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로 발로하는 운동을 못하는 나는 족구를 잘 못 한다. 그런데 생각보다 그렇게 못 하지는 않는 것 같다. 나는 체력단련 차 족구를 종종 한다. 공격은 못 하고, 수비나 토스를 한다. 우리 팀 공격수가 워낙 공격을 잘해서, 내가 토스를 개떡처럼 올려도 찰떡처럼 상대편 코트에 내리꽂는다. 상대편 코트에 내리꽂히는 공이 수비수를 막고 하늘 높이 떠 펜스 밖으로 멀리 나가면 괜히 신이난다. 땀이 날 것 같지 않은 족구지만 집중해서 족구를 하다 보면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고, 등짝은 금세 땀으로 범벅된다. 아. 맞다. 최근에는 인 아웃에 대한 판정에 어려움이 있어, var을 도입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var은 나이 많은 팀장님의 의견이 var이다.
우리의 족구는 20% 운동이고, 80% 웃음이다. 상대방이 공격 또는 수비하다가 웃긴 모습이 보이면 서로 깔깔대고 웃는다. 비웃는 게 아니라 그냥 그 상황이 재밌어서 웃음이 절로 나온다. 내가 공을 제대로 못 차서 헛발질하다가 넘어져 웃긴 장면을 연출하기도 한다.
사십 대의 터널에 들어선 나는 족구 실력은 느리지만 요즘 입사한 20대 후배들의 실력과 비교해볼 때, 내가 조금 더 낫지 않나 생각을 남몰래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친구들은 짧은 시간에 폼이 올라온다. 부럽지만 나는 노련미로 그들과 경쟁한다. (비록 노련미를 보여줄 실력이 안 되지만^^)
오늘도 족구 경기를 하면서 땀을 내고, 한바탕 깔깔대고 웃었다. 조직을 원팀으로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운동, 여기서는 족구일 것이다. 족구를 통해서 서로를 의지하고, 신뢰감을 형성할 수 있기에 말이다. 게다가 계급에 상관없이 오직 실력으로만 자리가 정해지기에 자기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고, 간혹 오버해서 욕을 먹긴 하지만. 다행히 내 연차가 조금 많아서 그런지 내게 뭐라 하진 않는다.
지금껏 족구를 즐겨하지 않았기에 6년 전에 산 족구화가 여전히 멀쩡하지만, 그전과 다르게 족구의 묘미를 알아가는 중이다. 족구판에서 승자와 패자가 나누어지지만, 그 과정이 참 소중하기에 말이다.
족: 족구를 하면
구: 구구절절 말하지 않아도 친해진다.
p.s.
연차에 따라 족구를 대하는 태도가 다름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