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인생(20211109화)
잔소리하다가 내 그럴 줄 알았지
나는 잔소리가 많은 아빠다.
잔소리를 별로 안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내 생각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김솔, 일어났냐? 왜 안 일어나냐? 머리는 감았냐? 팬티는 갈아입었냐?”으로 시작해서 아침 잔소리가 시작된다. 다행히 주간 근무 날은 아침 7시 40분에 출근하기에 잔소리가 조금 줄어든다.
저녁에 퇴근하면,
“책상이 왜 이렇게 더럽냐? 고양이 마루 화장실은 청소했냐? 문제집은 풀었냐? 손은 씻었냐?”으로 시작해서 저녁 잔소리가 시작된다.
저녁 먹을 때면,
“왜 숟가락 세팅 안 하냐? 아빠, 일하고 와서 힘든데, 좀 도와주면 안 되냐?” 등으로 저녁 식사 잔소리가 시작된다.
잠잘 때가 되면,
“왜 빨리 안 들어가냐? 이빨은 닦았냐? 방 청소는 했냐? 일기는 썼냐?” 등으로 굿나잇 잔소리가 시작된다.
교회 형의 페이스북에서 형 아들이 쓴 시를 읽었다.
내용인즉슨, ‘퇴근하는 아빠를 기다렸다가 아빠한테 안기는 5초가 정말 행복하다’라는 내용이었다.
아. 우리 아이들은 퇴근하는 나를 기다렸다가 5초간의 행복을 누릴 수 있을까 궁금해졌다. 아마도 늦게 퇴근하는 아빠를 기다리지 않을까. 잔소리를 안 들으려고.
아, 이놈의 잔소리는 언제쯤 안 하려나……..
‘잔소리하다가 내 그럴 줄 알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