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트 씨는 매우 바쁜 사람이다.
1회기 상담 회사 일이 많아 시간이 나지 않는다고 해서 두 번 상담 일정을 미뤘다.
3주 만에 다시 고스트 씨와 마주 앉았다.
고스트 씨는 지쳐 보였다.
나는 고스트 씨가 이야기를 시작할 때까지 기다렸다.
대부분 상담에서 상담자가 먼저 말을 꺼낸다.
일주일 동안 어떻게 지내셨나요?
그간 어떤 마음이셨나요?
하지만 때로 내담자가 먼저 시작하는 방식을 사용하기도 한다.
내담자에게 주도권을 건네는 것인데 대상관계이론을 활용한 방식이다.
상담에서 내담자가 먼저 말을 꺼내는 방식을 상담자가 제의하면 내담자 대부분 당황한다.
어떤 이야기로 시작하죠?
비슷하게 되묻지만 내담자들은 다양한 의미를 전달한다.
당황하지만 반가워하거나 기뻐하고 놀라거나 주눅 든다.
긴장하는 내담자는 마치 자신이 평가받을 것처럼 느낀다.
잘 말할 수 없을 것 같아서 떨린다고 한다.
머리가 하얗게 되었다고 말하기도 한다.
도저히 먼저 말을 시작할 수 없다고 거절하기도 하고 아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내담자도 있다.
나는 내담자가 어떤 이야기로 시작할 수 있는지 예를 들어 안내한다.
지난 상담에서 궁금했던 것으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궁금하다는 것은 긍정적이어도, 부정적이기도 합니다.
또는 지난 상담에서 말하고 싶었는데 미처 말하지 못했던 것이나 지난 상담 관련해 떠오르는 생각과 느낌으로 시작하셔도 됩니다.
떠오르는 것이 너무 뜬금없어도 괜찮습니다.
맥락 없이 떠오르는 것이 더 좋기도 합니다.
다시 상담에 오기 전까지 있었던 일 중 기억나는 에피소드로 시작해도 됩니다.
아니면 오늘 상담에 오면서 들었던 생각과 느낌, 상담센터에 도착해 대기실에서 떠오른 생각과 느낌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기도 합니다.
고스트 씨는 상담에서 자신이 먼저 이야기를 시작하는 방식 제의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여자친구와 헤어졌습니다.”
고스트 씨는 3주 동안 기억나는 에피소드로 시작했다.
커플의 헤어짐은 강렬하거나 덤덤하거나 관계를 살펴볼 기회가 된다.
그러나 고스트 씨 에피소드에서 핵심은 이별이 아니었다.
“사실 여자친구는 아닙니다.”
“좀 더 듣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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