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정신의학자 ‘에릭 번(Eric Berne)’은 <심리 게임>이라는 책을 통해 ‘학생들은 교사의 학급 경영을 방해하는 방해 게임을 종종 일으킨다.’라고 말합니다. 왜냐하면 학생들은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갖고 있는데 교사에게 대들면 주변 친구들이 인정해 준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만약 교사가 학생들의 그릇된 인정 욕구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교사의 권위가 무너지는 현상이 발생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로 인해 교사는 상처를 받고 교직에 대한 자신감을 잃게 된다고 경고합니다. 이러한 방해 게임을 통해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은 친구들이나 교사에게 인정받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아들러’의 이론을 교육현장에 적용한 개인심리학자 ‘루돌프 드라이커스(Rudolf Dreikurs)’는 교사에게 상처를 주는 아이들의 심리를 네 가지 유형으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첫째, ‘관심 끌기’입니다. 많은 아이들에게 보편적으로 일어나는 행동입니다. 긍정적인 방법으로 교사의 관심을 끌면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 방법이 통하지 않을 경우 아이들은 부정적인 방법으로 관심을 끌어 교사를 괴롭게 합니다.
둘째, ‘힘겨루기’입니다. 리더십이 있는 아이들은 자신이 주인공이 될 때 인정받는다고 느낍니다. 그래서 교사 혹은 친구들에게 언어적‧물리적인 힘을 행사하여 주인공이 되려 합니다. 그리고 이런 행동을 통해 교사보다 우위에 있음을 증명하려 합니다.
셋째, ‘보복하기’입니다. 자신은 항상 누군가에게 상처받는다고 생각하고 자기가 이것을 갚아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러한 아이는 어느 순간 보복을 시도합니다. 이런 아이는 다른 사람들이 싫어하는 잔인한 행동을 함으로써 인정을 받으려 합니다.
넷째, ‘비행 행동 표현하기’입니다. 아이가 보복하는 행동을 계속하다 보면 가정과 학교는 아이를 포기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런 아이는 부적절한 또래 관계에서 소속감을 찾으려고 합니다. 이들의 공격적인 행동은 학급과 가정의 범위를 넘어서서 조직적인 비행에 이르게 되고, 그 결과 부모들조차도 이러한 자녀의 행동에 절망하여 아이들을 자칫 포기하기도 합니다.
만약 선생님이 문제 학생의 잘못된 행동에 올바르게 대처하지 못한다면 학급을 운영하는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과연 어떤 문제가 발생할까요? 사마천 「사기」의 <진시황 본기>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진시황이 죽자 조고는 진시황의 유서를 조작하여 자신이 가르쳤던 진시황의 막내아들 공자 호해를 황제로 앉혔다. 그리고 주변 인물을 제거하여 자신의 힘을 키웠다. 시간이 흘러 자신의 권세가 더욱 커지자 조고는 황제가 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조고는 모반을 일으키기로 결심하였으나 주변 신하들이 자신을 따르지 않을까 걱정되었다. 그래서 모반을 일으키기 전에 신하들이 황제와 자신 중 누구를 따를지 알아보기로 하였다. 어느 날 조고는 이세황제에게 사슴을 바치면서 말했다.
"폐하, 제가 좋은 말 한 마리를 구했습니다."
이세황제는 웃으며 말했다.
"승상이 틀리지 않았소? 사슴을 말이라 하니 말이오."
황제는 좌우 신하들에게 사슴인지 말인지 물었다. 신하들 중 몇몇은 침묵하였고 여러 신하들은 말이라고 말하여 조고에게 아부했다. 몇몇 신하들은 사슴이라 말했는데 그 신하들은 훗날 조고가 모함하여 모두 죽였다. 이 사건 이후 모든 신하들은 조고를 두려워했다.
이 무렵 항우는 진나라 군대를 여러 차례 격파하였다. 진나라 장한의 군대는 지원군을 요청하는 상소를 보냈으나 중간에 조고가 상소를 가로채고 이를 무시하였다. 황제는 그 사실도 모른 채 상림원에서 매일 사냥하면서 놀았다. 그런데 어느 날 지나가던 행인이 상림원에 들어갔는데, 이세황제가 그를 직접 활로 쏘아 죽이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조고는 대신을 시켜 이 사건을 규탄하게 했다.
"누구의 짓인지는 모르겠지만 사람을 죽여 그 시체를 궁 안에 옮겨놓은 자가 있습니다."
이에 이세황제는 자기가 실수로 사람을 죽였다고 말하였다. 그러자 조고는 이세 황제에게 말했다.
"천자가 아무 까닭도 없이 사람을 죽였으니 귀신도 폐하의 제사를 받지 않을 것이며 하늘도 재앙을 내릴 것입니다. 궁전을 멀리하고 하늘에 기도를 하시어 재앙을 피하도록 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리하여 이세황제는 다른 궁으로 옮겨 사흘 동안 머물렀다. 이 무렵 군대를 일으킨 유방은 진나라 수도까지 진격하였다. 조고는 이 일로 황제가 자신을 문책하자 자신의 가족들과 모의해 말했다.
