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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네잎 Nov 26. 2021

책갈피에서 툭! 떨어진 시

-  『총, 균, 쇠』에서

북극 지방에 사람이 살기까지는 북아메리카의 다른 지역에 모두 사람이 살게 된 후로부터도 9000년이 더 걸렸다. 그러나 일단 현생 인류의 창의성이 발전된 후에는 다른 지역들을 탐사하고 적응하는 일도 신속하게 진행되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마오리족의 조상이 뉴질랜드에 도착한 후 쓸 만한 돌이 나오는 곳을 모두 발견하는 데에는 1세기도 채 안 걸린 것으로 보인다. 세계에서 가장 험한 지형을 가진 곳에서까지 모아새를 한 마리도 남기지 않고 전멸시키는 데에는 그로부터 다시 몇 세기밖에 안 걸렸다.     


- 재레드 다이아몬드, 『총, 균, 쇠』, 문학사상사, 2018, p70.                    




사회과 부도 



                   

책에 얼굴을 묻으니 기척이 먼 곳을 데려온다

너도 나처럼 부록으로 태어났구나안부가 촘촘하다   

  

눈을 감는다 서로 다른 위도와 경도가 섞인다    

 

태양이 헤엄치고 물고기가 난다

상상의 이동 경로는 자꾸 늘어난다  


어느새 아마존 열대우림     

나는 알몸으로 집을 짓고

나무와 동거를 시작한다 함께 광합성을 하고

요정을 점점 닮아간다   

  

갑자기 나무들이 쓰러지기 시작한다

새들이 불타는 숲을 떠난다

상상이 헐떡인다     


암흑의 날이 끝없이 팽창한다

되돌아오는 길을 잃었다  

   

살려줘 제발 살려줘 소리치다 눈을 뜨니     


 100년쯤 자다 일어난 것만 같다


 - 김네잎, 《모던포엠》 2020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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