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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치치 Oct 20. 2023

돈 주실려고요

두 번째 위험물 민원 업무를 맡으면서 골치 아픈 위험물 민원을 인계했다. 주유소 허가 민원으로 전임 담당자도 꽤 골치를 썩였던 건이었다. 민원 내용을 검토한바, 주유소를 지으면서 건물을 너무 크게 건축해서 생각지도 않은 스프링클러 소방시설 등 시설들이 추가되어 담당자도 업주도 난감해하는 상황이었다. 나라고 답이 있나. 사실 그전의 담당자가 나보다 훨씬 더 경력 있고, 능력 있던 직원이었는데 말이다.

어느 날 이 주유소를 ‘어떻게 처리해야하?’나 고민 중이었는데, 백발의 어느 어르신이 찾아와서 전 담당자를 찾았다. 나는 위험물 담당자가 바뀌었다고 알려주고, 민원인 테이블로 자리로 옮겼다. 대화를 나누다보니, 이분이 그분이었다. 골치 아프게 하고 있는 그 주유소의 실제 건축주였다. 칠십 중반으로 보이는 여성 어르신으로 내게 ‘잘 좀 부탁한다’라고 몇 번이나 고개를 숙여서 인사를 하는지. 민망해서 죽는 줄 알았다.

다행히 전임 직원이 어느 정도 마무리를 지어 놓았기에, 나는 현장에 나가서 완공만 보면 되는 상황이었다. 혹시 몰라 위험물 도면을 꼼꼼히 살펴보고 있는데, 이 민원의 건축주가 사무실로 전화했다.

“내가 지금 사무실 밑에 있는데, 다리가 아파서 못 올라갈 것 같아요. 혹시 내려올 수 있나요?”

“네?”

잠시 고민하는데, 전 담당자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분은 가끔 전화해서 사무실 밑으로 내려오라고 해서 돈을 주려고 해요. 알고 있어요.”

나는 다시 그분에게 전화를 걸었다.

“힘들어도 올라오세요.”

“그래도 노인네가 다리가 아픈데, 내려오지, 그래. 어른 말하면 들어야지 않겠어?”

“그러면 제가 내려가서 모시고 올라올게요.”

나는 1층으로 내려가서 그분을 모시고 올라왔다. 전임 담당자의 말처럼 무엇인가 줄려고 했던 모양새였다. 나는 모르는 척 그분을 모시고 사무실에 올라왔다. 그분과의 이야기를 마치고, 공손히 인사를 건네고 보내드렸다.

다행히 내가 다른 곳으로 인사 이동하기 전에 민원이 마무리되었고, 나는 친절하게 ‘주유소 완공 검사 후 위험물 안전관리자도 잘 선임하셔야 한다.’며 그분에게 문자까지 보내드렸다.

요즘 나를 포함한 직원들은 다들 정직하고, 최선을 다해서 일한다. 민원인의 마음은 잘 알지만, 굳이 뭔가를 주지 않아도, 게다가 우리는 받을 생각도 하지 않겠지만 모두 성실하게 업무를 처리한다. 다만 우리가 민원 현장에 나갔을 때, 우리가 친절하게 대하듯이 민원인도 우리에게 친절하게 응대해주길 바랄 뿐이다. 

‘음료수 괜찮고, 친절한 말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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