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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치치 Oct 20. 2022

여주시민 살리다

새벽 3시부터 근무를 시작했다. 졸리기도 하고, 집중하기 힘든 시간이다. 여주시 00면 00쪽에서 무응답과 오접속이 몇 건 들어왔다. 먼저 몇 분이 동일한 번호로 전화를 받았다. 다들 오접 및 무응답 처리하셨기에 나도 처음에는 그렇게 했다. 그런데 30분 동안 동일한 번호로 연달아 신고가 들어왔다.

다시 그 신고가 나한테 들어왔고, 무응답이었다. 그때 이상하게 안테나가 섰다. 우선 수시이용자를 확인해보니 없었다. 다시 역 발신했더니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라고 대답하는 거였다. 두 번 정도 전화를 걸었는데 “여보세요” 하길래.

‘아. 괜찮은가 생각했다.’

그런데 또 신고가 들어온다. 이번에는 진짜 안테나가 제대로 섰다. 다행히 신고자 핸드폰의 와이파이와 지피에스가 잡혔다. 그 시간 여주는 호우주의보였다.

‘이번에는 출동을 보내야겠다.’

다행히 위치가 여주의 00지역대 바로 앞이었고, 00지역대와 00급차를 바로 출동시켰다. 혹시 몰라서 경찰 공동 대응도 요청했고, 관제였던 조승자 선배한테 바로 보고했다. 10분 뒤에 00펌프에서 무전이 들어왔다.

“GPS 값에 도착했는데 119로 신고한 분이 계시고, 비를 홀딱 맞은 상태로 주취 상태의 남자 확인”

잠시 후 여주 00 구급차가 도착해서 환자 상태 확인 후 바로 00병원으로 안전하게 이송했다. 여주 00 구급차에서 병원으로 이송한다는 무전을 들었을 때, 조승자 선배와 나는 우리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나중에 먼저 전화를 받았던 직원에게 물어보니, ‘역 발신했는데 신호가 전혀 가지 않아서 오접속 처리를 했다’고 했다. ‘참. 사람을 살리는 게 타이밍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도 새벽 3시에, 그것도 비가 억수같이 내리는 날에, 그것도 위치가 정확하지 않은 출동을 보낸다는 게. 여러분도 잘 아시지만, 접수자 입장에서는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왜냐하면 부담이 생기니까요. 이 수보를 받고 들었던 생각은,

“수보는 냉정하게, 출동은 열정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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