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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xhill Aug 13. 2023

ASSASSINATION: Part II

Skyy의 단편소설 <암살> 제2부

그림 속 한 광경 같은 축제와 고전적인 복장을 한 사람들.

비밀과 고뇌가 담긴 얼굴을 하고 긴 코트를 입은 채 걷는 여성.

거대한 건물로 향하는 차량.

그리고 계속되는 실패한 암살.

서로 조금씩 다르고 차이나도, 비슷한 장면들이 계속 반복된다.

총기, 검, 폭발, 고문......


그녀는 며칠 째 계속되는 이러한 꿈 중, 가장 생생하게 느껴진 꿈에서 거친 숨을 몰아쉬며 깨어났다.



지금은 군주가 지배를 시작한 지 수백 년이 지났다. 무섭고 사악한 힘으로 도시와 주변 지역들을 장악한 제국이었지만, 그 힘도 시간이라는 이름 앞에 결코 무사하지 않았다. 계속되는 저항과 제국의 내분으로 군주의 지배는 점점 힘을 잃어 갔고, 제국은 사실상의 쇠퇴기에 접어들었다. 그동안 존재했던 수많은 암살 시도는 말할 것도 없다. 그동안 제국은 수십 명의 군주들을 거쳐갔고, 그들 중에는 수많은 시도에도 불구하고 암살을 당한 자는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드디어 저항군에게 더 확실한 기회가 주어지는 듯했다.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도시의 축제날, 암살자가 다시 한번 군주의 목숨을 노리기 위해 밤을 나선 것이었다. 축제를 즐기며 웃고 떠드는 사람들의 머리 위로, 도시의 가장 높고 외로운 건물들을 누비며, 군주의 목을 노리기 위해 달려가는 그녀의 이름은 디(D)였다. 어릴 적부터 가난하게 자라난 그녀는 자연스레, 마치 운명이 정해놓은 줄에 이끌리듯 저항군을 따라갔으며, 20여 년의 세월 동안 싸움을 계속해왔다. 그녀가 태어나기 전부터 계속된 싸움 말이다.


군주의 건물 외벽에 매달린 디는 얇은 검은색 슈트를 입고 있었다. 어린아이가 본다면 만화 영화의 캐릭터라고 오해할 듯한 모습이었다. 디는 자신의 슈트에 새겨진 그림과 같은 조각을 하나씩 떼어냈다. 작은 커터칼 모양의 조각은 스티커를 떼어내듯 흐물흐물한 모습으로 떨어졌으나, 그녀가 몇 번을 흔들자 뾰족하고 단단한 모양이 되었다. 디는 칼을 이용해 건물의 유리벽에 구멍을 그리기 시작했다. 자신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구멍 말이다. 자신의 작은 몸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구멍이 완성되자, 그녀는 조심스레 유리를 떼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떼어낸 유리 조각을 품에 안은 채, 거미줄 위를 돌아다니는 거미처럼 무섭게, 하지만 고요하고 우아하게 건물 안으로 진입했다.


디가 들어온 건물 안은 조용하고 어두웠다. 디는 바닥에 발을 조심스레 디딘 채 자신이 들어온 구멍에 다시 유리 조각을 맞추었다. 그리고는 슈트에서 다른 조각을 떼어냈다. 그리고는 그 조각을 손으로 문질러 끈적끈적하고 점성이 있는 액체를 만들어냈다. 그리고는 그 액체를 유리조각이 잘라나갔던 가장자리에 바르기 시작했다. 곧 있으면 유리조각은 잘려나간 적이 없듯, 그 흔적이 깨끗하게 사라질 것이었다. 이와 같은 고급 기술은 이제야 저항군의 손에 들어온 것이었다. 저항군 내에서도 실력 있는 인물인 디의 손에 의해 드디어 처음 사용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어쩌면, 희망적으로는 마지막으로 사용되는 일이어야만 했다. 적어도 이런 용도로는 말이다. 디는 귓가에 박힌 귀걸이 모양의 장치를 눌렀다. 다른 저항군들에게 성공적인 진입을 알린 것이다.

이제 군주를 찾아야만 했다. 디는 수많은 시설에 잠입을 하거나 도둑질을 하는 데는 그 누구보다도 숙달된 인물이었지만, 도시의 심장, 군주의 건물에 잠입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러나 마치 예전에 이곳에 와 본 적이 있는 듯, 이미 해본 일인 듯이 숙련되고 긴장감 없이 그녀는 움직였다. 디가 들어온 곳은 버려진 작은 휴게실이었다. 중요한 정보나 장치가 있는 공간, 누군가 자주 들락날락거리는 장소도 아니었기에 건물에 침입한다면 그럴 장소는 이 한 곳밖에 없었다. 임무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디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치밀하게 짜인 이 암살작전을 수행하던 디의 마음에, 꿈속에서 본 이미지와 형상들이 조금씩 떠올랐다.


