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칠게 쏟아붓던 장마가 끝났다.
화마 같은 더위가 덮쳐왔지만 바싹 마르지 않는다.
장마가 흘린 땀인 습기가 더운 공기와 엉켜 끈적하다.
상담센터 창문을 열고 뜨거운 커피를 마신다.
커피가 뜨거워서 습하고 더운 공기가 신음 소리를 내며 물러난다.
등 뒤 에어컨의 인위적 차가움에 기대어 환기를 한다.
사실, 환기만 하려고 창문을 연 것은 아니다.
오전 상담이 끝나고 간단히 점심을 먹었는데 식욕이 없었다.
날씨 때문은 아니다.
내 식욕은 날씨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
마음 영향을 받는다.
문득 오후에 방문할 내담자에 대해 마음을 쓰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만나기 전인데 에너지가 대단한 걸.
오후에 만날 내담자는 사전 상담신청서를 간단히 작성했다.
<상담 질문지>
1. 현재 느끼는 어려움(증상)은 무엇이며 시작은 언제부터였나요?
귀신에 씌임. 어릴 적부터
귀신에 씌었다니.
조현증이거나 망상장애?
아니면 경계선성격장애가 악화된 상태일까?
정말 귀신에 씌었다면?
우선, 귀신이 있는지부터 생각해봐야 한다.
깊은 생각을 하기 전에 스치는 생각은 이렇다.
알 수 없다.
귀신이 있는지 없는지 어떻게 알겠나?
심리상담사 영역이 아니다.
무속이나 영의 영역이거나 내 영역이 아니니 접자.
그러면서도 머릿속에는 호러, 공포영화 장면이 스쳐간다.
내담자가 올 시간이 되었다.
20대 후반 남성, 회사원, 육군 만기 전역.
원가족에 대한 이야기는 적지 않았다.
조현증 관련 가족력을 살펴봐야겠다고 생각한다.
귀신이란 단어가 이토록 내게 영향을 주는 이유도 생각한다.
알 수 없는 세계에 대한 두려움, 어쩌지 못하는 힘에 영향을 받는 두려움이 내게 있음을 발견한다.
관련한 몇 개 에피소드가 먼지처럼 일어났다가 사라졌다.
'분석받을 때 다뤘었나?'
기억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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