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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감한 잇프제이 Jul 28. 2023

[교사 수업일지 2]내 판은 벌려드릴게! 알아서들 해!

내 판은 벌려드릴게~ 알아서들 해봐!

[수업일지 1]에 이어

학생에게 진정한 배움이 일어나도록 어떻게 수업 디자인을 해야하는지 이야기 해보려 한다.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교사 스스로가 무언가를 배울때 어떤 과정을 통해 깨달음이 일어나는지 역추적을 하여 그 과정에 수업활동을 덧입히면 된다,

사실 뭔가를 배우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잘 편집된 유튜브 영상 하나만 시청해도 금방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 문제는 알고자 하는 자의식과 의지가 없기 때문에 영상이든 교사의 설명이든 그냥 잡음으로 들릴 뿐이다.

고로, 배우고자 하는 의사가 전혀 없는 학생의 경우 안타깝지만 아무리 잘짜여진 수업 활동도 그들에게는 무의미하다. 이런 경우는 근본적인 문제부터 다시 풀어 나가야하는데, 지금은 최소한 배우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정한 배움이 일어나게 하는 수업 활동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한다.

다행인건 배움 의지가 많지 않은 학생들도 대부분 수업시간에 역할이나 책임이 주어지면 따라 움직여 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수업 시간에 모든 학생이 최소한의 역할을 맡게 하는 것이 꽤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가장 많이 활용하는 수업 유형은 모둠 학습으로, 학생들에게 각자의 역할과 지위를 부여하는데 아주 적합한 수업 모델이다. 더군다나 모둠 학습은 이론 및 개념 수업, 가치 판단 수업, 활동 수업, 심지어 문제 풀이 수업까지도 모든 유형의 수업에 적용할 수 있는 아주 유용한 수업 방식이다.

이때 학생들의 성향과 성취수준을 고려하여 아주 세심한 모둠 편성 작성이 이루어진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다.

학기초에 학급에서 이상적인 모둠을 편성하기 위해 담임교사에게 학생들의 성격 및 태도 유형 등을 묻기도 했고, 심지어는 mbti검사를 통해 모둠 편성 자료를 획득하기도 했다. 

리더 성향과 협조적 성향, 발랄한 성향과 수줍은 성향 등의 학생을 모든 모둠에 골고루 편성하고, 

이끔이/끄적이/지킴이/나눔이 등의 역할을 알아서 정하라고 하면 거의 10초 안에 정해진다. 애초에 각 성향에 맞는 학생들이 골고루 구성되도록 모둠을 편성한 덕이다. 


먼저, 강의식 수업에서 자주 활용되는 방법은 모둠 협동 학습인데, 

각자 맡은 학습 내용(분량이 대체로 적어야 한다)을 10~15분 가량 검색이나 질문을 통해 내용을 파악하고, 모둠원들에게 자신이 파악한 내용을 설명하고 가르치는 방식이다. 자신이 내용을 파악하지 못하면 모둠원들 모두에게 학습부재가 일어나기 때문에 기를 쓰고 내용을 알아내려고 노력한다.

이때 교사는 손을 번쩍 들고 궁금증에 목말라 있는 학생들의 질문에 적절히 대답해 주면 된다. 전체 수업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구세주 역할을 톡톡히 하게 되는 것이다. 

교사로부터 일방적으로 내용이 주입되는 것보다 자신이 스스로 깨달아 친구들에게 가르쳐야 하는 상황이 오면, 학생들은 확실히 내용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더나아가 의문점도 많이 갖게 된다. 친구들을 가르치기 위해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왜?'라는 질문을 하게 되는 것이다.


결과물이 나와야하는 활동 수업의 경우 모둠 활동은 더욱 빛을 발한다.

이끔이가 회의를 주도하고 활동 과정을 기획한다. 끄적이는 회의 내용과 결과물을 꼼꼼하게 작성하고 꾸민다. 지킴이는 교사가 알려준 규칙과 시간 등 준수 사항을 상기시켜 활동이 어긋나지 않도록 점검한다. 나눔이가 활동 도구나 학습자료 등을 배부하며, 활동이 끝났을 때 깔끔하게 환경을 정리한다.

물론, 아이디어는 모두가 제안하고 서로의 아이디어에 대해 모두가 적절한 반응을 해줘야 한다. 아무리 작은 역할이라도 자신이 맡은 역할을 수행하지 않으면 활동이 '완성'되지 않기 때문에 학생들은 또 기를 쓰고 자신의 역할에 충성한다. 수업 시작과 동시에 자신만의 뱃지를 달게 된 학생들은 한 순간도 졸거나 딴 짓을 할 수 없고, 뭐가 됐든 자기가 맡은 분량과 역할을 소화해 내다 보면 어느새 우리가 무엇을 위해 활동을 하고 있는지, 즉 수업 주제의 큰 흐름을 파악하게 된다. 

몇몇 학생들은 이미 큰 그림을 머릿속에 그려 놓고 자신의 역할을 소화해 내며 수업 내용을 강화해 나간다. 그렇지 않은 학생들도 지엽적이지만 어떤 한 부분에 대한 배움은 일어난 셈이다. 최소한 수업시간에 스스로 '생각'이라는 것을 하고, 유의미한 '활동'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꽤 의미있는 하루를 보낸 셈이다.



좀더 다양한 모둠 활동 방법도 있는데, 예를 들면 주제가 같은 학생들끼리 모여 내용을 탐구한 후 각자의 모둠으로 돌아가 모둠원들에게 내용을 가르치는 모듈수업이 있다. 모둠의 결과물을 벽에 전시하고 모둠끼리 돌아다니며 다른 모둠의 작품을 살펴보고, 질문과 응답을 통해 내용을 파악하는 갤러리워크 활동도 있다. 그 외에도 일대일 맞짱 토론, 학생들이 토론을 하다가 간혹 흥분해 막장 토론이 되기도 한다. 충분한 토론과 의견 나눔 후에 가장 바람직한 대안에 대해 투표를 하는 모의투표 수업 등이 있다.

뭐가 됐든 결론은 학생들을 살아 움직이게 하는 것, 그것이 배움이 일어하는 수업 디자인의 기초이자 핵심인 것이다. 


지금 이순간에도 학생들이 살아 움직이는, 진정한 배움이 일어나는 수업을 위해 고민하고 연구하는 많은 교사들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과 성적과 등급으로 판가름나는 입시제도가 지속된다면, 많은 교사들의 진땀어린 고민과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건 뭐 말해봤자 입만 아프다.

부디 진정한 배움이 일어나는 수업이 제도적으로 인정받는 그날이 오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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