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22 2020년 7월 1일
#나는부모일까 #학부모일까
오늘 아침 달력이 7월로 바뀌었다. 그제 기준으로 아이는 초등학교에 6번 등교했다. 4번 더 학교에 가면 여름방학이다. 1학년 1학기엔 총 10번 등교한다. 스포츠 경기로 비유하면 전반전 경기를 마무리하고 후반전에 투입된 선수와 코칭스태프의 마음이다. 아이는 일주일에 한 번 가는 학교 생활을 무척이나 기다리고 즐거워했다. 물론 나 역시 일주일 한번 맞이하는 4시간의 자유부인 생활을 기다리고 즐거워했다. 하지만 우리가, 정확히는 내가 아무 갈등 없이 지난 6번의 등교를 잘 해왔다고 장담할 수는 없었다.
'부모의 마음이란 뭘까?' 나는 이 질문을 여러 번 떠올렸다. 분명 초등학교를 보내기 전에 나는 '부모로서 해줄 단 세 가지'라는 글귀대로 아이를 지켜볼 거라고 생각했다. 아니 나는 반드시 그런 부모가 될 수 있다고 자만했다. 내 아이가 자연 속에서 뛰어놀고, 안 되는 건 단호하게 새겨주고, 좋은 습관을 물려줄 것이라고...
그러나 점차 나는 부모보다 '학부모'의 마음으로 아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학교와 선생님과의 약속이라는 이유로 숙제에 집착했다. '준비물을 잘 챙겨 오는 아이' '수업 태도가 좋은 아이' '(적당한 선행으로) 수업을 잘 이해하는 아이' 그래서 결국 '똑똑한 모범생'이라는 눈빛과 말을 선생님으로부터 듣고 싶었다. 평소보다 색칠도 더 꼼꼼하게, 글씨도 더 반듯하게, 덧셈과 뺄셈도 실수 없이 하라고 다그치고 있었다. 어느덧 교보문고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코너는 초등학생 연산, 영어 공부 관련된 곳이었다. 기대에 부풀어 책을 사 온 뒤 아이가 이걸 하길 바라는 마음을 내 맘대로 품고, 하기 싫다는 아이와 충돌하면서 나 마음은 어지럽게 뒤엉키기 시작했다.
밤마다 죄책감과 허무함, 불안함, 후회 등 복잡한 심경에 짖눌렸다. '과연 누굴 위한 마음일까?'라고 질문하니 일관되게 나를 위한 욕심이라는 대답이 들려왔다. 불안한 세상 속에서 흔들리지 않는 자아를 만들어주기 위한 나의 걱정이 만들어낸 두려움이었다.
#선생님을돕는아이
꽁이는 4살 때 어린이집에 입소했고, 한 달 뒤쯤 첫 상담을 가졌다. 선생님은 꽁이가 선생님을 돕는 아이라고 칭찬하셨다. 이후 윗반으로 올라갈 때마다 비슷한 피드백을 받았다. 아이는 늘 선생님을 사랑했고, 선생님의 모든 것을 편견 없이 바라보았다. 그런 아이의 마음이 선생님을 돕는 아이라는 표현으로 나에게 전달된 것이었다.
나는 초등학교에서 만난 첫 담임선생님께 이 말을 듣고 싶었던 것 같다. 부모가 아닌 학부모의 입장에서 '선생님을 돕는 아이'라는 숨은 의미가 남들보다 수업 태도가 좋고, 똑똑한 아이라고 생각했다.
꽁이는 학교에 다녀오면 오늘도 선생님께 칭찬받았다고 자랑했다. 나는 그 말에 고취되어 아이를 엄마표 숙제로 몰아갔다. 수학 연산도 더 풀면 좋겠고, 영어도서관 리딩게이트도 더 많이 했으면 했고, 책 읽기와 받아쓰기도 욕심을 냈다. 피아노 학원이 끝나면 혼자서 더 연습하길 재촉했다. 그렇게 가속을 내는 나와 아이는 가끔 충돌했고 나는 서운한 마음을 아이에게 보이고 말았다. 엄마에게 칭찬받고 싶어 공부하는 아이로 키우지 않기로 했는데... 내 욕심에 무너진 것이다.
나의 어지러운 마음을 풀고 싶을 때 SOS 요청하는 친구가 있다. 일찍 결혼을 해서 큰 아이 셋을 키우는 친구는 내 인생 선배이기도 하다. 뭔가의 불안함에 파도치는 나의 마음을 잔잔한 호수로 만들어 주는 재주가 있다. 나의 가치관 안에서 내가 잘 맞게 가고 있다고 응원해주고, 불안의 원천을 파헤쳐주고, 끝내 내가 가려는 방향으로 이끌어준다.
그 친구는 첫째 아들을 이우고등학교에 진학시키고 싶어 했지만 불합격했다. 지금 셋째 아들을 이우중학교에서 진학시키려고 준비 중이다. 나는 예전부터 대안교육에 관심이 많았고 (어쩌다 결혼 후 살고 있는) 성남시에 이우학교가 있다는 건 축복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코로나 19로 유튜브 라이브로 진행된 이우학교 온라인 설명회를 보며 우리가 아이를 키우는 지금 이 마음을 단단하게 다지기로 했다.
'세상이 주는 불안을 견디고 아이 존재를 있는 그대로 존중한다'는 이우학교의 메시지 덕분에 6번의 등교 이후 나는 원래 아이가 선생님을 바라보는 마음가짐이 바로 선생님을 돕는 아이가 되는 거라는 것을 깨달았다.
#4번남은등교 #여름방학커밍쑨
7월에 4번 더 등교하면 여름방학이 시작된다. 3주간의 방학이 끝나면 1학기가 마무리가 되고 곧 2학기가 시작된다. 코로나 19로 온라인 수업과 등교 수업을 병행하고 있는 아이의 첫 여름방학은 어떻게 지나갈까? 몇 달 전에 예약이 끝났을 여름휴가 계획은 아직도 오리무중이고, 짧은 방학 동안 어린이 공연과 과학 캠프 등을 미리 신청해 놓긴 했는데 특별한 여름방학을 만들어주고 싶은 것도 내 욕심인 듯 느껴진다. 지금처럼 놀자. 개기일식 땐 태양을 관찰하고, 펭귄이 보고플 땐 펭귄 아일랜드에 가고, 흐린 날엔 자전거타고, 더운 날엔 물총놀이 하면 된다. 여름아이답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