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로 행복해지는 시간
행복이
건강이
사랑이 거저 얻어지는 줄 알았다
애간장 탔다
바라보고
마음 모으고
정성을 기울인다
행복, 건강, 사랑이 곁을 왔다 갔다 한다.
비가 내리려는지 흐린 날 핸드드립 한 커피가 안성맞춤이다. 콜롬비아 슈프리모 메델린의 향기가 집안 가득 퍼지면서 눅눅한 기운을 밀어낸다. 커피가 입안에 쌉싸름하면서 굵게 머물다가 목으로 넘어갈 때는 부드럽다. 비발디의 〈사계〉 음악까지 더했더니 의자에 앉은 채로 어깨를 살짝살짝 움직이며 리듬을 탄다. 커피 한잔을 마주하고 있는 이 시간 내 몸은 어깨뿐만 아니라 가슴을 들썩이고 허리를 흔들고 발가락까지 리듬을 타고 있다.
커피 내릴 때 어제의 내 말실수가 떠올라서 ‘아차! 실수했구나’ 알아차리고 “미안합니다”라고 정화했다. 말실수에 대해 정화하다가 핸드드립을 오래 해서 컵에 잘름 잘름하게 커피를 내렸어도 마음이 편안해지고 커피는 컵에 넘치지 않아서 감사하다. 이런 기운들이 커피에도 모였는지 오늘의 커피는 진하지 않으면서도 바디감이 깊다.
아침마다 한잔의 커피를 마신다. 몸을 위해 7개월 동안 커피 마시기를 중단한 적이 있다. 요즘도 가끔 커피 말고 다른 차를 마셔야 하지 않을까 고민하지만 핸드드립 할 때의 마음 모으기가 제단 앞에 청정히 서 있는 기분이 들어서 커피에 자꾸 손이 간다. 커피를 내릴 때 흐트러진 몸과 마음이 제자리로 돌아와 땅에 발을 디디는 느낌은 나에게 ‘편안하다’, ‘행복하다’는 감정에 접촉하게 한다. 찰나의 이 순간이 좋다.
나에게 행복감에 물드는 순간을 허락하려고 커피를 마신다. 커피를 준비할 때 깨끗한 마음 버튼이 자동으로 눌린다. 나는 커피를 내리는 순간, 마시는 순간이 행복하다. 좋은 경험과 접촉할 때의 행복감은 내가 살아 있어서 감사하고, 고단한 순간들을 연민으로 바라보게 되고, 사랑으로 나와 세상이 연결되어 따뜻하다.
나의 행복은 집중이 필요하다. 나의 시선이 고요히 머물러 경험해야 한다. 들쑥날쑥 떠오르는 기억과 감정에 끌려가지도 저항하지도 않고, 변화하는 감각에 몸을 맡겨야 한다. ‘지금’과 온전히 하나가 될 때 빛이 나면서 충만하다. 이런 경험이 “기쁘다, 매우 기쁘다”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도 준다.
나의 행복은 초점 맞추기다. 초점이 흐리면 운전하기가 어렵다. 오래 운전한 사람도 전방 주시에 소홀하면 사고가 나곤 한다. 길을 가려면 이정표도 봐야 하고 운전 중 여러 변수에 대응도 해야 한다. 커피를 내릴 때 초점을 맞추니까 내 자세가 반듯해지고 마음도 편안해진다. 신선한 원두커피 가루가 부풀면서 거품을 내며 향기를 뿜어내면 연인이라도 만난 듯 설레고 커피가 내려지는 소리는 싱잉볼의 떨림처럼 여운이 길다. 커피를 마시고 나면 카페인 성분과 이뇨 작용 때문인지 화장실에 3~4번 가지만 행복에 초점을 맞추는 커피 타임을 포기할 수 없다. 불안과 두려움이 불쑥불쑥 튀어나오고 긴장해서 몸이 경직되는 경우가 많은 나에게 의도적으로 행복과 접촉하게 한다. 나를 토닥거리며 스스로 돕고 있다.
집중해서 초점을 맞추며 행복에 물드는 순간을 허락하자 안전하고 행복하다는 경험을 하게 되고 내가 태어나서 살아있는 자체에 감사하다. 하루의 모든 시간이 충만하면 좋겠지만 찰나이다. 찰나가 모이면서 질적으로 깊어지고 양적으로도 늘어난다.
하루에 한 번이라는 제한이 커피를 대하는 기쁨을 증폭시킨다. 햇빛 찬란한 날이든지 비가 오든지 눈이 내리든지 바람이 거세든지 어떤 날이라도 한잔의 커피가 잘 어울린다. 하루에 여러 번 아무 때나 접할 수 있는 시간이 아니라 하루에 단 한 번이라서 가치를 두고 바라보고 마음을 모아 집중하고 정성을 기울이니까 더 좋다. 행복이 내 곁으로 온다.
나는 행복하다. 하루에 한 번 커피를 마시며 보장되는 행복 타임이 있다. 날마다 치러지는 나의 축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