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사 일상과 마음 2.
잠결에 이불을 끌어 덮는다.
밤잠을 이루지 못하게 극성이던 더위가 뒷걸음쳤다.
여전히 낮에 햇볕이 뜨겁지만
그늘에 있노라면
솔솔 가볍고 서늘한 바람이,
가을바람이 분다.
동네 공터 밤나무가 내어준 밤을
낡은 나무의자에 앉은 할아버지가,
시험을 망쳐 울 것 같은 학생이,
카페 계단에서 넘어져 컵과 무릎이 깨져 부끄럽고 속상한 청년이,
이력서를 넣었지만 면접도 보지 못한 중년이,
힘들게 살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 둘이,
반질반질 윤이 나고 토실토실한 밤을 받았다.
그들은 마음속으로 말한다.
그들은 서로에게 말한다.
"가을이 왔구나."
특별히 거둬들일 것이 없어도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다.
따로 심은 것은 없지만 그래도 괜찮다.
가을은 공터 밤나무 밤처럼 선물로 온다.
여름을 견뎌낸 사람들 마음속에 밤이 여러 알이다.
반질반질 토실토실 밤들이 마음속에 수북하다.
귀엽고 든든한 밤은 가까운 사람들을 떠올리게 한다.
밤 몇 알을 친밀한 그들 손에 들려주고 싶다.
그래서 추석이 생겼을까?
도시에 살지만 추수한 것처럼
송편을 먹고 전을 먹는 날.
함께 먹는 음식은 밤을 나누는 것과 같다.
단순히 혈연이라 나누기도 하지만
심리적으로 가까워서 나누기도 한다.
뭐든 좋다.
가을을 축하하는 의미와 추석 음식 나눠먹는 뜻으로
상담센터 입구에 간식 바구니를 준비했다.
약과와 정과, 비단 박하사탕 등이 들었다.
핸드 메이드 드립백도 함께.
상담센터를 방문하는 모든 분들은
누구나 필요한 만큼 가져갈 수 있다.
간식 바구니 앞에 선 내담자들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특별할 것 없는 작은 간식 봉투를 보고
작은 기쁨을 내담자가 누리기를.
간식 봉투는 내담자에게 드리는 밤이다.
음식을 나누고 마음을 나눈다.
추석에 친척이나 가족을 만나는 내담자도 있고
혼자인 내담자도 있다.
어떤 상황일지라도 괜찮기를.
동네 공터 밤나무의 밤처럼 간식 봉투를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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