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가르쳐 주는 것

'죽음과 사랑'을 기억하고 '지금 이 순간' 살아가기

by 김작가

내가 죽음의 순간에 있는 꿈을 꿨다.


나의 등 뒤에서 무장한 사람이 총을 쏘고 몸 여기저기에 뭔가 쿡쿡 박혔다. 느린 화면으로 내 몸이 허우적대며 바닥에 쓰러졌다. 온몸의 기운이 쭉 빠져나가며 ‘내가 죽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장한 사람이 나를 이불로 싸서 끌고 가는데 남편과 딸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남기고 싶었다.


내가 전화통화를 요청했는지 모르겠는데 다음 장면은 이불에 몸이 말린 채 휴대폰을 붙잡고 있었다. 그런데 나의 목소리는 친정언니에게 하는 말이었다.


“언니, 딸한테 사랑한다고 전해줘. 딸을 부탁해!”


그 순간 ‘왜 언니에게 전화했지? 딸한테 직접 말해야 하는데’ 하는 후회와 안타까움이 밀려왔다. 무장한 사람이 나를 이불로 싸서 끌고 가는 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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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내 팔을 잡는 기척에 잠이 깼다.

꿈에서 총 맞았을 때 통증 없이 몸에 뭔가 쿡 박히던 야릇한 느낌과 기운이 빠지며 나의 감각이 사라지던 몽롱한 감촉에서 쉽게 헤어날 수가 없다. 언니에게 딸을 부탁한다고 말하던 목소리가 생생하다.


몸에서 감각이 사라지는데 죽어가는 중이라는 의식이 또렷했다. 가족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은데 내 의지로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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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가족과도 격렬한 감정에 휩싸이지 말고 부드럽게 이별하라며 모든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과정일 따름이라고 했다.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 부동심(不動心, Apatheia)을 강조하는 스토아 철학의 가르침에 따라 엄격하고 절제된 생활을 했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대표작 《명상록》은 반란과 침략을 막기 위해 분주하던 시절에 군대 막사와 전쟁터에서 쓰였다고 한다. 사랑하는 아들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아이를 잃은 슬픔을 이겨내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었다고 한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페스트, 홍수, 전쟁이 거듭 일어나고 빈부의 격차가 심해서 어려웠던 시기의 로마 황제였는데 전쟁터에서 돌아오다 페스트에 걸려 죽었다고 한다. 어젯밤 내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던 그 느낌을 떠올려보면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죽음을 맞이할 때도 별반 다르지 않았을 것 같다. 다만, 부드럽게 이별하고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받아들이는 연습을 했던 사람이니까 감정은 나보다 고요했을지도 모르겠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말이 마음에 와닿는다면 나이가 들었다는 증거라고 하던데 내가 그런 때인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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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기억하며 현재를 잘 살고 싶다. 내 몸의 감각이 사라지는 순간에 가족에게 하고 싶은 말이 떠올라서 당황할까 봐 두렵다. 더 두려운 일은 삶에 미련이 남아서 죽음을 거부하는 태도다. 마지막 순간에 나도 모르게 더 살고 싶다고 욕심부릴까 봐 겁난다. 죽음의 순간에 후회하지 않도록 지금의 일상을 잘 챙겨야겠다.


어젯밤 꿈속에서 내 몸의 감각이 사라지는 것이 두렵지 않았던 것을 보면 욕심부리지 않고 떠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나의 마지막 순간에 남편과 딸이 떠오르고 그들에게 사랑을 전하려고 하는 것을 보면 억겁의 인연이다. 이 인연과 부드럽게 사랑하고 부드럽게 이별할 수 있도록 사랑으로 물들이며 자연스럽게 살아야겠다. 꿈이 나에게 ‘죽음’과 ‘사랑’을 기억하며 ‘지금 이 순간’에 발붙이고 또박또박 살아가라고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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