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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축가 전소장 Oct 22. 2022

아파트 vs 주택 - 공간의 지향점

규격의 지향점과 비규격의 지향점

내 집짓기를 꿈꾸는 이들이,

가장 많이 하는 고민은,

'아파트를 선택하지 않아도 되는가?'이다.

이는,

우리 사회에서,

아파트가,

주거유형 대비,

성능과 수익이 우월하다는 인식이,

깊게 자리잡은 탓이다.


그렇다면,

내 집짓기를 결심하기에 앞서,

아파트 구매와 내 집짓기를,

다양한 측면에서,

비교해보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그럼, 공간부터 비교해보자.


우선 그에 앞서,

편의상 '내집짓기 =주택'으로 표현하기로 하고,

주택은 공간과 성능 측면에서,

아파트 이상으로 잘 지어질거라 가정하자.




아파트 단위세대(이하 아파트)는,

동일면적 기준 가장 넓어 보이는 집이다.

이는,

거실을 중심으로,

방과 주방이 중앙집중적으로 배치된 탓이다.

덕분에,

아파트는 한 눈에 모든 공간이 들어오며,

이동 동선 역시 최단거리가 된다.

한 마디로 아파트는,

동일면적 기준으로,

가장 넓어보이고 가장 동선이 짧은 집이다.  


그렇다면,

아파트는 왜 그렇게 생긴걸까?


첫째, 전통한옥의 DNA 때문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과거의 한옥을 떠올려보자.

한옥은 마당을 중심으로 채가 배치되는 구조다.

그리고 마당은,

다양한 행위가 일어나는 가능태의 사적 외부공간이다.

이 구조가 아파트로 치환된거다.

물론 이 과정에서,

외부와 내부로 직조된 한옥이 주는 공간적 매력은,

내부화로 제거되었다.

한옥 인테리어로 아파트를 꾸며도,

허무한 장식에 머무는 이유다.


둘째, 중앙집중식 평면은 경제적이다.

중앙집중식 평면은,

동일면적 기준으로,

벽체물량과,

그에 수반되는 내외부 마감 물량을 최소화한다.(1)  


다시,

아파트의 생김새로 돌아가서,

아파트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공간 구성이 매우 효율적이다.

사공간(dead space)이 하나도 없다.

다시 말해서,

침대와 수납장, 냉장고 같은 가구와 제품들을,

배치하고 사용하는데 있어,

최적화된 치수로 딱딱 맞아떨어진다.

이는,

브랜드로 아파트를 공급해온 건설사가,

오랜 시간,

하나의 평면 유형을 업데이트해온 결과다.(2)


정리해보면,

아파트는,

파악하기 쉬운,

편리한 기계와 같다.


대신,

공간이 주는 감흥은 매우 제한적이다.

긴장과 이완이 만들어내는,

공간의 리듬이 없고,

쓰임새에 있어,

상상의 여지를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주택은 공간의 리듬과,

쓰임새의 낭만적 가능성을 선사한다.

물론,

건축가의 재능이 발휘된 주택이라는 전제하의 얘기다.


예를 들어,

어떤 주택은 일부러 동선을 길게 만든다.

공간의 열림과 닫힘을 ,

리드미컬하게 연출하기 위해서다.

(한눈에 파악되지 않는 공간이 오히려 더 크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리고,

복도나 계단 같은 기능적 공간도,

경제적 치수 이상으로 모호하게 만든다.

기능적 공간을,

차 한잔 하는 머무름의 공간으로,

걸터 앉아 책을 읽는 공간으로,

혹은,

또 다른 낭만적 쓰임새의 가능성을 유발하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서다.


정리해보면,

주택은,

우와하게 표현해서,

시적 거주가 가능한 집이다.


그렇다고,

주택이 경제적 치수와 기계적 합리성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편리함과 편안함이,

그리고,

편리함과 낭만이 공존하도록,

해법을 내어놓는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그리고 선택적으로,

기계적 합리성을 후순위로 미루기도 하는 것이다.   




이렇듯,

아파트가 수리적 정답을 추구하는 공간이라면,

주택은 감흥적 해답을 추구하는 공간이라 이야기할 수 있다.


그러니,

집짓기를 꿈꾸기에 앞서,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내가 원하는 것이 감흥적 해답인지.




(1) 브랜드로 아파트를 공급하는 건설사는 항시 원가절감을 위한 노력을 한다. 공간을 표준화하고 벽체물량을 최소화하는 것이 대표적 예다.

(2) 브랜드로 아파트를 공급하는 건설사에는 상품개발팀 혹은 설계팀이 있다. 이 팀은 아파트 전문 인테리어 디자인 업체와 함께 단위세대를 생활의 기능이라는 측면에서 수리적으로 최적화하고 마감재 사양을 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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