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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쌤의 방구석토크 Feb 09. 2023

원칙과 융통성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습니다.

  사마천이 쓴「사기」의 <흉노 열전>에는 ‘원칙’과 ‘융통성’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이야기를 살펴보면서 고민을 해결해 보겠습니다.


 흉노족의 묵돌이 왕이 되었을 때 이웃 나라인 동호의 세력이 강성했다묵돌이 자기 아비를 죽이고 스스로 왕이 되었다는 것을 들은 동호의 왕은 묵돌에게 사자를 보내 묵돌의 아버지가 가지고 있던 천리마를 얻고 싶다고 청했다이에 묵돌이 신하들의 의견을 묻자신하들은 모두 이렇게 말했다.

  천리마는 흉노의 보배입니다그들에게 주지 마십시오.” 

  그러나 묵돌은 이렇게 말했다

  동호는 우리와 이웃 나라인데어떻게 말 한 마리를 아낄 수 있겠는가?” 

  그리하여 결국 천리마를 동호에 보내주었다.

  얼마 뒤에는 동호왕은 묵돌이 자신을 무서워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다시 사자를 보내 묵돌의 첩 중 한 사람을 달라고 청했다묵돌이 또 좌우 신하들에 물었다좌우의 신하들이 모두 화를 내며 말했다

  동호왕은 매우 무례합니다감히 선우의 첩을 요구하다니즉시 출병해서 그들을 공격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때도 묵돌은 이렇게 말했다

  동호왕의 나라와 이웃하며 지내고 있는데 어떻게 여자 하나를 아낄 수 있겠는가?” 

  그리고 총애하던 첩 한 사람을 골라 동호왕에게 보내주었다동호왕은 더욱 교만해져서 서쪽으로 흉노의 변경을 침범해 왔다당시 동호와 흉노 사이에는 1천여 리에 걸쳐 아무도 살고 있지 않는 황무지가 버려져 있었다두 나라는 각각 자기들의 형편에 따라서 그곳에 수비 초소를 세워놓고 있었다.

  동호는 또다시 사자를 보내 묵돌에게 이렇게 전했다

  흉노와 우리가 경계하고 있는 황무지는 흉노로서는 어차피 소용없는 땅이니 우리가 갖도록 하겠소!” 

  묵돌은 이 문제에 대해 좌우의 대신들에게 또다시 의견을 물었다그러자 몇 사람이 이렇게 말했다

  그 땅은 어차피 버려진 황무지입니다주어도 좋고 안 주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자 묵돌은 크게 화를 내며 이렇게 말했다

  땅은 나라의 근본이다어떻게 그들에게 넘겨줄 수 있단 말인가?”

  그러고는 주어도 좋다고 한 자들을 모조리 참수했다.

  묵돌은 그 즉시 말에 올라 나라 안에 다음과 같은 명령을 내렸다

  이번 출전에서 도망가는 자는 그 자리에서 즉시 죽이겠다.” 

  그리고 마침내 동쪽으로 동호를 습격했다동호는 처음부터 묵돌을 얕잡아보고 있어서 흉노에 대한 방비를 거의 하지 않았다묵돌이 군사를 이끌고 습격해 순식간에 동호의 군사를 격파하고 그 왕을 잡아 죽였으며 백성들과 가축을 빼앗았다.


 흉노匈奴는 한나라가 매우 두려워하는 민족이었습니다. 한나라는 흉노를 오랑캐라고 부르면서 겉으로는 멸시했지만 진시황秦始皇이 만리장성을 쌓아 경계할 정도로 두려워하는 민족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전에는 흉노에 대한 두려움이 크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흉노족은 서로 단결하지 않고 서로 다퉜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묵돌冒頓이라는 지도자의 등장으로 흉노는 하나로 뭉쳐졌고 세력이 점차 강해졌습니다. 심지어 중국을 통일한 한나라 유방劉邦의 군대를 크게 격퇴할 정도였습니다. 묵돌의 강력한 힘에 굴복한 한나라는 흉노와 형제의 조약을 맺고 흉노를 형님의 나라로 인정하였습니다. 

  그렇다면 묵돌은 분열을 반복하던 흉노를 어떻게 통합했을까요? 그리고 어떤 방법으로 흉노를 강력한 제국으로 만들었을까요? 그건 바로 원칙과 융통성을 조화롭게 활용한 묵돌의 통치 방식이었습니다. 그의 통치 방식은 바로 ‘가장 중요한 원칙은 절대 양보하지 않았지만 사소한 원칙에는 융통성을 발휘한다.’였습니다. 그래서 각 부족의 신임을 얻고 전쟁에서 큰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원칙과 융통성을 발휘하여 부하들을 통솔하는 그의 능력은 지금까지 인정받고 있습니다. 심지어 미국의 유명 군사잡지 <암체어>에서는 세계 100대 명장에서 묵돌을 12위에 선정할 정도였습니다.


  일을 처리하는 방식은 개인의 성격과 관련이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마다 일을 처리하는 방식이 다릅니다. 느긋한 성격을 지닌 사람은 대부분 일처리도 느긋합니다. 반면에 성격이 급한 사람은 대부분 일처리가 빠르고 서두르는 경향을 보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일하는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아 고치려 하지만 일하는 방식을 바꾸기란 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성격은 어릴 적에 타고나고 형성된 것이라 쉽게 바뀌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보통 자신의 성격에 맞게 일을 처리합니다. 

  그러나 직장에서 근무하다 보면 자신의 일하는 방식을 고집하기 힘듭니다. 왜냐하면 직장에서는 여러 사람들과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느긋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라도 성격이 급한 상사를 만나면 평소와 다르게 일을 빠르게 처리하려고 노력합니다. 반대로 성격이 급한 사람도 느긋한 직장 상사를 만나면 참고 기다려야 합니다. 그래서 직장에서 일을 처리하는 방식은 고정되지 않고 상대방에 따라 변하게 됩니다.


  선생님의 일처리 방식도 원칙과 융통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습니다. 모든 일을 원칙대로만 처리하고, 선생님의 원칙을 무리하게 적용하면 문제가 생길 것입니다. 원칙만 있고 융통성 없는 사람들의 일처리 방식을 ‘어려운 일을 어렵게 하고 쉬운 일도 어렵게 한다.’라고 말하는데, 선생님은 혹시 그런 이야기를 주변에서 들어본 적 없는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물론 영토는 절대 양보하지 않는 묵돌처럼 선생님도 일을 처리할 때 절대 변하지 않는 중요한 원칙은 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원칙을 방해하지 않는 작은 일들은 융통성을 발휘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원칙과 융통성을 함께 추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구성원과의 원활한 소통입니다. 그리고 충분한 소통을 통해 일의 우선순위와 원칙을 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선생님들과의 협의를 통해 중요한 일은 원칙을 정해 처리하고, 양보할 수 있는 작은 일은 융통성을 발휘하여 처리한다면 이전 학교에서 겪었던 갈등이 반복되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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