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백조입니다만

일상

by 김작가

나는 ‘우아한 백조’다.

사람들이 나보고 편안해 보인다고, 건강해 보인다고 말할 때 백조가 떠오른다. 겉보기에 우아하게 물 위에 떠 있는 백조다.


차이콥스키가 작곡한 「백조의 호수」는 나쁜 마법사에 의해 백조가 된 왕녀가 밤에만 인간이 될 수 있는데 사랑의 힘으로 마법이 풀리고 사람이 된다. 백조는 몸이 크고 온몸이 순백색이라 우아하게 보인다. 백조가 물 위에 떠 있는 모습은 한가하고 평화로운 모습이지만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발을 열심히 움직인다고 한다.

나는 백조로 변신한 사람이 아니라 ‘우아한 백조’로 보이는 사람이다. 나는 우아해 보이지만 일상을 잘 챙기기 위해 나의 속도에 맞춰 발을 열심히 움직이는 사람이다.


아침에 잠에서 깨면 내 몸을 스캔한다. 그냥 벌떡 일어나면 발바닥의 통증으로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들기에 숨을 내쉬고 들이쉬며 몸의 감각을 관찰하면서 움직일 채비를 한다. 통증이 느껴지는 부위가 있으면 그 부분을 어루만지는 느낌으로 호흡하고 손으로 쓰다듬는다.

침대에서 일어나면 물을 데워서 음양탕을 마시며 입과 목을 촉촉하게 한다. 천천히 마시다 보면 밤새 건조해진 내 몸에 수분이 보충되는 느낌이다. 그 뒤에는 절운동하며 정화한다. 천천히 굴신하면서 뻑뻑한 몸을 깨우고 마음의 찌꺼기를 청소한다. 전에는 이 뒤에 바로 명상과 스트레칭을 했는데 요즘은 남편이 예전보다 1시간 일찍 출근해서 아침 식사 준비로 넘어간다.


아침 식사 후 설거지할 때 어깨와 등이 불편하다. 내 몸이 덜 풀린 상태로 아침을 챙기고 나서 힘이 든다. 등이 빠지는 느낌에 화내지 않고 상하체 스트레칭을 30분 동안 한다. 몇 년째 하고 있어서 동작과 순서를 모두 알아도 영상을 켜고 운동한다. 그래야 내가 속으로 박자를 세지 않고 호흡과 몸의 감각에 더 집중할 수 있어서 좋다. 스트레칭이 끝나면 호흡명상과 자애명상을 30여 분 동안 한다.


책을 읽을 때 오래 앉아 있으면 허벅지와 등허리가 당겨서 자주 몸을 일으킨다. 손깍지 끼고 뒤로 뻗어서 가슴을 펴주고 허리에 손을 얹고 뒤로 젖혀서 배와 허벅지를 풀어준다. 팔을 돌려서 어깨와 팔도 살핀다. 수시로 국민체조를 하는데 짧은 시간에 온몸을 보살피기 참 좋다. 안구건조증 심한 눈을 위해 책을 읽다가 자주 멈추고 눈을 감았다 뜨거나 눈을 감은 채 눈동자를 움직이고 손바닥을 비벼서 눈 주변을 어루만진다. 내 몸에 좋아서 이런저런 것을 하고 있다. 통증에 민감한 몸이 아니었으면 내 움직임과 감각을 알아차리며 보살피려고 이렇게 애쓰지 않았을 거다.


집안일을 조금씩 여러 차례로 나눠서 한다. 일이든 사람과의 관계든 무리하지 않으려고 한다. 전에는 자꾸 다른 사람들의 속도를 따라가려고 애썼는데 지금은 내 속도를 알아차리려고 한다.


나는 몸도 마음도 긴장을 많이 해서 수시로 이완이 필요하다. 외출 후 몸이 피곤해서 눕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 때도 절운동과 국민체조, 스트레칭 중에서 뭔가로 몸을 풀어준다. 간혹 제대로 풀어주지 않고 잠자리에 들면 밤새 앓곤 한다. 그러니 피곤하고 귀찮더라도 나를 위해 스스로를 보살펴야 한다.

한가해 보이는 백조지만 내 몸을 챙기다 보면 하루가 바쁘다. 몸이 피곤하지 않도록 시간 배분을 하고 설거지하든 머리를 감든 독서를 하든 뭔가를 하고 나면 몸을 풀어야 한다. 느긋하게 산책하고 나서도 마찬가지다.

통증을 느끼는 강도와 발병 횟수에 따라 삶의 질에 영향을 받을 뿐이지 사람은 아프면서 산다. 건강해 보이는 사람도 물어보면 아프다고 대답한다. 전혀 안 아프고 살 수 없는 존재가 사람이다. 몸이 통증이라는 메시지를 통해서 함부로 움직이지 않도록 돕기도 하고 성장의 발판을 마련해 주기도 한다.


내 몸을 관찰하고 보살피면서 사람들에게 건강해 보인다, 편안해 보인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지난 5년 동안 병원에 입원하지 않았으니 분명 좋아졌다. 입원해야 하는 상황으로 보일 때도 있었고 많이 아파서 서러울 때도 있었지만 잘 지나왔다

긴장하는 습관이 내 몸의 기운을 다 소진해서 통증으로 표출하는 것을 오랜 시간 경험하고 나서야 나를 책임지기로 했다. 통증의 강도와 변화를 보지 못하고 통증이라는 두려움 자체에 함몰되어 울기도 많이 했다. 어찌어찌 관찰하고 저항감 내려놓으면 또다시 밀려오는 통증에 도망치고 싶기도 했다. 그 마음조차도 수용했을 때 편안해지는 것을 경험으로 안다. 하지만 머리로 이해하고도 가슴이 따라주지 않고 발걸음은 더디기만 해서 애가 탈 때도 있다.


혼자 이런저런 통증을 마주하고 내려놓고, 또다시 마주하다 보니 한가하지 않은 일상이다. 그럴 때 누군가로부터 건강해 보인다, 편안해 보인다는 말을 들으면 ‘그렇다’고 대답하면서도 열심히 물장구치고 있는 내 발도 봐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백조가 물장구치느라 바쁘고 힘들다고 말해도 멀리서 지켜보기에는 그저 평화로워 보일 수도 있다. 각자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게 보일 테니 서운할 일은 아니다. 내 모습이 ‘우아한 백조’로 보이는 것을, 아름다운 일상으로 물들어 가는 징표로 삼고, 감사할 일이다.


직선으로 쭉 뻗은 인생길을 성큼성큼 가고 싶지만 나는 여전히 더듬거린다. 차이콥스키의 「백조의 호수」처럼 왕자와의 사랑으로 마법이 풀리는 것이 아니라 내 몸과 마음을 관찰하고 보살피면서 나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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