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 악의열전
우리 주변에는 뒷담화 때문에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뒷담화를 들으면 속상하고 화가 날 것입니다. 저도 당한 경험이 있어서 그 심정을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뒷담화 이론'을 소개하며 뒷담화의 긍정적인 면을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인간이 허구를 말할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호모 사피엔스가 사용하는 언어의 가장 독특한 측면이다. 허구 덕분에 우리는 단순한 상상을 넘어 집단적 상상마저 가능하게 됐다. 인간의 창의성은 뒷담화에서 나왔다."
하지만 도를 넘는 뒷담화는 많은 부작용을 초래합니다. ㅠㅠ 그리고 실제로 내가 뒷담화당한 당사자라면 마음을 다스리기 쉽지 않습니다. 술을 마시거나 친구들에게 불평불만을 털어놓아도 소용없습니다. 이런 경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뒷담화와 관련하여 법륜 스님의 '즉문즉답'과 사마천 '사기'의 이야기를 통해 그 해답을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법륜스님: 한 마디로 말씀드리면, 절을 하면서 ‘앞담화를 안 하고 뒷담화를 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기도하세요.
질문자: 예?
법륜스님: 그 직장동료는 사실 질문자를 굉장히 아끼기 때문에 뒷담화를 한 거예요. 법륜스님 법문을 듣고 그 자리에서 ‘스님! 법문을 왜 그따위로 하십니까? 아까 북한 얘기하는 것 들어보니까 당신은 종북주의자네요!’라고 하는 게 낫겠어요? 강연 끝나고 가는 길에 자기네끼리 ‘법륜스님이 북한에 대해 얘기하는 걸 들어보니 좀 이상하지 않냐? 지금은 북한을 혼내줘야 할 때인데 정반대의 얘기를 하고 있더라’ 하는 게 낫겠어요? 질문자더러 선택하라면 어느 쪽을 선택하겠어요?
질문자: 앞담화를 했다면 제가 개선을 하거나 할 수 있는데 뒷담화를 하니까 제 기분만 나쁘잖아요.
법륜스님: 아니지요. 옛날부터 ‘없는 데서는 임금 욕도 한다.’라고 했어요. 임금을 욕하면 안 되는데도 불구하고 임금이 없는 데서는 임금 욕도 한다는 거예요, 뭐. 말하자면, 뒷담화는 인류의 문화입니다.
질문자: 제 성격에 대해서 뒷담화를 하면 괜찮은데, 제 근무 태도에 대해서 ‘일을 못하네’, ‘일을 안 하네’라며 뒷담화를 했다고 하니까 화가 나요.
법륜스님: 뒷담화는 무슨 얘기든 할 수 있지요. 그래도 앞담화보다는 뒷담화가 낫잖아요. 뒷담화도 안 하면 물론 좋지요. 그게 최선이지요. 그런데 앞담화와 뒷담화 중에 선택하라고 하면 그래도 뒷담화는 ‘차악’, 앞담화는 ‘최악’이라고 할 수 있어요. 둘 다 나쁘지만 그래도 앞담화 안 해 준 것만 해도 고맙다고 생각하면 아무 문제가 없어요. 고민이 해결 됐어요?
질문자: 예, 제가 임금도 아니고요.(모두 웃음) 또 스님께서 뒷담화는 전 인류의 문화라고 하시니까 저도 수용이 돼요.
<중략>
법륜스님: 예, 모든 사람들이 겪는 일이에요. 질문자만 겪는 일이 아니고요. 그리고 우리도 뒷담화를 합니까, 안 합니까?
질문자: 해요.
법륜스님: 예. 우리도 얘기하다 보면 ‘걔 어떠니?’, ‘아휴, 걔 문제가 많아’, ‘그래, 맞아. 걔 성질이 좀 그렇지’ 이렇게 얘기하잖아요. 본인 앞에서는 그런 얘기를 못 하지요. 우리끼리 있을 때 이러쿵저러쿵하는 거예요. 그런데 그게 꼭 그 사람을 비난하려고 하는 얘기는 아니고 하나의 소재인 거예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질문자: 감사합니다.
-법륜스님 즉문즉설-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이야기를 들으면서 뒷담화를 들을 때 어떻게 내 마음을 다스리면 좋을지 해답을 얻었습니다. 결국 뒷담화 자체는 없어질 수 없기 때문에 나 스스로가 어떻게 해야 마음을 잘 다스릴지에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중국의 전국시대에 악의樂毅라는 장군이 있었습니다. 그는 제나라에게 복수심을 품고 있는 연나라 소왕昭王을 도와 제나라를 공격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제나라 성을 점령하여 소왕의 복수를 이뤄냈습니다. 하지만 소왕이 죽자 그를 시기하던 연나라 신하들의 모함을 받고 억울하게 쫓겨났습니다. 하지만 악의는 ‘군자는 사귐을 끊겨도 나쁜 말을 하지 않으며, 충신은 모함을 받아 나라를 떠나도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지 않는다.’라는 말을 실천하며 끝까지 연나라를 원망하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흘러 혜왕은 악의를 쫓아낸 것을 후회하면서도, 악의가 나쁜 마음을 품고 연나라를 공격하지 않을까 걱정했습니다. 그때 악의는 혜왕에게 서신을 보내 자신은 결고 원한을 품고 있지 않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마음을 전달했습니다. 이 서신을 받은 연 혜왕은 악의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게 되었고 훗날 악의에게 높은 벼슬을 주어 그를 우대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모습은 지금까지 중국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고 있습니다.
뒷담화에 대해 앞담화가 아닌 것을 오히려 감사하라는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을 보면서 뒷담화에 대해 스트레스받지 말고 마음을 잘 다스리기 바랍니다. 그리고 ‘군자는 사귐을 끊겨도 나쁜 말을 하지 않으며, 충신은 모함을 받아 나라를 떠나도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지 않는다.’는 악의 장군의 말을 잘 간직하며 나를 뒷담화한 상대에게 오히려 친절하게 대하기 바랍니다.
누군가 나를 모함하거나 뒷담화할 경우 똑같은 사람이 되면 안 됩니다. 똥이 무서워서 피하나요? 더러워서 피하는 거잖아요. 그리고 좀 더 여유가 있다면 나를 뒷담화한 사람에게 친절을 베풀어보세요. 결국, 혜왕처럼 그 사람도 나를 뒷담화한 일을 후회하게 될 것입니다. 그래도 뒷담화 당하면 속상하잖아요? 그럴 때 운동이나 음악 등 나만의 감정 비상구를 만들어 스트레스를 해소하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