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을 한다

남편의 출근 돕기

by 김작가


운전을 잘하고 싶다. 안전하게 운전하고 싶다.


이정표와 신호를 확인하며 차량 흐름에 방해되지 않도록 멈칫거리지 않고 나아가고 싶다.

내 앞으로 급하게 끼어드는 차에 경적을 울리기보다 “바쁜가 보다” 이해하는 아량이 있으면 좋겠다.

내 뒤에 바짝 붙어서 위협하는 차량이 있다고 겁내지 않고 내 속도를 유지하고 싶다.

길을 잘못 들더라도 여유를 갖고 돌아가는 길을 발견하는 눈썰미가 있으면 좋겠다.

주차선에 맞춰서 한 번에 완벽하게 주차되지 않으면 두 번, 세 번 왔다 갔다 하더라도 안전하게 하고 싶다.

주차선을 넘어가서 다른 사람이 주차할 때 불편하지 않도록 내가 있어야 할 자리를 정리하고 싶다.

사람이 우선이라는 기본을 기억하는 운전자가 되고 싶다.

내가 배려받고 싶듯이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운전자가 되고 싶다.

급가속과 급정거로 아등바등하지 않고 전방 주시하며 운전하고 싶다.

쉬어갈 때를 아는 운전자이고 싶다.

때로는 뚫리고 때로는 막히는 길을 수용하고 싶다.




남편이 대학원에 진학했다. 학교에 다니려면 내가 출근을 돕는 게 좋다는 결론을 내렸다. 오래전 수술한 다리가 아프기도 하고 주차도 무서워서 30분 이내로 짧게 한 달에 두어 번 운전하던 내가 일주일에 두세 번 남편의 출근을 돕는다. 올해 발령받은 남편의 직장까지 집에서 대중교통으로 다니기가 어렵다. 버스를 2~3번 갈아타야 하고 배차 간격도 길고 도보 시간도 길다. 출근 시간만 2시간이 넘어간다. 아침 7시에 출발하여 1시간 10분에서 1시간 30분 소요되는 남편의 출근길에 함께 자동차를 타고 가서 집으로 돌아올 때는 내가 운전하기로 했다. 대학원에 진학한 남편은 수업에 참여하기 위해서 퇴근 후 광역버스를 탄다. 경기도와 서울을 오가는 도로의 교통체증이 심해서 학교 수업 시간에 맞추기 위해 내가 남편의 출근을 돕기로 한 것이다.


남편의 직장에서 집으로 돌아오다가 카페에 들러서 글쓰기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길 찾기나 주차를 두려워하는 나의 운전 실력 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나의 건강도 전보다 나아졌으니 어느 정도 움직여도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좋은 마음으로 시작한 남편의 출근 돕기인데 내가 바쁘다. 식사를 저녁에 다 준비하고 아침에 데워서 먹고 출발해도 아침 7시에 집을 나서기가 만만치 않다. 노트북과 마스크도 저녁에 미리 현관 앞에 가져다 둔다. 아침에 일어나서 하는 명상과 스트레칭을 할 시간이 없어서 잠시 절운동만 하고 남편이 운전하는 자동차에서 명상한다.


글 쓰러 가려고 주차장이 넓으면서 일찍 문을 여는 카페를 검색했다. 남편이 차에서 내린 후 내가 30분쯤 운전하고 가면 마땅한 카페가 있는데 낯선 길을 운전하기가 긴장되었다. 주변을 둘러볼 여력 없이 길 안내와 이정표, 신호에 주의를 모았다. 좌회전하라는 내비게이션의 안내를 따라가다 차선을 너무 일찍 바꿔서 한 블록 먼저 들어갔더니 좁은 길을 한참 돌아서 큰길로 안내하기도 했다. 길이 좁아서 다른 차와 부딪칠까 두렵고 갑자기 사람이 나올까 싶어서 조심스러웠다.


아침 9시 즈음의 이른 시간이라 카페 주차장은 한산했다. 옆에 차량이 없는 상태에서 주차하는데 선 안으로 들어가지 못해 다섯 번쯤 왔다 갔다 했다. 창문을 열고 차가 반듯한지 적절하게 선 안에 들어왔는지 확인하고 자동차의 시동을 껐다. 카페 문을 열며 “휴” 한숨이 났다.


카페에서 커피를 주문하고 2시간 동안 차 안에서 경직된 나의 뻣뻣한 몸을 풀어주려고 체조를 했다. 마땅히 체조할 공간이 없어서 화장실에서 했다. 체조하고 나니 호흡하기가 조금 수월해지고 피곤해서 울렁이는 느낌도 나아지는 것 같았다.


한 번, 두 번 횟수를 거듭할수록 운전은 나아지고 있다. 길 안내를 놓치면 내비게이션이 다른 길을 알려주니까 전방 주시하며 안내에 귀 기울이면 된다는 믿음이 생겼다. 주차할 때 앞뒤로 여러 차례 움직여도 안전한 주차에 집중하며 서두르지 않으려고 한다.




본격적으로 운전 실력을 향상하고 싶은데 이른 아침 움직이고 카페에 들러 글 쓰는 행위가 몸에 힘이 든다. 남편의 출근을 돕다가 두통이 발생했다. 경험상 두통은 몸이 경직되어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서 목 근육을 잘 풀어주면 나아지곤 했는데 이번에는 심한 계절성 알레르기까지 겹치면서 눈물, 콧물, 두통으로 정신 차리기 어렵다. 한 시간마다 잠이 깨다 보니 온몸의 컨디션이 엉망이다. 눈을 뜨고 있기도 힘들어서 남편의 출근을 돕지 못하는 날도 생겼다.


마음이 하고 싶은 대로 몸이 다 따라가기 어려워하는 몸이라 보살피면서 산다. 생각한 것보다 적게 움직이고 생각보다 몸을 많이 챙겨야 한다. 그런데 남편의 출근, 카페에서의 글쓰기, 운전 실력 향상이라는 달콤함이 몸 챙기기보다 더 좋아 보였다. 인생길을 가속했다.

알레르기와 두통으로 괴로워하는 몸을 위해 삶의 속도를 조금 늦춰서 운전해야겠다. 내일은 남편의 회사 가는 길 중간까지만 다녀오려고 한다. 카페에 가서 글쓰기도 몸 상황을 지켜보며 해야겠다. “운전 못한다”며 포기하는 게 아니라 내 전방 상황을 고려해서 조금 돌아가야겠다.


출퇴근이 힘들다는 말을 한 번도 하지 않은 남편에게 고맙다. 몇 번 남편의 출근을 돕다가 몸이 아파서 힘든 나와, 직장뿐만 아니라 대학원에 적응하고 공부하느라 얼굴 색깔이 탁해진 남편에게 친절해야겠다. 어린이 보호구역 지날 때처럼 주변을 둘러보며 천천히 운전해야 하는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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