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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치치 Nov 01. 2021

B.M.W

오늘의 인생(20211101월)

양평에서 근무한 지 1년 4개월 만에 처음으로 B.M.W(버스, 메트로, 워킹)로 퇴근했다. 양평역 근처에 사는 직원과 역까지 20분 정도 걸어서 도착했다. 다행히 1시간에 두 번 지나가는 지하철을 10분 정도 기다렸다가 탔다. 역시 전철 안에는 사람이 별로 없다. 문산행 전철은 팔당역을 가는 동안 안갯속과 터널을 여러 번 뚫고, 먼저 지나가는 기차에 양보하니 팔당역에 도착했다.


나는 전철에서 '방구석 미술관' 중  멕시코 대표 화가 프리다 칼로 편을 읽었다. '예술은 예술로' 나도 예술로 승부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예술. 이 책에서 프라다 칼로가 이처럼 유명해질 수 있는 이유 중의 하나가 디에고(멕시코의 유명한 화가/프리다의 남편이나 소문난 바람둥이)의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한다. 부부 사이는 금이 갔지만, 프리다의 예술적 가치를 인정한 듯. 아니면 옛정이 있었을까. 어렵다. 남녀 사이란. 하여튼 중요한 것은 프리다의 그림은 전 세계적으로 가치를 인정받았기에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겠지. 참고로 멕시코 500페소 화폐에 프리다와 디에고의 얼굴이 인쇄되어 있단다.


혼자 프리다 생각을 하다가 팔당역에 도착했다. 다행히 하남으로 가는 마을버스가 대기하고 있다. 집까지 걸어갈까 고민하다가 버스에 올랐다. 항상 승용차로만 팔당대교를 건넜는데, 처음 버스로 건너니 기분이 새롭다. 운전할 때와 다르게 그동안 못 봤던 것들이 보인다. 한강 위로 피어난 안개 사이로 내리쬐는 강렬한 아침 햇살과 파란 하늘 배경으로 캔버스에 그린 듯한 가을 풍경이 내 눈에 들어온다.


마을버스를 타고 집에 가면 약 1시간이나 걸린다. 가을 풍경을 잠시 내려놓고, 검단산 역에서 내렸다. 지하철을 타고 갈까 하다가 카카오 바이크가 눈에 띄었다. 잠시 고민하다가 결제했다. 그리고 안장을 조절하고, 과감히 페달을 밟았다. 자전거를 타고 오랜만에 미사리 산책로를 달렸다. 다리가 조금 아팠다.


'전기 자전거인데, 힘이 들지?'


10분에 1,500원이고, 1분당 100원이 추가된다. 추가 요금을 줄이기 위해서 열심히 페달을 밟았다. 드디어 조정경기장 사거리에 도착했다. 그런데 신호가 길다. 이제야 알겠다. 사람들이 사거리 신호등에 공유 자전거나 킥보드를 세우고 가는 이유를 말이다. 신호가 길면 1분이 후딱 지나가고, 100원이 그냥 결제되니. 아 그렇구나. 다 돈이구나. 집 앞에 도착했다. 자전거를 잠그니, 2,100원이 정산됐다. 그래도 열심히 달렸네.


정산해보니, 차를 끌고 다니는 게 개이득이다. 그래도 가끔은 생각하고, 바람 쐬고 싶을 때는 뭐, 대중교통도 나쁘지는 않은 것 같으나 언제 또 타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


차-시간:30분 / 기름값:약 3,000원

대중교통-시간:120분 이상 / 차비:약 3.500원


p.s

집에 도착하니, 고양이 마루는 흔들의자에 앉아서 냥때리고 있다. 뭘 좀 아는 친구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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