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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치치 Oct 20. 2022

18

오늘도 바쁘다. 아침에 위험물 이동탱크저장소(소위 말하는 탱크로리) 준공 검사하고, 스크린 골프장 검사 나갔다가 마지막으로 00지구 내 2층 일반음식점에 도착했다. 소방서 업무 중 다중이용업소(불특정 다수인이 이용하는 영업 중 화재 등 재난 발생 시 생명·신체·재산상의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높은 것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영업(다중이용업)'을 하는 업소로 일반음식점, 노래연습장 등이 대표적이다)를 현장 방문하여 소방시설이 잘 설치되고, 작동하는지 확인 후 완비증명서를 발급해주는 업무다.

“오늘의 마지막 현장이니, 빨리 마무리하고 사무실에 들어가야지.”

그러나 2층 현장에 들어갔을 때 분위기가 영 좋지 않았다. 나는 소방공사 업체와 음식점을 구석구석 돌아보면서 제출한 도면과 제대로 설치가 되었는지, 잘 못 된 곳은 없는지 꼼꼼히 살펴봤다. 그러나 비상구가 가림막 때문에 사람들이 탈출할 때 지장이 있어 보였다.

“저 비상구 쪽 가림막을 치우면 어떨까요?”

나는 소방공사 업체에 말했다. 그러나 옆에 서서 초초하게 이 상황을 지켜보던 한 남자가 갑자기 내게 쌍욕을 했다.

“18, #$#%$##%#. 나 지금 빨리 허가 내야 하는데, 대충 빨리 내주면 돼지? 왜 이렇게 지적해요? 18, @#$%$#%”

“네?”

“18, #$@#$%”

나는 태어나서 남에게 들어보지 못했던 욕을 그 사람에게 다 들었다. 당황스러웠다. 쪽수가 밀린다. 나는 혼자고, 여기는 업체 포함 5명이다.

‘공무집행방해로 경찰에 신고해야 하나?’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어떻게 해야 하지?’ 순간 쌍욕을 너무 먹어서, 정신줄을 놓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단호하게 한마디하고 현장을 나왔다.

“저 지금 이 상황에서는 허가를 못 내주겠네요. 먼저 갑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는데, 심장이 벌렁벌렁했다. 무서웠다. 그 사람이 나를 때리기라도 하면 어떻게 되었을까. 1층 출입구를 나와서 아무 생각 없이 사무실까지 걸었고, 수치심이 들었다.

‘왜 나는 경찰에 신고하지 못했을까?’

사무실에 도착해서, 팀장님에게 이 상황을 보고했다. 여전히 마음이 진정되지 않는다. 저녁 6시가 넘어서 업무를 마무리하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아까 내게 쌍욕을 했던 사람이다. 알고 보니 그는 그 음식점의 사장이었다.

“아까 죄송했습니다. 제가 오픈 준비한 지 몇 달 지났는데, 자꾸 돈은 들어가고, 허가받을 게 많아서 저도 모르게 욕을 했네요. 죄송합니다.

“네? 그래도 욕은 하지 마셨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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