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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치치 Oct 20. 2022

생애 첫 펌뷸런스 출동

펌뷸런스(구급차가 원거리에 있을 때, 펌프차가 출동하는 펌프차를 펌뷸런스라고 부른다) 출동인데 선착이다.

‘대관절~’

팀장님을 제외하고는 내가 선임이고, 신규 2명, 이제 3개월 된 직원 1명이다. 우리는 순찰 중 펌뷸런스 출동 지령을 받고, 현장이 가까워서 제일 먼저 도착했다. 현장은 2층 남자 사우나. 신고내용은 80대 남자로 탕 안에 익수했다가 관계자가 CPR을 실시했다는 내용이다.

‘긴장된다. 나 구급 처음인데.’ (진짜다. 15년 동안 구급차를 정식으로 타 본 적이 없다)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2층 남자 사우나로 들어갔다. 다행히 환자는 옆으로 누워있었다. 80대 남성으로 의식과 호흡은 있었다.

'다행이다. 살아계셔서~'

나는 누워있는 환자에게 마스크와 장갑을 낀 채로 그것도 탕 바닥에 옷이 젖든 말든 상관없이 환자에게 가까이 접근해서 몇 가지 질문을 했다. 최대한 가까운 거리에서 환자와 의사소통했다. 코로나19인데 최대한 감염을 피해 가면서 말이다.

"아버님,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
$%#"

"연세는요?"

"80대~"

"손가락이 몇 개로 보여요?"

"3개"

"꼬집었는데 아파요?"

"응"

다행히 환자는 의식과 호흡이 있었다. 팀장님의 지시에 따라 환자에게 옷을 입혔다. 나는 구급용 가방에서 산소포화도 측정기를 찾았으나 못 찾았다.

‘에고.’

나는 그사이에 환자의 핸드폰으로 보호자에게 전화했다. 보호자는 현장으로 오고 있었다. 내가 전화를 하는 사이 팀장님(50대가 넘었음)이 환자(남/ 약 80킬로)를 업고서 1층 구급차로 내려오셨다.

'팀장님도 대단하시다. 업고 내려오시다니~, 괜히 내가 업었어야 했는데 미안했다.'

나는 다시 2층 현장으로 올라가서 환자를 발견해서 응급조치한 목욕탕 관계자에게 상황 설명을 듣고, 그분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저보다 훨씬 나으신대요. 신고자분 덕분에 환자가 목숨을 건진 것 같아요. 정말 고마워요."

"저희가 더 고맙죠. 빨리 와서 조치해주셔서~"

사실 난 아무것도 한 게 없다. 그분이 잘하셨기에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만 얹었을 뿐~'

우리는 구급대원에게 환자를 인계 후 다시 펌프차를 타고 소방서로 복귀했다. 점심 먹고, 구급상자를 꺼내서 확인했다. 최소한 현장에서 산소포화도와 맥박, 온도는 기본적으로 체크해야겠다. 그리고 가위, 거즈, 멸균 소독약 등은 적절히 사용할 수 있도록 말이다.

‘구급 출동에 관심을 가져야겠구나.’

양평으로 출근하면서 별의별 것을 다 해본다. 진짜 15년 만에 레알 구급은 처음이었다. 긴장되고, 떨렸다. 게다가 신규 직원들도 있어서 더 많이 긴장되었던 것 같다. 모두 최선을 다했기에 한 사람의 생명을 살릴 수 있었다.

‘서당 개 삼 년에 풍월을 읊는다.’ 왠지 나를 보고 하는 속담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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