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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하며 배웠습니다

숫자가 아닌 마음으로 쓰는 글

by 김승월
글을 쓰며 배웠습니다.
독자의 수보다 더 소중한 것이 있습니다.



가볍게 땐 첫걸음


브런치에 올라온 글들을 보면서 내 마음을 들여다보았다. 나도 남들처럼 내 생각을 나누고 싶었다. 나를 알리고도 싶었다. 하지만 낯선 곳이라 머뭇거렸다. 시간이 가면서 안 하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만 같아, 떠밀리듯 내 이름을 올렸다.


방송과 커뮤니케이션을 업으로 살아온 나다. 주변에서 '글 좀 쓰네'라고 하는 말을 믿고 얼굴 내밀었다. 블로그를 20년 넘게 운영했고, 신문·잡지에 기고도 해봤으니, ‘브런치 정도야’ 하며 가볍게 들어왔다.


차가운 반응에 흔들리는 마음


현실은 차가웠다. 반응이 그렇게 적을 수가 있을까. 시큰둥해져 한동안 브런치를 열지도 않았다. 그러다 낙상사고로 입원하면서, 병상 이야기를 글로 풀어냈다. 그 글이 이어져서 <병상에 누우니 보이는 것들> 이름으로 연재했다.


사고 후유증으로 손가락이 떨려 오탈자 범벅이었다. 집중해서 쓰다 보니 잡념이 사라지고,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글쓰기는 어느새 나를 치료하고 있었다.


부끄럽지 않은 글쓰기


글쓰기가 기쁨만을 준 건 아니었다. 조금은 특별한 이야기를 썼다고 으쓱했지만 구독자 수는 제자리였다. 아쉬웠지만, 재활훈련이라 여기며 흔들리지 않고 써 내려갔다.


퇴원 후에도 글쓰기를 멈출 수 없었다. 이미 내 생활의 일부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반응이 좀처럼 늘지 않아 허전했다. 유튜브와 블로그의 '구독자 늘리는 법'을 찾아보고 따라 했다. 별 차이 없었다. 영어 사이트 '미디엄'에도 번역해서 올려 봤는데, 거기 반응은 훨씬 차가웠다.


구독자 수에 애달파하는 내 모습이 초라해 보였다. 부끄러운 글은 아니었을까. 지나친 욕심이 오히려 글을 망친건 아닌지, 거짓 마음을 담아낸 건 아닌지 나를 되돌아보았다. 그제야 보였다. 글은 남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 쓴다는 것을.


거울 속의 나를 보다


숫자는 그대로였지만, 내 안의 온도는 달라지고 있었다. 이제는 남의 눈보다 내 눈을 믿는다. 좋은 글보다 진실한 글에 매달리고 싶다. 부끄럽지 않은 글이라면 아무도 읽지 않아도 괜찮다. 글을 쓴 그것만으로도 그만이다.


브런치는 내 손을 잡아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말없이 이끌어 주었다. 글을 쓴다는 건, 결국 나를 비추는 일이다. 거울에 얼굴을 비춰보듯, 한 문장, 한 문장 속에서 나를 다시 본다.


글쓰기란 내 마음의 거울 앞에 서기.

오늘도 조용히 나를 다시 바라본다.


GRIN on Unsplash


브런치북 《병상에 누우니 보이네- 지나가고 나니 보이는 것들》,

다음은 기발한 이야기입니다. '고장 난 전기밥솥의 화려한 재취업'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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