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써만 말을 하는 건 아니다

소리여행_죽비소리

by 김승월

“따악 따악 따아악”

두 번은 짧게 그리고 마지막 한 번은 길게, 죽비소리가 3번 선방에 울려 퍼진다. 자세를 바로 잡은 선승들은 모든 동작을 멈춘다. 죽비소리의 여음이 스러지면서 선방은 이내 깊은 침묵 속으로 빠져든다. 경기도 수원 용주사 龍珠寺의 중앙선원. 스무 명이 넘는 스님들이 정좌하고 있으나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선방에서는 입선 入禪의 신호를 죽비로 한다. 죽비란 선가에서 사용하는 수행도구. 대나무를 길이 3분의 2쯤은 가운데를 타서 두 쪽으로 갈라지게 하고, 나머지 3분의 1은 그대로 두어 자루형태로 만든다. 죽비를 내리치면 캐스터네츠처럼 갈라 진 대쪽이 서로 마주치며 소리를 내게 된다.


죽비는 중국의 선림禪林에서 유래하여 보급된 것으로 전해진다. 불교의 발상지 인도에는 죽비가 없다. 석가모니는 대나무가 우거진 곳에 최초의 절 ‘죽림정사’를 세웠지만 죽비를 만들진 않았다. 대나무와 불가는 무슨 인연이 있어서 죽림정사와 죽비가 생겼을까? 이름을 밝히기를 사양한 스님 ‘무명납자(無名衲子)’다.

“대나무는 맑은 소리를 내지 않습니까. 특히 고요한 새벽에 죽비 소리를 들으면 정신이 아주 맑아집니다.”

죽비는 선방에서 선을 시작하는 입선과 선을 마치는 방선을 알리고, 법당에서는 예불의 시작과 끝을 알리기도 한다. 말을 삼가고 마음을 모아 정진하여야 하는 스님들에게 죽비는 더없이 유용한 신호 수단이다. 용주사의 성국 性國 스님이다.

“선승들이 ‘발우공양’을 할 때도 죽비를 치지요.”

스님들의 공양에는 상을 차려 식사하는 ‘상공양’과 보자기를 펴고 그 자리에 바루를 올려놓고 식사하는 ‘발우공양’이 있다.

“죽비를 치면 먼저 바루를 쌓던 보자기를 펼칩니다. 그리고 죽비소리에 따라, 물을 받아 돌리고, 찬을 받아 돌리고, 공양을 시작합니다. 몇 십 명이 한자리에서 음식을 나르며 공양을 해도 말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


‘입선죽비’나 ‘공양죽비’의 길이는 40센티미터 정도. 죽비를 오른손으로 쥐고 왼손바닥을 두드려 소리를 낸다. 또 다른 죽비로는 ‘장군죽비’가 있다. 길이가 90센티 정도나 되는 이름 그대로 긴 죽비다. 선방에서 규율을 담당하는 ‘입승’이 어깨에 메고 다니다가 자세가 바르지 않거나 졸고 있는 대중을 경책 할 때 사용한다. 성국 性國스님이다.

“선을 하게 되면 처음에는 정신이 말똥말똥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허리가 꼬부라지고 졸게 되지요. 선 禪을 해 본 사람들은 거의 다 맞아 봤을 겁니다. 아프지는 않아요, 따악 딱 소리가 나서 그렇지. 선을 많이 해본 사람은 죽비를 쳐주면 오히려 고마워합니다. “


장군죽비는 아무나 잡는 게 아니다. 군데의 지휘봉처럼 그 권한을 위임받은 사람만이 잡는다. 선방의 법이기 때문이다. 죽비는 함부로 치는 게 아니다. 정성껏 발심하여 대도를 닦으라는 정성으로 친다. 상대방의 심장이 놀라지 않도록 죽비를 일자로 세워 죽비의 끝을 바닥에 가볍게 두드려 알린 다음, 왼쪽 어깨에 한번, 오른쪽 어깨에 세 번 내리친다.


무명납자 無名衲子는 그렇게 맗한다.

“치는 사람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집니다. 상대방이 불심을 갖고 치면 그 감정을 그대로 느끼게 됩니다. “


말로써만 말을 하는 건 아니다. 마음이 담긴 죽비소리는 어떤 법문보다 효과적으로 불심을 일깨울 수 있다.


장군죽비 by Chat GPT

*이글은 1999년 KT 사보 '여보세요'에 필자가 기고했던 글입니다. 취재원의 연령은 그당시 기준입니다


#죽비소리, #선방, #불교수행,#대나무와불심 #용주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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