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

창문틀 닦으며 번잡한 마음 내려놓기

by 김작가

해야 할 일은 있는데 마음을 다잡을 수 없을 때 청소를 하곤 한다. 물건을 제자리에 정리하고 지저분한 부분은 닦으면서 번잡한 마음을 가라앉힌다.


시험을 앞두고 내내 안 하던 청소를 했던 경험. 면접을 앞두고 책상 정리를 윤이 나게 했던 경험. 남편에게 서운할 때 장롱과 서랍을 다 뒤집어서 낡거나 안 입는 옷가지들을 버렸던 일. 자식에게 화날 때 창고에 쌓인 물건들을 정리했던 일. 마음이 불안할 때 창문틀을 닦으며 ‘괜찮다, 괜찮다!’ 되뇌던 일.


기운이 쑥 빠지게 청소하고 나서 개운한 마음으로 할 일을 한다.

청소하며 몸을 움직이면 내 속에서 일어나는 시끄러운 소리가 잠잠해진다. 대상에 집중할 수 있는 여유 공간이 생긴다. 해야 할 일이 시작하기 어려울 때는 잠시 청소하면서 마음을 정리하면 좋다.

사찰의 빗자루질한 마당을 보면 기분이 좋다. 마당을 쓸어내린 빗자루 자국이 깔끔하게 정리된 수행자의 마음을 보는 것 같다. 사찰도 집도 마음도 날마다 청소가 필요하다.



창문틀을 닦는다. 먼지가 쌓여서 청소하려다 장마철이라고 미뤘더니 흙먼지가 켜켜이 쌓였다. 하얀색 물티슈가 창문틀에 닿는 순간 까만색으로 바뀐다. 창문틀 모서리에 거미줄도 자리하고 있다. 거미는 외출했는지 안 보인다. 창문의 반대쪽을 열어보니 거미 한 마리가 죽어 있고 참깨 크기의 절반보다 더 작은 무엇인가가 창문틀에서 움직인다. 거미의 형상이 되기 전인가 보다.

나는 손톱 밑이 까맣게 되도록 창문틀을 닦는다. 켜켜이 쌓인 흙먼지는 제법 힘을 줘야 닦인다. 내 마음의 때를 벗기는 느낌이다. 해야 할 일을 잘할 수 있을지 두렵다. 걱정되면 준비하면 되는데 두려운 마음은 준비하는 시간을 피하고 싶다. 도망치는 나의 태도가 못마땅하다.

서너 달 동안 청소하지 않은 창문틀의 먼지를 닦으려니 물티슈도 여러 장 필요하고 찌든 먼지는 힘을 줘야 닦인다. 멈추지 않고 계속 닦으니까 창문틀이 본래의 하얀색을 드러내며 깨끗해진다. 해야 할 일이 두려운 이유가 잘하고 싶어서다. 잘하고 싶은 만큼 못할까 봐 두려운 거다. 차근차근 하나씩 준비하는 과정에 조바심을 낸다.

“그렇구나!”

창문틀을 닦다가 부대끼던 내 속의 진실을 알아차리자 두려움, 걱정,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던 마음의 빨간불이 꺼진다. 내가 원래 그 일을 하려던 의도는 나의 경험을 다른 사람들에게 나누려는 거였다. 나의 경험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기를 소망한다. 경험을 나누는데 잘하고 못하고의 기준은 없다. 각자의 처지에 맞춰서 다르게 해석하고 다르게 받아들일 뿐이다. 나는 진심을 담으면 된다.



깨끗해지는 창문틀처럼 내 속도 정리가 되니까 마음이 가벼워진다. 경험을 공유할 때 이해하기 쉽도록 깔끔하게 전달하는 연습을 해야겠다. 글을 쓸 때 주제를 정했으면 벗어나지 않고 차근차근 써 내려가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직장에 첫 출근하면 모든 일이 낯설다. 업무뿐만 아니라 사람들과 어떻게 관계 맺어야 할지도 혼란스럽다. 능숙하게 일을 처리하고 사람들과 가까워지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나도 해보지 않은 일을 시작하려니까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다. 창문틀을 청소하며 낯선 일을 추진해 가는 과정에서 흔들리던 나를 수용한다. 마음이 여유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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