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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치치 Aug 02. 2022

그럴 수도 있죠

오늘의 인생(20220801월)

주일 예배  일이다. 전날 당직근무로 눈꺼풀은 고장 난 셔터처럼 계속 내려오고, 마스크 사이로 하품이 연신 나온다. 목사님은 다음 찬송가를 부르기 위해서 피아노 반주가 나오길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피아노 반주가 다른 곡으로 연주되었다. 피아노 연주자는  소절을 연주하다가    반주라는  깨닫고, 멈췄다. 순간 정적이 흐른다. 자칫 예배가 어수선해질 상황에, 목사님의 멘트가 예술이다.


“그럴 수도 있죠.”


우리는 피아노 연주자의 제대로 된 반주에 맞춰 전보다 더 힘차게 찬송가를 불렀다.


‘언제, 어색한 반주가 있느냐는 듯’


사실 너무 졸려서 설교 시간 내내 딴생각이 났다.(목사님 죄송해요) 그러나 목사님의 그 말씀 한마디가 가슴에 콕 박혀 종일 떠나지 않는다. 저녁에 아이들과 식탁에 앉아서 이 이야기를 함께 나눴다. 보통 아이들이 실수하거나 잘 못 할 때, 나는 “야~”라는 소리와 함께 호통을 쳤는데, 목사님의 그 멘트가 이런 상황에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아니 더 나아가 삶 속에서 꼭 필요하다는 것을 배운다.


그럴 수도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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