"황제가 간언을 듣지 않더니 지금 일이 위급해지자 화를 우리 가문에게 돌리려 한다. 나는 천자를 바꿔 공자 영을 다시 세우려 한다. 공자 영은 어질고 검소하여 백성들이 모두 그의 말을 따를 것이다."
조고는 황제의 명령이라 속이고 궁궐을 수비하는 병사들에게 흰옷을 입히고 손에 무기를 들어 궁 안으로 행진하도록 했다. 그리고 자기는 먼저 궁에 들어가 황제에게 고했다.
"폐하, 반란군이 궁 안으로 쳐들어오고 있습니다."
깜짝 놀란 이세황제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누각에 올라갔다. 조고의 말대로 흰옷을 입은 무리들이 궁으로 몰려들고 있었다.
이세황제는 곁에 있는 환관에게 원망하며 말했다.
"그대는 어찌하여 일이 이 지경이 되도록 나에게 알리지 않았는가? 이 지경에 이르게 하다니"
이에 환관이 대답했다.
"제가 감히 아뢰지 않았으므로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습니다. 만약 신이 일찍 아뢰었더라면 이미 처형되었을 것인데, 어떻게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겠습니까?"
조고는 이세황제에게 자살하라고 강요하자 마침내 이세황제는 자살하였다.
-진시황 본기-
문제 학생의 잘못된 행동을 계속 놔둘 경우 학생들은 교사의 말보다 문제 학생의 말에 더 신경 쓰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 상황을 계속 방치하면 선생님의 권위를 뛰어넘는 상황이 발생할 것입니다. 결국 선생님의 학급은 제대로 운영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면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요?
개인심리학자인 ‘알프레드 아들러(Alfred Adler)’는 ‘인간의 모든 행동은 특정한 목적을 갖고 있으며, 그 행동은 사회적인 관계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아들러’의 설명을 교실 상황에 적용하면 학생들의 모든 행동은 교실 안의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 사이의 사회적인 관계에서 비롯되고, 문제 행동을 일으킬 경우 관계 회복을 통해 풀어나가면 됩니다.
우선, 문제 학생들은 복종성과 순종성은 낮고 지배성은 월등히 높은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이러한 학생의 지배성을 무시하고 억제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리고 교사가 체벌과 강압으로 학생을 억제하려 한다면 상황은 더 악화될 것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학생의 지배성을 긍정적인 측면에서 이해하고 학급 내에서 일정한 역할을 줘야 합니다. 그래서 자신의 힘이 특정한 역할을 통해 분출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끊임없이 도전하고 따지는 아이에게 평정심을 유지하며 차분하게 대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교사가 화를 내는 순간, 아이는 자신이 이겼다고 생각하며 더 심하게 행동합니다. 반면에 선생님이 학생을 차분하게 타이른다면 오히려 학생은 예상치 못한 반응에 당황해하며 부끄러워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문제 학생이 “선생님 왜 쉬는 시간을 정확히 지키지 않나요?”라고 따지면 교사는 평소처럼 화를 내기보다 “oo아 쉬는 시간을 지키지 못해 기분이 좋지 않았구나. 발표하고 싶은 친구들이 많아서 수업이 늦게 끝났네? 선생님이 다음에는 쉬는 시간을 지키도록 노력할게”라고 차분하게 설명하면 됩니다. 그렇게 그 학생을 타이른 후 대화를 이어 나간다면 문제 학생은 화를 내거나 다른 아이들을 선동하지 못할 것입니다. 교사에게 따지며 교사를 이기려는 학생을 지도하는 팁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학생의 논쟁에 휘말리지 말고 평정심 유지하기
아이의 버릇없는 행동에 화를 내고 큰 소리를 내는 순간 아이는 속으로 그 반응을 즐기며 그 행동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손자병법에도 ‘적이 밤에 크게 소리를 지르는 것은 지금 두려움을 느끼기 때문이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차분한 목소리로 아이에게 휘둘리지 않는 것이 가장 필요합니다.
2. 발언할 수 있는 시간을 따로 마련하기
아이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시간 및 공간을 마련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선생님에게 말을 할 수 있도록 합니다. 이를 통해 아이가 수업 시간에 방해하거나 떠들지 않게 하고 다른 친구들을 선동하지 않도록 예방합니다.
3. 하고 싶은 말을 글로 쓰게 하기
말로 하기는 쉬워도 글로 적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요구 사항이 있을 때 글로 적으라고 한다면 아이의 불필요한 말과 행동을 줄일 수 있습니다.
4. 본인에게 적합한 역할을 부여하여 자존감을 키우기
무례하게 구는 아이들은 교사와 친구들에게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욕구가 강합니다. 그러므로 아이의 특성에 적합한 역할을 준다면 아이의 행동을 바꾸는 데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앞에서 소개한 <심리 게임> 책에는 사람의 마음속에 세 가지 목소리가 있다고 합니다. ‘부모의 목소리’, ‘어른의 목소리’, ‘아이의 목소리’가 있는데, 그중 반항하고 대드는 아이를 진정시킬 수 있는 목소리는 ‘어른의 목소리’라고 합니다. 아이는 아이일 뿐입니다.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어른의 목소리로 지훈이의 버릇없는 행동을 차분하게 다룬다면 선생님의 고민은 충분히 해결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