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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영 Aug 17. 2023

2023년 아르코창작기금선정작
-나의 단어, 수호자에게

1

    문을 열자 구름 떼가 이리저리 흔들렸다. 쨍쨍거리며 제자리를 맴도는 구름 모양의 풍경을 지켜보다가 인기척에 서둘러 움직였다. 신도시에 자리한 소규모 서점은 마스크를 쓴 사람들로 북적였다. 입구와 가장 가까운 데에 세워진 세로 배너 옆을 서성이다가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았다. 잠시 뒤 ‘올해 SNS를 뜨겁게 달군 화제의 책’을 쓴 작가, ‘MZ 세대의 시선으로 난민 문제를 풀어냈다’고 평가받은 조윤정 작가와의 대화가 시작됐다. 책을 둘러싼 세간의 말들, SNS에 올린 글이 주목받으며 출간으로 이어진 과정, 난민 관련 갈등에 대한 작가의 입장 등이 이야기됐는데 아무것도 읽지 않고 참석한 나로서는 그다지 궁금하지 않은 내용이었다. 환한 얼굴로 머뭇거림 없이 말을 늘어놓는 작가를 나는 묵묵히 바라만 봤다. 그러니까 오늘의 마스크는 꽤나 유용한 가면이었다. 참석자들이 질문할 시간이 되자 누군가 물었다.


   “작가님. 제가 여기 오기 전에요, 글자들이 빼곡하게 적힌 판에서 가장 먼저 발견하는 단어가 올해 얻게 될 행운 같은 거라고 해서 그걸 했어요. 저는 작가님의 단어가 궁금한데요. 여기서 해볼 수는 없으니까 대신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나, 나왔으면 하는 단어가 무엇인지 말씀해 주셨으면 합니다.”


   “질문하신 분은 어떤 단어를 발견하셨나요?”


   “아, 전 환희요.”


   “멋진 일 년이 기다리나 보네요. 그렇게 되길 바라고요. 저는, 이런 질문 무서워요. 하하하. 한 줄로 정리하거나 주제를 밝히는 게 정말 어렵거든요. 이것도 비슷한 계열의 질문이고요.” 여기저기서 가볍게 웃음이 터졌고 조윤정이 말을 이었다. “저의 단어는….”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흐릿하게나마 들릴 뻔했던 그의 단어는 제자리를 맴도는 구름 떼가 쫓아냈다. 거리는 차가웠고, 너의 단어는 무엇이냐고 묻는 목소리가 귓가를 맴돌았다. 떨쳐내지 못하는 기억과 함께 나는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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