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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는 힘이 있다

소리의 4가지 영향

by 미라인

“단 하나로 이 방안을 가득 채울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라디오 오디오제작> 강의 오리엔테이션 시간마다 내는 퀴즈입니다.

예. 그렇습니다. 촛불이죠. 촛불의 불빛이 방안을 가득 채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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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제가 기다리는 답은 촛불이 아닙니다. 예? 예!. 맞습니다. ‘소리’입니다. 소리는 한 공간을 가득 채웁니다. 말을 하면 방 안 모두가 듣습니다. 벌레가 울어도 방안의 모든 사람이 알아듣습니다.


소리는 어디에나, 언제나 있기 때문에 존재감이 없습니다. 촛불처럼 빛나지도 않습니다. 빛에 가려져 있는 셈입니다. 그렇지만, 감동적인 음악을 들으면 눈물이 흐르듯, 소리는 우리에게 알게 모르게 영향을 줍니다.


TED의 인기 강사로 유명한 영국의 쥴리안 트레저 Julian Treasure라는 분이 있습니다. 소리를 매개로 하는 사업 Sound Business을 펼치는 분입니다. 그분이 TED 강연에서 소리의 4가지 영향력에 대하여 여러 차례 강의했습니다. 다음 링크는 그중 하나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rRepnhXq33s


첫 번째는 소리가 생리적 영향을 줍니다. 예를 들자면, 소음입니다. 소음은 코티솔이란 호르몬의 분비를 자극해서, 혈압을 높이고, 숨을 가쁘게 만들며 뇌파에 영향을 줍니다. 소음이 정신적, 신체적 질환의 원인이 되니 선진국일수록 소음을 법적으로 규제합니다. 반면에, 잠이 안 올 때 파도소리를 듣게 되면, 쉽게 잠에 들 수가 있습니다. 파도에 따라서 길이가 다르지만, 대략 1분에 12번 정도입니다. 이 수치는 잠잘 때 숨 쉬는 수치와 비슷하다고 합니다. 해서 파도소리를 들으면 잠을 청하기 쉽답니다.


둘째는 심리적 영향입니다. 슬픈 음악이 슬픔을 느끼게 하는 것처럼, 소리에 따라서 감정이 달라집니다. 줄리안 트레저는 새소리, 바람소리, 파도소리를 들으면 심리적으로 편안해진다고 합니다. 지진이나 태풍과 같은 자연재해가 일어나면 새소리가 사라지죠. 새가 울면 자연환경이 평화롭다는 것을 인간 DNA 가 오랜 세월에 걸쳐서 기억하고 있답니다.


셋째는 인지적 영향입니다. 공포 영화의 주제곡을 들으면 무서운 느낌이 일어나는 것과 같은 것이죠. 소리에는 정보가 담겨있습니다. 소리를 들을 때마다 어떤 의미를 생각하게 되지요. 해서 여러 가지 소리를 동시에 들으면 어떤 생각에 집중할 수가 어렵게 됩니다.


넷째로는 행동에 주는 영향입니다. 빠른 음악을 들으면 자신도 모르게 빠르게 움직이고, 느린 음악을 들으면 느리게 움직입니다. 우아한 클래식 음악이 들리는 레스토랑에서는 천천히 식사하게 되고, 경쾌한 경음악이 울리는 패스트푸드점에서는 빨리 먹고 빨리 나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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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는 이처럼 알게 모르게 여러분의 생각과 행동을 지배합니다. 라디오는 TV보다 영향력이 크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믈방울이 오랜 세월 동안 떨어지면 바위를 뚫듯이 라디오로 어떤 메시지를 오래 듣다 보면 듣는 이의 의식세계에 깊은 영향을 받게 됩니다. 루스벨트 같은 미국 대통령은 물론 히틀러와 같은 독재자도 라디오를 이용했습니다. 지금은 사라진 <손석희의 시선집중>,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같은 프로그램이 정치적 영향력이 컸던 이유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도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은 영향력이 있습니다.


소리는 감성에 호소하기에 좋습니다. 라디오는 여러분이 느끼는 이상으로 여러분을 감성적으로 영향을 줍니다. 해서 라디오는 가요 인기에 영향을 주기 쉽습니다. 같은 노래를 오래 듣다 보면 익숙해지고 좋아지게 됩니다. 또한 어떤 라디오 프로그램에 익숙하게 되면, 채널을 돌리지 않고 오래 듣게 되는 거 같습니다. 라디오 진행자나 연예인이 한번 라디오에서 인기를 얻으면 쉽게 인기가 사라지지 않는 것도 같은 이치입니다.


소리는 힘이 없어 보이지만, 소리가 라디오로 전해지면 힘이 세집니다. 그래서 “라디오는 힘이 있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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