다녔던 우리인데, 어느덧 집에서 개구리를 관찰하고 있다. 지난주 우리 인생의 첫 개구리가 탄생했다. 꽁이가 4살 때부터 해마다 올챙이를 데려와 집에서 키웠는데, 성체가 된 개구리를 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첫 해엔 물을 잘 갈아주지 못해 죽었고, 두 번째 해엔 먹이를 잘 주지 못해 죽었고, 그다음 해엔 개구리가 되는 과정에서 내가 불안해 (개구리가 되어 온 집안을 돌아다닐 무서운 상상에 ㅠㅠ) 주변 연못에 다시 풀어주기도 했다.


그런 여러 시도 끝에 올해는 금붕어 밥도 구입하고 갈아 줄 물도 미리 준비해서 잘 키워오고 있었다. 가장 성장이 빠른 올챙이가 어느덧 개구리가 되었는데 상륙 연습을 할 수 있도록 어항의 구조를 바꿔 줘야 한다는 걸 몰라 그만 아쉽게 이별하게 되었다. 이후 뒷다리, 앞다리가 나온 청소년 올챙이들을 따로 분리했고 큰 조개와 돌멩이를 넣어 개구리가 상륙 준비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내 새끼손톱만 한 개구리를 보고 있자니... 이 개구리를 무서워한 내가 부끄러워진다. 다른 애들도 성체가 되면 근처 연못으로 방생하러 가야겠다.  




 

#알에서개구리된 #80여일

엊그제 토요일 아침엔 눈 뜨자마자 아랫 이가 흔들린다며 만져보라고 한다. 전날 밤 양치하고 치실 할 때도 이렇게 흔들리진 않았는데 뿌리에서 이가 빠져나올 듯했다. 집 근처 치과에서 처음으로 발치했는데 빠진 이를 보관하고 싶다고 해서 작은 통 안에 담아 왔다. 꽁이가 이를 뽑는 동안 생후 5개월쯤 아랫 이 두개가 쏘옥 올라오던 그때가 생각났다. 아이폰 사진 앨범을 뒤져 그때의 사진을 찾는다. 신기하기만 했던 그 작고 하얀 이가 지금 내 손에 있다니... 까치가 가져가야 예쁘고 건강한 이가 나올 텐데 까치에겐 주기 싫단다.


미니스톱에서 초등학생들 대상 그림 공모전을 하는데 주제가 ‘환경오염으로부터 우리 마을을 지키는 나만의 방법’이란다. 지난주 도서관에 갔다가 도화지를 받아왔다. 접수만 해도 아이스크림을 선물로 준다니 기쁘게 참여해 보겠단다. 아직 초1에겐 어려운 주제인 거 같아 각자 다른 종이에 밑그림을 그리고 서로 얘기를 나눠봤다. 꽁이가 그린 건 꽁이가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그걸 그리겠다고 했다. 그래 ok.



개구리알에서 개구리가 된 80여일을 돌이켜보니 8살 꽁이도 그만큼 성장했다 싶다. 학교 문턱도 못 넘어본 8살, 막상 3달 넘게 집콕하며 온라인 수업을 하고 있으니 어느 날은 기특하다고 안아주다가, 다른 날은 한참 모자란거 같아 다그치기도 했다. 계속 데리고 있은 후 가을에 학교로 보낼까 싶다가도 용기 있고 신념이 투철한 엄마가 아니기에 등교개학을 손꼽아 기다려왔다.


지난주 학교에서는 등교 수업과 원격수업을 병행할지와 방과 후 수업 여부에 대한 1차 설문을 했고, 매일 등교와 교육부 지침인 주 1회(or 2회) 등교에 대한 2차 설문을 진행했다. 맘 카페엔 격주 등교, 주 1회 등교, 주 2회(홀, 짝) 등교 등 각 초등학교의 결정과 함께 엄마의 걱정들도 공유하고 있었다. 신랑과 아이에게 설명하고 함께 의견을 모아 주 1회 등교로 답을 했다. 주 1회나 2회로 간다는 전제하에 급식도 신청했다. 결과는 오늘 오후에 나온다고 한다.


알에서 올챙이 나오고 이 올챙이가 개구리가 되기 위한 시간 동안 나와 꽁이가 매일 응원한 것처럼, 이제 학교 가는 8살 입학생들을 지켜보고 격려해줘야 할 때이다. 개구리처럼 Ju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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