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 다 쉬는 대체 휴무 날의 출근이다. 다행히 차가 밀리지 않아서 여유 있게 출발했다. 전 팀과 교대 마치고, 오늘 할 일을 위해서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아침 9시가 되기 전에 무슨 소리인가?
“화재 출동, 00면 00리”
이게 뭐야. 현장까지는 산을 두 번 넘고, 개천을 건넜다. 40분 정도 출동해서 현장에 도착했다. 도착하기 전부터 검은 구름이 아주 선명하게 보인다. 게다가 길도 좁고, 물도 없다. 인근 소방서에서 차량을 지원받았으나 급수가 만만치가 않다. 다행히 직원들의 신속한 화재 진압으로 초반 화세는 잡았다. 이제부터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굴삭기가 도착하고, 본격적인 화재 진압에 나섰다.
나는 화재 현장과 도롯가에 대기 중인 차량을 통제하기 위해서 분주하게 뛰어다녔다. 현장과 도로까지는 약 350미터다. 정신없이 뛰어다녔다. 화재 진압 대원은 아니지만 그래도 현장에서 필요한 것을 찾아다니며 이리저리 다녔다.
어느덧 점심시간이 다가오고,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오후 1시쯤 화재가 거의 마무리되었다. 손목에 찬 스마트 워치를 보니, 걸음 수가 1만 2천 보가량으로 약 10킬로미터다.
‘내가 엄청나게 다니긴 했구나. 나는 무엇을 위해서 이렇게 뛰어다닌 걸까?’
누가 알아준다고. 그래도 이게 내 일이고, 해야 할 일이기에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 다시 소방서로 복귀하는 길이다. 50일이 된 넷째를 보고 있는 혜경스가 생각났다.
‘과연 5시간 동안 불 끄는 게 나을까? 밤잠 못 자고 신생아를 돌보는 게 나을까?’
질문같이 않은 질문을 던져본다. 그리고 혜경스에게 톡을 보냈다. 잠시 후 혜경스는 밤새 모유 수유 등 실시간 기록한 사진을 보내왔다.
‘할 말이 없다.’
육아는 불 끄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 같다. 게다가 신생아 육아는 더더욱 어렵고, 잠도 못 자니. 오늘 대체 휴무 날에 혼자서 신생아 넷째와 13살 첫째, 11살 둘째, 11살 셋째를 게다가 네 명 다 아들을 돌보고 있는 혜경스에게 감사와 함께 존경을 표한다.
p.s
화재 현장에서 동네 어르신 두 분이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날 보면서 한마디 하셨다.
"왜 이렇게 잘 생겼어! 자괴감들게.”
어르신의 말 한마디가 시원한 박카스를 마신 것처럼 내피곤함을 지워졌다.
‘김종하 아직 살아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