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 업무 중에 건축, 다중이용업소 및 위험물 업무는 소방의 큰 업무라고 할 수 있는데, 나는 위험물과 다중이용업소 민원 업무를 함께 담당했다. 위험물은 위험물안전관리법에서 인화성 또는 발화성 등의 성질을 가지는 것으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물품으로, 나는 주유취급소(소위 말하는 주유소), 제조소, 저장소 등의 허가와 완공을 내주는 업무였다. 보통의 직원들은 내가 맡은 업무를 맡고 싶어 하지 않아 한다. 왜냐하면 일은 일대로 힘들고, 민원인은 민원인대로 힘들게 하니까 말이다. 나는 이런 업무를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맡게 되었다. 하늘도 무심하셔라.
두 번째 위험물 업무를 맡고 난 지 얼마 안 돼서, 주유취급소 변경 허가가 접수되었다. 나는 예전의 기억을 되살리며(벌써 7년 전) 도면을 이리저리 검토했지만, 기억이 희미하게만 날 뿐이었다. 위험물 법과 해설서를 번갈아 찾아봤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나는 직원과 팀장님이랑 상의하면서 이 변경 허가를 어렵게 처리했고, 몇 주 후에 완공 검사를 위해서 주유소 현장에 나갔다. 그런데 도면과 다르게 설치한 구조물이 달라 보였다. 나는 위험물 업체 사장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 상태로는 완공이 불가하다고 설명했다.
그 후 업체 사장은 ‘주유소 내 구조물은 문제가 없다.’라며 몇 번씩 나를 찾아왔다. 나는 ‘구조물이 아니라 건축물로 봐야 한다.’라고 몇 번씩이나 자세하게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자기 생각을 바꿀 생각이 없어 보였다. 어느 날, 그 사장이 다시 사무실에 찾아왔다. 갑자기 사무실에서 큰소리를 치면서 난리를 쳤고, 내게 한마디 했다.
“밤길 조심해요. 내가 나름 여기서 활동하는 게 많은 사람이야.”
“네.”
나는 이런 수치스러운 말을 듣고도 가만히 있었다. 아무 말도 못 하고, 싸우지도 못했다. 싸울 용기가 없었고, 아무리 잘해도 싸우면 내 손해였기에 싸울 생각 자체를 안 했다. 어떻게든 이 상황을 모면하고 싶었다.
‘만약 내가 그 사장과 싸웠다면 누가 나를 책임져 줬을까?’
그날 밤 퇴근길에 혹시나 그 사장이 나를 해코지할까 봐 계속 뒤를 돌아봤다.
‘나도 참 한심스럽고, 바보 같다.’
그 후 나는 인사이동으로 다른 서로 옮겼고, 다음 위험물 담당자와 잠시 통화를 했다.
“그 위험물 민원은 도면 변경해서 완공검사까지 잘 끝났어요.”
처음부터 내 말대로 했으면 됐을 걸, 왜 그 사장은 처음부터 변경할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그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밤길이 무서워진다.
‘내가 조금 더 위험물 업무에 최선을 다했다면, 내게 용기가 조금 더 있었더라면, 내가 태권도 3단 아니라 4단이었더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