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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상명 May 27. 2019

빛과 흑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

1.

'Look on down from the bridge

There's still fountains down there

Look on down from the bridge

It's still raining, up here


Everybody seems so far away from me

Everybody just wants to be free


Look away from the sky

It's no different when you're leaving home

I can't be the same thing to you now

I'm just gone, just gone


How could I say goodbye?

How could I say goodbye?

Goodbye


Maybe I'll just place my hands over you

And close my eyes real tight

There's a light in your eyes

And you know--yeah, you know

Look on down from the bridge

I'm still waing for you'


2.

아주 오래전 일이지만, 또렷이 기억나는 장면들

흰 천장이 빠르게 뒤로 움직이던 딱딱한 침대 촉감, 차가운 공기와 박하 같은 약품 냄새, 뱉은 숨이 다시 들숨이 되는 끔찍한 호흡기.

살아지다 사라지다 문득문득 떠오르는 장면들을 보면, 그 어린 나이의 나는 그것을 나의 (첫)죽음이라 받아들였는지도 모르겠다. 그곳 마치 차가운 영안실처럼 느다.

무감각 흐르던 미지근한 눈물은 닦지 못해서 귀 뒤를 계속 적셨고, 한 여자는 숨을 크게 들여 마시면 금방 잠에 들 거랬지만 난 그렇게 하면 꼭 죽음에 들 것 같았다.

각오 없이 뱉은 숨을 다시 크게 들이마셨을 때 아주 잠깐, 귀에서 찡한 이명이 들렸고 쨍한 천장 빛이 눈을 깊게 찔러왔다. 어금니를 부서질 듯 깨물었고 한껏 찡그렸다.


이것이 바로 내가 기억하고, 아마 내가 예상하는 죽음의 이미지다.

죽음은 그래서 내게 어둠보단 오히려 가장 고통스런 빛에 더 가깝다.

발악하고 저항할 당위는 없었기에 그저 따라버렸고 곧바로 온몸이 축 늘어졌던 경험.

세상으로 다시 깨어났을 땐, 숨을 들이쉴 때마다 코 깊은 곳에서 느껴지는 역한 약냄새. 그 냄새는 오랜 시간이 흘러도 지금 당장으로 데려올 수 있다.

_

다시는 나는 그런 이야길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조각조각 뱉어냈던 말들을 주섬주섬 주워 담습니다.

그 누구도 환자를 좋아하지, 사랑하지 않습니다.


어쩌면 내가 나일 수 있던 시절은,

내가 나를 철저히 감추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시절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다시는 나는 옛날이야길 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근데 미스터 모,

미스터 모는 분명히 봤잖아요

죽음은 어둠보단 눈을 찌르는 빛에 가깝다는 사실을

미스터 모는 그때 아마 조금 미소를 띄었던 것 같은데,

그때 어두컴컴한 하늘에서 본 빛 기억하죠?


알았어요 그 얘기 더 이상 안 할게요

자꾸 떠올리면 괴로운 거 누구보다 잘 알죠


그래요 아무튼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


190421 190430


3. 

"행복하기도 아까운 게 시간인데 말이야, 그치?"


하늘에서 담뱃재 같은 탁한 눈이 내리는 날이었습니다.

'저 사람이 든 꽃다발은 누굴 위한 꽃다발일까'라고 상상했던 게 어제였던 거 같은데,

오늘은 골목에서 우는 그 남자를 봤습니다.

그건 거의 통곡에 가까웠는데

저벅저벅 소복소복 

탁한 눈이 바득바득 살려고 낑기던 소리 가득한 골목,

홀로 쩌렁하게 울리는 그 통곡을 가만히 듣고만 있었는데

모씨가 그때 귓속말을 했습니다.


"행복하기도 아까운 게 시간인데 말이야, 그치?"

 

나는 어제 꽃다발을 들고 가던 남자의 꽃다발을 든 손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불행을 예견한 듯 위태롭게 뻗은 손

호호 불어봐도 파랗게 질려있던 손

- 아니면 아닌 거야, 아닌 건 아닌 거야


지금 저 통곡하는 남자는 후회를 할까요 아니면 원망을 할까요


모씨,

이 세상에서는

주는 게 쉽지가 않고

듣는 게 쉽지가 않아요

근데 저 남자는 주기도 하고 듣기도 하잖아요

나는 저 통곡이 행복보다 행복이길 바라요


<행복꽃집>


190402 190406 190526


4.

외로움에 움푹, 져버리는 사람이 있다.


삐걱 툭. 삐걱 툭.

한 공중화장실 수도꼭지를 열었다 닫았다 반복하는 남자

삐걱 툭

한 손엔 흘려내는 물

삐걱 툭

나머지 한 손은

올렸다

삐걱

내렸다


삐걱

"수리기사겠지?"

"미친 사람 아니야?"

삐걱

"여기 원래 미친 사람 많아"

툭-삐걱

"물 아까워"


내가 들은 삐걱 삐걱은 마치 삐뽀삐뽀 도움을 청하는 소리 같았는데

내가 본 툭은 수화기 밑에 있는 작은 훅 스위치 같기도 하고,

어쨌든 외롭고 위태로운 사람인 건 확실하다. 

그러고 보니 저 파랗게 질린 손 어디서 본 적 있는 거 같은데


내가 그곳을 떠난 이후에도

내 뒤로 그 삐걱 툭이 옅게나마 울려 퍼진 걸 보아

그 사람이 별난 건 맞는데

별난 사람 등 뒤엔 항상 잘난 사람들이 너무 많다.


늘 타의 불행을 조금씩 갉아먹고사는 사람들.


나 역시도 흘려줄 눈물이 없어서

그냥 지나칠 도리밖에 더 없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외로움에 움푹, 미쳐버리는 사람이 있다

그리고 그 주위엔 그림자만 득실득실하다.


 < 물부족국가>


190521 190522 190523

4.

내 탄생화는 당아욱 영어론 맬로

그러고 보니 어제 뵀던 박중훈 씨도 삼월 이십이일생이라지?
비와 당신을 눈 앞에서 들을 줄은 정말 몰랐어

리즈 위더스푼도 너랑 생일 똑같잖아

멜로 퀸.

응 금발이 너무해, 디스 민즈 워

리즈의 리즈시절.

기억력도 참 좋아


나 그런 거 기억 잘해


흰 눈동자가 띄고 있는 하늘빛.

2분 29초짜리 멜로디랑 3마디의 노랫말.

들릴 듯 말 듯 읊조리는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탄생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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