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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치치 Jul 17. 2022

쉬엄쉬엄해

오늘의 인생(20220717주일)

쌍둥이와 축구 경기를 하러 종합운동장에 갔다. 나는 허리가 별로  좋아서 트랙을 걷고, 쌍둥이는 친구랑 축구를 했다. 친구와 함께 축구 경기를 하던 쌍둥이는 반대쪽에서 축구 경기를 하던 삼부자에게 가서 축구 시합을 하자고 말했다. 그리고  3:3 축구시합이 시작되었다. 쌍둥이와 친구  아빠와  아들 팀이다.


두 아들의 아빠는 습한 날씨에도 아이들을 위해서 열심히도 뛴다. 솔이가 찬 공에 1학년 아이의 얼굴이 맞기도 하고, 서로 몸싸움을 거칠게 한다. 나는 트랙을 돌다가 몇 번이나 뛰어가 거칠게 하지 말라고 했다.


시합은 아쉽게도 어느 순간 그라운드를 점령한 중학생들 때문에 승부를 내지 못하고 끝났다. 나는 아이들에게 갔고, 아이들과 함께 축구 시합을 한 아빠와 두 아들과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큰아이는 6학년이고, 둘째 아들은 1학년이라고 했다. 아이들의 아빠는 자연스레 아들들의 이야기를 했다.


“(웃으면서) 큰아이는 6학년인데, 지금 고등학교 1학년 수학을 풀고 있어요. 오늘은 고등학교 1학년 영어 시험을 보고 왔는데, 95점을 맞았어요.

“네. 대단하네요.”

“1학년 아이는 이제 축구 선수 반에 들어갔는데, 체력이 좋아서요. 축구도 방과 후 선생님이 추천해줘서 시작했죠. 구구단도 잘 외우고, 지금은 3학년 수학을 공부하고 있죠.”

“대단하네요. 우리 아이들은 학원을 안 보내서요.”

“요즘은 축구 경기를 해도 공부도 잘해야 시합에 내보내니깐요.”

“아. 그렇군요.”


신문에서 읽었던(하루에 학원을 7개씩) 다니는 아이를 내 앞에서 만났다. 6학년 아이와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학교 끝나면 오후 2시인데, 집에는 몇 시에 와?”

“보통 밤 9시요.”

“안 피곤해?”

“괜찮아요. 그래도 새벽 1시 전에는 자요. 아. 맞다. 구몬 수학도 하니까 학원 8개인 것 같은데요.”

“그렇구나.”


축구가 별로 재미없는지 판타지 소설책을 들고서 쉬는 동안 읽고 있는 아이다. 그래도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밝아 보인다. 모든 아이가 힘들어하는 것은 아니구나. 이 아이는 나름대로 목표도 있고, 학원에 다니는 것에 불만은 없는 것으로 보였다.


나는 아이들이 많은 학원을 보낼 생각이 없고, 사실 그런 능력도 없다. 그냥 하루하루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지낸다. 어떤 교육이 옳은지, 그른지 판단할 수 없다. 우리 아이는 우리 아이대로 잘 크면 될 것이고, 그 아이는 그 아이대로 잘 크면 될 것이다. 그리고 어른이 되었을 때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삶을 잘 살면 될 것이다.

사실 이야기를 하면서 살짝 움츠러들긴 했으나 자전거를 타면서 돌아오는 길에 생각했다.


‘각자의 능력에 따라 그 능력 안에서 최선을 다하고, 각자의 방식으로 잘 키우면 되겠지.’


그리고 삼부자와 헤어지면서 큰아이에게 인사했다.


쉬엄쉬엄해.”

p.s

‘자녀 교육의 핵심은 지식을 넓히는 것이 아니라 자존감을 높이는 데 있다.’ -레프 톨스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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