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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상명 Jan 29. 2019

정리

깊게 패인 잔향과 일기 더미

1.

'I want to be a part of it

New York, New York     

I want to wake up in a city

that doesn't sleep

And find I'm king of the hill

top of the heap                    

                                                      

These vagabond shoes

are longing to stray

Right through the very heart of it

New York, New York    

                                        

If I can make it there

I'll make it anywhere

It's up to you

New York, New York


I want to wake up in a city

that doesn't sleep
And find I'm king of the hill

Head of the list
Cream of the

crop at the

top of the heap..


These little town blues

are melting away
I'll make a brand new start of it

in old New York
If I can make it there

 I'll make it anywhere
It's up to you

New York, New York'

2.

순간에 각인되어버린 음악들이 있다

깊게 패인 우물 같은 곳에 축축하게 들러붙어 엉켜버린 것처럼

눅눅한 잔상들이 살갗에 흐를 만큼 배어나는 모양새


그날의 호흡은 얼마나 가빴는지,

열 오른 눈물이 얼마나 쉽게 차가워졌는지,

찬 이불의 닿는 감촉이 얼마나 버거웠는지,


나는 끝내 행복을 가지지 못하였고

내가 끌어안지 못한 것을 시기하지 않게 되었을 때야말로

나는 온전히 불행을 가질 수 있었다


어쩌면 어린 시절에 아낌없이 받은 행복을

모두 끌어안지 못하고

너무나 흘러넘쳐버렸기 때문에

응고된 행복들이 불행이 되어

요즘은 그걸 캐러멜처럼

하나씩 까먹고 있는 게 아닌가 몰라요


그걸 까먹으면 잠들 수 있다니까


181026. 190120. 190122

3.

언젠가부턴 행복을 바라는 사람보다는

행운을 비는 사람이 되었으니,


반추하지 않고 살기에는 어려운 삶이 되었으니,


스물네 시간 중 무결한 시간은 잠든 우주

어느 날은 스물네 시간 중에 열세 시간을 우주에 있었고

그다음 날은 열네 시간이 무결했으니

스물네 시간을 무결한 우주의 빛으로 점철시킨다면

꼬박 성실하게 다 채운다면

나는 드디어 죽음이 되는 것일까

왜, 나에게도 어느날

저만치에 유미코도, 이쿠오도 봤던

'환상의 빛'이 아른거릴 수도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나는 요즘 남 얘기를 오래 들어줄 그런 여유가 없어요


무결한 만큼 무의미의 연속, 무의미의 축제


180319. 180728. 181203. 181217. 190122

4.

'밀어붙인 사랑에 지쳐

결국 쓰러질 거 같던 어떤 날

돌이킬 수 없는 상처로

결국 이별이 다가오겠지만,


그 멈출 수 없는 이유야 나는 그게 너무 부담돼

구석구석 조각나버릴

날 향한 미래가 여기서는 보여

그 만들어버린 나와 다른 또 다른 내가

사랑하는 너의 눈에 비치고 있어

이게 내가 아냐'


'하늘이 어두워지면

난 몇 년째 똑같은

한숨을 내뱉고 있어

언제쯤 끝날까 이 겨울은

더 이상 계절이 아닌 것 같아'


'허공에 내뱉는 말이

입김이라도 되면

언젠가 너에게 닿을 수 있을까'


'아무렇지 않은 척 삭히던 게

네가 싫어해줬던 내 버릇'


장범준과 WOOGIE

5.

나는 여전히도 정리를 잘 하지 못합니다.


어제는 모처럼 가방 속을 뒤지다가 문득 어느 연녹색 실반지를 발견했고,

자주 맴돌던 꾸지람을 떠올렸습니다.

이게 왜 여기 있지 싶다가도 별안간 안도를 배춘 내 모습에 놀랍니다.

하얗고 조금은 노랗던 손가락으로 화면을 이리저리 문지르면서

옅은 찡그림도 함께 예쁘게 포개어 놓던 어플리케이션 폴더,

들킨 가방 속의 영수증 더미에 미간을 치켜올렸던 날과

이젠 정리를 좀 잘해보라며 건네어 준 선물 검고 각진 새 가방,


이제는 정말 떠오르기엔 자꾸만 스러지는 그 잔상들이

헤짚기에도 너무 얕아져서 그 날은 조금, 정말 슬펐습니다.


사람은 쉽게 안 변해

그 관성 같은 말에 어제 또 한번 내 고집을 양보했고 져버렸습니다.

나는 아직도 정리를 못합니다.

어쩌면 그건 관성이 아니라 노력이었을지도요.


언젠가 누가 시를 쓰는 것은 덜고 덜어내는 작업이라고 했습니다.

나는 덜어내는 것에 서툴러

나는 늘 시를 앓았고,

그런 탓에 시를 쓰진 못할 것 같습니다.


오늘은 왠지 정리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그런 기분이 들었고,

그러나 정리하는 방법은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기에

그냥 모두 불로 태웠습니다.

검은 재와 타는 연기는 이제 내 몸의 일부가 되어요.


19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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