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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치치 May 30. 2022

16년 차 밥솥

오늘의 인생(20220530월)

아침 퇴근길에 도서관에서 책을 조금 읽다가 집에 왔다. 간밤에 비가 내렸는지 도로가 촉촉이 젖었다. 비가 계속 내릴  같은 날씨인데, 개미 오줌만큼만 내리다 말았다. 아쉽다.  내리는 날씨 좋은데 말이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다가 1시간 무료 주차 시간을 초과했다.


‘1시간 무료, 30분 초과 시 800원에 10분 초과 시 300원’


나는 1,100원의 주차비를 냈다.


‘그러나 나는 전혀 아깝지가 않다.’


1시간 동안 무엇인가 생산적인 활동을 했으니까. 다자녀 카드는 50% 할인인데, 전에 만들었다가 버렸다. 다시 만들어야 하나 고민된다. 카드 만들기 싫은데.


집에 와서 쿠쿠 밥솥의 고무 패킹을 교환했다. 며칠 전에 밥을 하다가 패킹에 문제가 있는지 밥이 설익었다. 어제 혜경스의 명을 받아서 고무 패킹을 갈았다. 전에 잘 못 갈았던 것 같은데, 지금은 식은 죽 먹기다. 고무 패킹을 갈고, 밥솥을 조금 닦았다. 곳곳을 닦다 보니 16년 세월의 흔적이 밥솥에 그대로 묻어있다.


지금으로부터 16년 전, 2006년 6월 27일 우리는 결혼했다. 그리고 이 밥솥도 우리와 함께 시작했다. (혜경스의 이모가 선물로 사 주셨다) 중간에 쿠첸으로 잠시 바꾸기도 했지만 역시 밥솥은 쿠쿠인 듯. 다시 쿠쿠로 바꿔서 사용 중이다. 중간에 한 번 A/S 받았고, 지금껏 문제없이 잘 사용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우리 집에 제법 16년 차 물건들이 많다. 세탁기, 밥솥, 내 신발 버켄스탁도 있다. 찾아보면 더 많을 텐데.


다행히 밥솥은 10인용이라, 우리 가족이 밥을 해 먹는 데 문제도 없다. 고무 패킹을 갈고, 뚜껑을 돌려보니 잘 돌아간다. 한숨 자기 전에 저녁 6시에 흰쌀밥으로 예약해야겠다. 아이들과 혜경스가 맛있게 먹을 밥. 난 그냥 쌀을 씻고, 물만 맞출 뿐이지만 16년 동안 변함없는 밥맛을 유지해준 쿠쿠 밥솥에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밥솥의 소모품을 교환하듯 ‘내 마음의 시간과 빠르게 흘러가는 세월 속에 혹시 모를 나의 단점이 커졌다면 밥솥의 소모품 갈 듯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밥솥의 패킹을 바꾸다가 내 마음의 단점까지 오는구나. 글쓰기는 아니 일상의 관찰은 내게 큰 깨달음 준다.


고맙다. 밥통아, 그리고 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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