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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치치 Oct 20. 2022

나는 해결사

119안전센터 직원에게 전화가 왔다. 소방안전관리자(특정소방대상물의 소방계획서, 소방시설이나 그 밖의 소방 관련 시설의 유지지관리, 화기 취급 감독의 업무를 하는 사람) 선임 신고가 늦어진 대상이 있는데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잠시 그를 만나서 이야기했다.

“무슨 내용이에요?”

“아. 네. 신규 건축물인데, 소방안전관리가 선임 신고가 안 되어 있어서요? 신고가 기간이 지났고요.”

“건물주는요?”

“건물주는 자기는 잘못 한 게 없다면서.”

나는 그와 대화를 나누고, 그와 함께 문젯거리가 되는 건물로 갔다. 그리고 건물주를 만나서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건물주는 직원이 말한 그대로, 아무 잘 못 한 게 없다고 확고한 상태였다. 우리는 친절하게 인사를 하고, 사무실로 돌아왔다. 건물주와 대화하면서 ‘꼭 우리의 직원이 잘하지 못해서 신고가 늦어졌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우리는 전략을 짤 시간이 필요했다.

그다음 주에 나는 혼자 건물주를 찾아가서 한 30분 정도 대화를 나눴다. 이때도 완강했다. 그러나 실마리를 풀어줄 것을 찾아왔다. 건물주의 남동생이 000도에서 소방관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리고 그의 전화번호도 알아 왔다. 사무실에 도착해서 나는 남동생에게 전화했다.

“안녕하세요. 선배님. 저는 00 소방서에서 근무하는 김종하입니다. 혹시 000분 동생분 맞죠?”

“네.”

“다름이 아니라 누나분 건물의 소방안전관리자 신고 기간에 문제가 생겨서요. 선배님인 좀 누나 좀 이해시켜 주셔야 할 것 같아서요. 내용은 혹시 아시나요?”

“네. 그래서 제가 누나에게 기간이 지났으니, 과태료 내라고 했는데, 아직 안 냈나요?”

“네. 그래서 선배님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저도 누나가 소방 가족이셔서, 최대한 과태료 부과될 수 있게 빨리 처리하고 싶은데, 어렵네요.”

“그래요. 저도 민원 업무를 해봐서 아는데, 참. 제가 누나랑 통화할게요.”

“감사합니다.”

나는 건물주의 동생인 000도 소방관 선배와 통화를 했다. 며칠 후 건물주가 사무실로 찾아와서 동생과 통화했다고 말이다.

“그러면서 빨리 처리해주세요. 그리고 저는 잘못 한 게 없어요.”

“네. 빨리 처리할게요. 과태료는 부과되니까 알고 계세요. 저도 최대한 빨리 처리해서 과태료 부과 금액이 적게 노력할게요.”

건물주는 여전히 기분이 안 좋은 듯, 내 말을 듣자마자 사무실을 나가버렸다. 나는 신속하게 소방안전관리자를 신고 처리하고, 과태료를 부과했다. 몇 주 후 건물주에게 전화가 왔다. 

“과태료 금액이 왜 이렇게 많아요?”

“아. 네. 제가 최대한 빨리 처리해서 금액이 적어졌고요. 미리 납부하시면 20% 감경이 됩니다.”

“네. 뭐요?”

아무튼 그 건물주는 과태료를 부과했다. 그 후로는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나는 참 친절한 민원 담당자인 것 같다. 왜 이리 오지랖이 넓어서 해당 건물주의 동생과 통화해서 과태료를 받아내다니. 만약 건물주가 끝까지 신고하지 않는다면, 과태료가 아닌 벌금을 냈을 것이다. 내게 고마워해야 할 텐데, 아는지 모르겠다.

생각해보면 이게 맞는 민원 처리인 것 같다. 지금 상황에서는 과태료를 부과해야 하고, 이왕이면 민원인 입장에서 최소의 금액을 내면 서로 좋은 것 아닌가. 단, 나의 노력이 필요하지만. 그래도 해결되지 않을 것 같은 민원이 해결됐으니, 오늘은 시원하게 목욕하고, 시원한 콜라 한 잔 마시면서 편하게 발 뻗고 잠이나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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