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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어느 한 칵테일 바에서

by 이정

(*이전과 이어집니다)



오늘도 역시 피곤하다. 그래도 내가 하고 싶은 가게를 운영한다는 것. 그것 하나만으로 몸을 움직일 힘이 생긴다. ‘오늘은 손님이 오실까?, 오신다면 어떤 손님일까?’ 생각하며 집을 나선다.


오늘은 오픈한 지 한 시간도 채 안되어서 손님이 두 분 오셨다. 문이 열리자마자 민아의 눈에 들어온 건 그녀들의 화려한 귀걸이. 턱선을 넘어서는 길이에 움직임에 따라 빛이 반짝이는 귀걸이를 3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두 명의 여자가 팔짱을 끼고 있었다. 긴 생머리를 가진 그녀는 무릎보다 한 뼘 위의 길이인 치마와 라이더 재킷을 입었고 단발머리를 가진 또 다른 한 명은 달라붙는 스키니 청바지에 깔끔한 흰 와이셔츠를 입고 있었다. 같은 여자가 봐도 그녀들은 정말 세련되어 보였다. 사실 민아는 관심 없는 척했지만 그녀들이 들어온 순간부터 힐끗힐끗 쳐다보았다. 자신들의 성공한 이야기, 주식투자에 관한 이야기, 화려한 삶의 이야기를 할 것만 같았고 나와 반대된다고 생각하는 그녀들이 마냥 부러워서일지도 모르겠다.


“어후, 오늘 정말 힘들었어. 팀장님은 왜 나한테만 그러는지 몰라.”

“그러게 말이야. 오늘이 월급날이라 그나마 참고 버티는 거지.”

“덕분에 오늘 이런데도 와보고... 한 달에 한 번은 와야겠어. 피로가 씻기는 기분이야.”

민아는 순간 ‘아차’ 했다. 그리고 겉모습만 보고 사람을 섣불리 판단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는 자신이 이내 부끄러워졌다. 그녀들은 그저 직장의 스트레스를 풀러 온 사람들이었다. 그렇게 직장에서의 스트레스를 한참 이야기하곤 곧이어 책에 관한 대화를 나누었다.


“난 요즘 넬레 노이하우스의 저서들에 빠져있어.”

“나도 예전에 그랬었는데. 그분이 쓰신 것들은 정말 다 내 취향이야. 너 ‘여름을 삼킨 소녀’ 봤어?”

“당연하지. 셰리든이 너무 매력적이었어. 나는 그래도 셰리든이 한 짓들에는 편을 들 수가 없더라.”

“정말? 왜 그렇게 생각했어? 난 셰리든이 너무 안타까워 보여서 그런지 그녀 주위에 있는 다른 사람들이 다 악마 같았어.”

맙소사, 민아가 평소 좋아하던 작가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그 대화에 정말 끼고 싶었다. 그리고 어느덧 화려하게만 보였던 첫인상은 연기처럼 사라졌고 오히려 그녀들 내면의 모습을 보며 더 멋있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민아는 반성과 동시에 본받을 필요가 있다고 느껴졌다. 그렇게 혼자 생각에 빠져있어 그녀들의 대화는 민아의 귀에 들리지 않고 있을 때 즈음, 자신에게 불쑥 나타난 한 종이 덕에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긴 생머리를 가진 그녀가 수줍어하며 민아에게 말했다.

“저어... 저희끼리 하는 독서모임이 있는데 혹시 생각 있으시면 여기로 연락 주세요.”

그리고 옆에 앉아있는 단발머리의 그녀가 말을 이었다. “저기 진열되어 있는 책들을 보니까 독서를 굉장히 좋아하시는 분 같아서요. 지금은 세 명인데 한 명이 더 있었음 해요.”


그녀들의 대화에 끼지 못해 아쉬워하고 있었지만 자신에게 먼저 다가와줘서 너무나 고마웠다. 그리고 또한 자신의 책들에게 감사했다. 민아는 그날 밤 삼각 하게 고민이 되었다. 그런 자리에는 한 번도 나가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이런 고민을 한다는 자체가 민아는 너무 좋았다. 또 오늘 일로 인해 자신의 안 좋은 습관을 깨우쳐 반성할 수 있었고 새로운 기회까지 얻었다. 하지만 민아는 이내 혼잣말로 되뇌었다.

‘행복한 일이 연달아 생기면 불안해. 언제 또 불행한 일이 닥칠지 모르잖아.’ 폭신한 매트리스 위에 누워 그녀가 건네준 종이를 다시 한번 또 보며 문뜩 이렇게 생각했다.


‘행복 때문에 불안하고 불행 때문에 불안한 거라면 행복을 +, 불행을 -라고 생각하면 되잖아? 그러면 0을 유지할 수 있어.’



(*다음 글과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