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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남매맘 딤섬 Apr 26. 2022

싹이 하나 나와서 일기예보를 본다.

그냥 나의 이야기


싹이 하나 삐죽 올라왔다.



코로나 이후 우리는 자연을 접할 기회가 줄었다

올해만 참으면 되겠지 했는데 장기화 되면서 나는 베란다에 작은 텃밭을 만들었다.

상추도 심어보고 방울 토마토도 심었다. 그때는 멋 모르고 막 뿌려대서 엉망이긴 했지만 재미있었다. 싹이 나는게 신기했고 매일 돌아가며 물을 주었다.

상추는 작았지만 우리끼리 샐러드를 해먹었다. 방울토마토 한개는 무럭 무럭 자라서 열매도 열렸었다. 말도 탈도 많았지만 아이들이랑 이야기 할 추억도 되었고 나쁘지 않았었다.


올해는 텃밭신청을 하고 싶었지만 하지 않았다

(이때 하루 확진자가 20만명이었고 계속해서 확진자수가 올라가는 상황이었다)

거리도  있었고 나는 선듯 신청하지 못했다

그렇게 텃밭 신청을 고민하고 있을  우연히 밑에 글에서 ‘베란 텃반 지원글을 보았다

자비 부담금을 조금 내면 집에서 텃밭을 할 수 있게끔 큰 화분과 흙 상추 모종을 지원해주는 것이었다. 이런 지원이 있었다니!! 하면서 바로 신청을 했다. 나가야 하는 부담감도 없고 작년보다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되 되었다


텃밭이 오자 모래를 넣고 어린 아이 두명은 모래놀이를 했다.

아직 씨를 뿌리기 전이라 괜찮다 생각했는데 모래놀이는 씨를 뿌리고도 계속 되었다

큰 애들도 나도 싹이 나는 걸 포기했다. 어린 아이들이 신나게 노는걸 보며… 얼마나 모래놀이가 하고 싶었을까? 이런 안쓰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래도 상추 모종이 있어서 매일 화단에 물을 주었다. 혹여나 하는 마음에 싹이 있는 곳에도 조금씩 물을 주었다



그런데 10일 후~ 우리가 싹을 심은 곳은 아니었지만 싹이 하나 삐죽 올라왔다

신기했다. 다음날 또 하나의 싹이 올라왔다. 싹이 나지 않을 꺼라고 생각했는데.. 싹이 나와서 더 신기했던 것 같다

싹이 나온 뒤 부터 모래놀이가 사라졌다!!

어린 아이들도 싹이 난게 신기한지 매일 같이 쳐다보고 있다.

매일 물을 주고 햇살이 비치는 날이면 햇살이 있는 쪽으로 위치도 옮겨주었다.



흐린날에는 싹이 괜찮을까? 한번 더 쳐다보게 된다.

작은 싹 하나가 우리를 조금 바꿔놨다.

“엄마 싹에게 물 주었어?”  “엄마 토마토는 언제 열려?” “꽃이 피었을 때 나비가 없어도 되?”

아이들의 궁금증은 계속 되었다

셋째는 그때 아장 아장 아기였는데 어느세 커서

싹에게 물을 주고 있다.


우리는 달라져 있다

작년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그걸 이 작은 싹 하나로 알게 되었다.


꽃이 피고 열매가 열리면 아이들은 또 어떤 질문을 할까? 얼마나 좋아할까? 이런 것들도 궁금하지만

나도 달라졌다

작년에는 아이들에게 맡겼었다. 그러다 보니 좀 엉성했고 열매도 제대로 열리지 않았었다

그래도 아이들이 했다는 것에 의의를 두었었다.


올해는 무슨 이유에서일까?


어느것 하나 아이들에게 맡기지 않고 있다

씨앗을 심기까지는 아이들이 했다. 싹이 나고 부터 내가 물을 주고 있다

일기 예보를 보고 ‘해’라고 되어 있으면 햇살 따라 화분을 옮겨주고있다.

종종 멍하니 싹을 바라 보고 있다.

나도 모르게 곧 클 방울토마토를 위해 작은 영양제도 2개도 준비했다.

작년과 달라진건 아이들만이 아닌 것 같다

나도 달라져 있다.



그냥 작은 텃밭 하나 있으면 좋겠다 생각만 했지… 해본적은 없었다.

코로나로 한번 해본게 다였다.

딱히 식물을  키우지도 못하고 관심을 가져본적도 없다.

그런 내가 집에서 작은 텃밭 하나 만들어 놓고 작은 싹 하나에 변화를 보이고 있다.

김칫국 마시듯이 “농사를 한번 배워볼까?” 이런 생각도 했다. 싹 하나 나게 하고 몇일 물주고 키웠으면서 농사까지 꿈꾸다니..어차구니 없지만

먼가 확실하게 ‘해볼까?’ 라고 생각한게 얼마만이지?

늘 먼가 해보고 싶다 먼가 공부하고 싶다였다. ‘먼가’는 정해지지 않았었다.


그런 나에게 그 ‘먼가’를 채워진적이 언제였더라?? 코로나 훨씬 전이었던 것 같다!!

시작할 계획은 없지만 .. ‘먼가’가 채워진 그 기분이 좋았다

이 싹이 나에게 답을 주지 않을까??


오늘도 나는 물을 주면서 일기예보를 보고 있다 ‘흐림’이라 해가 언제뜨나 또 쳐다본다.

축 쳐져 있는 상추잎을 보면서..어떻게 해줘야 하나?? 뒤척거린다.

작은 방울토마토 싹은 몇일 ‘흐림’도 괜찮은 것 같다

하나였던 작은 싹은 어느세 5개가 되었다. 언제쯤 열매가 열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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