디는 예전까지 환영이나 귀신을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어느 날 자신이 겪지 않은 듯한 장면의 일부가 내면의 수면 위로 떠올랐고, 좀차 다시 가라앉지 않았다. 가끔씩 수면 아래로 가라앉더라도 자주 다시 떠오르는 이미지들이었다. 중요한 임무인 오늘 밤이 다가올수록, 그 빈도는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기본적인 생활이나 암살 수행에 지장이 갈 정도는 아니었고, 머릿속에 이미지가 떠올라도 여전히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행동하는 것이 가능했기에 디는 크게 불안해하지 않았으나, 혹시나 몰라 방문한 정신과에서 아무 이상이 없다는 소견을 받자 더욱 갸우뚱했다. 저항군이라는 신분을 밝혀서는 안 돼서 보는 이미지와 형상을 자세히 말할 수 없었다는 점이 디의 애를 타게 했다. 이런 생각들을 잠시 하다가 디는 군주가 있는 곳을 찾기 위해 다시 거미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




"거의 다 왔어.."



디는 순간 멈칫했다. 누군가 자신의 귀에 속삭이는 듯한 느낌이 들었을 뿐 아니라, 그 말을 정확하게 알아들은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환기구를 통해 조용히 기어가던 디는 자신의 앞을 노려보고, 다시 발 뒤쪽을 바라보았으나, 아무것도 없었다. 디의 귀에 달린 통신도구로는 이런 말을 할 수 없었다. 단지 다른 색깔이나 신호를 통해 위기, 성공 등 신호만을 전달할 뿐이었다. 이미지가 머릿속에 떠오른 적은 있었지만, 귓가에 환청이 들린 것은 처음이었다. 디는 이 알 수 없는 현상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없었다. 임무에 설마 새로운 방해물이 생긴 것은 아닐지, 또다시 암살이 물거품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닐지 등에 대한 이상한 감정이 스멀스멀 피어났다. 그 감정은 두려움 비스무리한 것이었다. 하지만 온갖 일을 하면서 두려움이나 불안을 거의 느끼지 않는 강인한 정신을 가진 그녀였기에, 디는 생각을 털어버리고 다시 기어가기 시작했다. 허나 마지막으로 디의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피어올랐다. 설마 초자연적이거나 영적인 것이 개입한 것은 아닐지.


군주가 이곳에서 멀리 있지 않았다.



군주는 어둠에 싸인 커다란 층의 정중앙에서, 유일하게 빛에 쌓인 커다란 테이블에서 술자리를 가지고 있었다. 그의 주변에는 측근들 그리고 요리사와 몇몇 여성들이 앉아 있었다. 환기구를 빠져나와 층의 구석진 곳에 유령처럼 소리 없이 웅크려 있는 디는 이 모습을 보자 데자뷔 비슷한 것이 스쳤다. 이미지에서 본 것과는 다른 장소와 다른 상황임에도, 같은 느낌들이 들었다. 암살 직전의 상황, 눈앞에 놓인 목표물 말이다. 디는 이런 이미지들을 생각하지 않으려 노력했으나 쉽지 않았다. 다행히 이미지들이 눈앞과 자신의 감각들을 모조리 가려 버리는 상황이 아니었기에, 디는 다시 정신을 가다담으면서 암살을 준비했다.

이번에는 스티커가 아닌, 허리춤에 달린 작은 원형 그리고 사각형의 부품들을 조각하기 시작했다. 부품들을 하나씩, 마술을 부리듯 재빨리 조립하자 어느덧 디의 손에는 총기가 들려 있었다. 작지만 소음기가 달린, 조용하고 재빠른 죽음을 선사할 수 있는 무기였다. 마침내 목표를 달성하기 직전이었다. 여기서 아무것도 틀어지면 안 되는, 중요한 상황이었다. 디는 조심스레 총을 들어 올렸다. 중앙이 놓인 하나의 작은 식당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이 층 이곳저곳에 약한 빛을 그렸다. 디는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도록, 어둠 안에 머무르는 선에서 최대한 가까이 가야만 했다. 거미가 먹이를 향해 조심스레 이동하듯, 디는 엎드려서 팔다리를 움직였다. 그녀의 몸은 전혀 떨리지 않고 우아하고 정확했으나, 디의 마음속에서는 작은 동요가 일어나고 있었다.


어디선가 서걱서걱하는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음식을 써는 소리일까? 내 주변에 무엇인가 있나? 디는 주변을 다시 확인했으나 위협이 될 만한 것은 없었다. 이 주변에는 경호원이나 병력도 없었다. 계속 이동하던 디는 문득 이 소리가 얼마 전 들린 귓속말 환영과 비슷하다는 점을 알아차렸다. 조금은 더 뚜렷하게 들리는 이 소리는 너무나도 비슷했다. 서걱서걱하는 소리는 마치 누군가 낮고 작게 속삭이는 말을 알아들을 수 없는 상황과도 같았다. 디는 이 상황이 계속된다면 임무에 실패할 것이라는 걱정을 떠올렸다. 차갑고 정확한, 기계와 같은 디의 마음이 마침내 불안이나 걱정이 다가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도 그녀의 일생 가장 중요한 임무에서 말이다.


디는 더 이상 지체한다면 임무를 실패하고 자신도 위험해질 것을 알아차렸다. 디는 어느새 뛰기 시작한 가슴을 진정시키고 불안을 억누르듯, 손을 들어 올렸다. 작은 총을 손에 든 채, 총기의 끝은 너무 멀리도 너무 가까이에 있지도 않은 군주를 향한 채로. 디는 숨을 가다듬었다.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숨을 내쉰 채, 디는 방아쇠를 당겼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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