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전부터 3조 1교대(삼일 기준으로 첫날은 24시간 근무와 둘째·셋째 날은 쉬는 날) 근무로 바뀌면서 오늘은 24시간 근무다. 3조 1교대 바뀐 후 힘든 훈련 때문에 스마트폰 만보기는 늘 ‘만 걸음’ 정도 표시되는 것 같다. 오늘도 스마트폰을 확인해보니, 다른 날과 비슷하다.
‘뭘 그리 많이 활동하는지 모르겠지만 많이 움직이는구나.’
다행히 사고·사건 없이 조용한 오후를 보내고, 저녁을 맛있게 먹었다. 저녁 훈련으로 대원들과 로프 매듭과 안전 메뉴얼 시청각 교육을 마치고, 사무실에서 대기 중이었다. 갑자기 민원인이 사무실로 헐레벌떡 달려 들어왔다.
‘아뿔싸, 코로나19 온도 체크해야 하는데. 37.5도 넘으면 안 되는데.’
우리는 사무실에 뛰어 들어온 민원인에게 온도 체크를 안내하려는데, 민원인은 식은땀과 함께 얼굴이 뻘게진 상태로 버벅거리며 소리쳤다.
“트럭에 불이 났어요.”
“네?”
“제 트럭에 불이 났다고요. 지금 도롯가에 있어요.”
“알겠습니다. 저희 바로 출동할게요.”
팀장님과 대원들은 소방차에 탑승 후 트럭 쪽으로 출동했다. 나는 무전으로 상황실에 신고 내용을 전파하고, 지원 출동 요청했다. 그사이 불이 붙은 트럭은 소방서 차고 앞으로 이동했고, 우리는 소방차에서 수관을 연결해서 화재를 진압했다. 25t 트럭에는 건물을 지을 때 사용하는 철근이 많이 실려 있었고, 화재는 철근과 철근 사이에 나무에서 발생했다. 아마도 철근에서 발생한 뜨거운 열이 나무에 전달되면서 화재가 발생한 것 같았다. 팀장님을 포함한 대원들의 민첩한 대응으로 화재는 빠르게 진화되고, 화재조사까지 다 마무리되었다. 열기가 얼마나 셌던지 불이 다 꺼진 뒤에도 철근에서 흰 연기와 열기가 많이 올라왔다. 나는 당황한 표정으로 트럭을 바라보고 있는 기사님을 보고, 사무실로 들어가서 우리가 즐겨 마시는 노란색 커피 믹스를 따뜻하게 타서 건넸다.
“따스한 커피 한 잔 드세요. 그래도 다행이에요. 트럭에 불이 옮겨붙지 않아서요.”
“네. 인천에서 강원도로 운반하는 길에, 새벽에 비가 내린다기에 방수 천막을 씌우려다가 철근 사이에서 불을 발견해서 소방서로 왔어요.”
“그렇군요.”
“이 철근은 공장에서 바로 싣고 온 물건이라, 열이 이렇게까지 센지는 몰랐어요. 트럭 시작한 지 1년 됐거든요.”
“그렇군요. 정말 다행이네요.”
나는 기사님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트럭을 안전한 장소를 이동할 수 있게 안내했다. 다음 날 새벽에 비가 내렸고, 밖에 나가보니 트럭이 보이지 않았다. 어제 그 트럭 기사는 내 또래같이 보였다. ‘누군가의 남편이자, 아빠’라는 생각 때문인지 따스한 커피 한 잔과 함께 그가 안심할 수 있게 몇 마디를 자연스레 나눴던 것 같다. 퇴근길에, 그의 트럭이 주차되었던 곳을 지나면서, ‘그가 안전하게 목적지에 도착하길’ 기도하며 졸릴 눈을 한참을 비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