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수업이라는 무대에 오른다.
수업은 교육의 본질이자 교사의 존재 이유이다.
교육 활동을 위한 여러가지 잡무가 존재하지만, 하던 일을 팽개치더라도 종이 울리면 교실로 뛰쳐가서 수업이라는 고귀한 행위를 해야만 한다.
교사와 학생 간에 이루어지는 수업 활동은 그누구도 방해할 수 없고 멈출 수도 없다.
고로 '수업'은 교사와 학생 둘 다에게 가장 강력한 권리이자 존재의 이유로 존재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소중한 수업을 교사는 어떻게 디자인하고 준비할까.
과거에 내가 학생이었던 시절을 떠올려보면, 선생님이 교과서에 있는 내용을 칠판에 잘 정리하여 전달하는 수준이었고 학생들은 빽빽하게 쓰여진 판서 내용을 공책에 그대로 옮겨 적는 행위가 주를 이뤘다.
물론 그당시에도 배움이 일어나는 수업방식에 관심을 갖고 실천하는 교사가 있었겠지만, 아쉽게도 내 기억엔 존재하지 않는다. 당시의 스승들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적 분위기와 교육 환경이 그랬다.
더군다나 내가 초임이었던 시절 역시 비슷한 방식의 수업이 주를 이뤘고, 간간이 웃기는 썰을 푸는 것으로 재밌는 수업이라는 평을 받곤 했다.
하지만 꾸준히 노력한 점은 하나 있었으니, 수업 시간에 가르치는 내용을 지금 우리의 삶과 최대한 연관지어 설명하려고 노력했고, 나중에 사회에 나갔을때 학생들이 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어떻게 써먹을 수 있을지 궁리하는 그런 수업을 고민했다는 것이다.
누가 가르쳐주거나 시킨 것은 아니다. 내가 신규 임용이 된 시절만 해도 ICT교육에 꽂혀 모두가 수업의 기술적인 부분에 더욱 혈안이 된 상황이었다. 교육과정 자체와 배움중심수업 같은 내용적인 측면에 대한 관심이 덜했던 시절이었다.
내가 수업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내용이 고민거리는 되는 건지, 고민하는게 옳은 건지도 모른채 나홀로 수업을 구상하고 아무와도 공유하지 않았던 시절이 그렇게 지나갔다.
그래서일까 삶이 여유로울땐 신박한 수업 방식을 떠올려 내기도 했지만, 정신적 여유가 없을땐 내가 받아왔던 고전적인 수업 방식으로 진도를 후다닥 빼곤 했다.
그러던 중 어느새 교육 현장에는 '배움중심교육'의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고, 그간의 수업에 대해 나홀로 고민했던 부분이 실상은 다른 교사들의 고민이기도 했으며 당연한 고민이었다는 허무함과 동시에 뿌듯함을 느꼈다.
그렇다면 배움중심수업을 베이스로 한 수업 디자인은 어떻게 하는 것일까?
말 그대로 '가르침 중심'이 아니라 '배움중심'이다. 학생 입장에서 내적으로 배움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초점이 맞춰지고, 실제로 배움이 일어날 수 있는 수업 디자인을 구상하는 것이다.
생각해 보라, 운전을 배우는 사람이 있다고 치자. 운전을 가르치는 사람이 운전 방법에 대해 최대한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 즉 기술적인 측면에 집중한다고 해보자. PPT로 내용을 구성하든 대본을 써서 정확하게 읽어주든 그 전달 방법이 중요한게 아니라, 운전을 배우는 사람이 운전 방법에 대해 진심으로 이해하고 실제 운전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운전만 할 수 있게 된다면, 말로 가르치든 글로 가르치든 뭣이 중허냔 말이다.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교육과정을 재구성하는 것이다.
물론 전체적인 교육과정은 국가에서 이미 정해놨지만, 교육 목표에 맞춰 내 과목에서 세부적으로 다뤘으면 하는 내용들을 재구성하는 일이다.
예를 들면 민주시민양성이 목표인 사회 과목에서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뽑자면 전반적인 사회 상식 및 개념 습득, 올바른 가치관 형성을 위한 가치 판단 능력, 사회 생활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합리적 의사 결정 능력 및 문제해결능력일 것이다. 이러한 역량을 키울 수 있는 내용과 활동을 수업시간에 단원 주제와 함께 녹여내는 것이다. 때로는 중복되거나 불필요한 단원의 내용은 과감히 삭제하기도 한다.
만약 1단원의 주제가 '사회현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이라고 할 때, 사회현상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한 지식과 이론을 습득하게 하고, 학생이 이를 바탕으로 실제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회 현상을 다양한 관점으로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수업 활동을 구상한다.
교사가 가르칠 내용을 다 가르쳤냐가 중요한게 아니라 학생 개인이 사회 현상을 이해하고 판단하는데 필요한 지식을 제대로 습득했는지, 이를 올바르게 사례에 적용하는지를 '확인'하는 작업이 중요하다.
그래서 요즘은 동료 장학 공개수업에서 동료 교사들은 수업하는 '교사의 행위'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수업을 받고 있는 학생 한명을 콕 찍어서 수업의 시작부터 끝까지 그 학생이 실제 이해했는지, 이해한 지식을 사례에 적용해서 잘 써먹고 있는지를 관찰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아주 바람직하고 의미있는 변화이다.
수업 디자인과 고민에 대한 내용은 너무 중요하고 방대하기 때문에 단편적으로 끝낼 주제가 아니다.
고로, 세부적인 수업 디자인 사례는 다음 편에 이어나가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아무튼 많은 교사들이 배움중심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는 수업 활동을 구상하여 매일 교실이라는 무대에 올라가고 있다. 다만, 쌍방향 무대이기 때문에 교실 구성원과 분위기에 따라 때론 실패하기도 하고 때론 벅차오를 만큼 만족하기도 한다. 그리고 서로의 성공담과 실패담을 공유하며 매일 성장하고 있는 중이다.
그럼 다음 편에서..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