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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xhill Sep 15. 2022

글은 계속 써내려간다

오늘은 수업이 일찍 끝났다. 거의 20분 정도 일찍. 이제 다음주 월요일 한 시까지 놀 수 있다. 물론 해야 할 과제도 있고 읽어야 할 단편소설도 있지만 - 오늘 안으로 잘 하면 끝낼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나머지 3일 - 금요일 토요일 일요일 - 은 쉬기도 하고 자기 계발도 하고 책도 읽으면서 즐겁고 소중하게 보내야지.


지금 이 글도 지하철에서 쓰고 있고 앞으로도 가능하면 글을 계속 써갈 예정이지만, 지하철에서 글 쓰는 데 어려움이 조금 있는 것 같다. 첫째로 너무 중요하거나 쓸 말이 많은 소재, 아직 생각이 충분히 덧붙여지지 않은 소재에 대해서는 글을 쓰기 어렵다. 저런 소재들은 집에서 책상에 앉아, 혹은 침대에 누워서 핸드폰이나 컴퓨터 자판과 화면이 아닌, 공책과 연필을 가지고 글을 써야 할 것 같다. 그것이 길고 중요한 소재들을 다루는 방법인 것 같다.


지금 가지고 있는 소재들을 다 써버린다면? 예전부터 주말이나 휴일같이 시간이 많이 남는 기회가 주어지면 그때 내가 가지고 있는 글쓰기 주제들을 다 비워 버리겠다. 다짐도 하곤 했지만 역시 제대로 이루어내지 못했다. 내가 아직 다룰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거나, 아픈 주제들이 섞여 있는 것 같다. 예를 들어 내 마음속에 오랫동안 쌓여 있던 고민거리나 나를 불안하게 하는 점들. 진로 고민 등 현실적이고 중요한 무거운 주제들. 그런 소재들을 집에서 연필로 써야 한다고 느끼는데 정작 집에서도 쉽게 글을 쓰지 못해왔다.


솔직히 이번에도 그 리스트를 다 비우는 게 가능할지는 모르겠다. 리스트를 비워 버리고 싶기는 하다. 언제까지나 생각해볼 거리들을 메모장이나 서랍에 꽁꽁 숨겨 두기만 할 것인가. 한 자리에 계속 머물며 안주하지 말고, 한 걸음씩이라도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현재의 과제와 고민들을 해소하고 미래를 맞이해야 한다. 후회없는 삶, 알찬 삶을 위해서는 그렇게 해야 한다.


특정 소재에 대해 글을 써야겠다 마음먹고 쓴 게 아니고, 집으로 가는 지하철에서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이 글이라도 쓰자 해서 핸드폰 자판을 두드려 쓴 글이다. 두서 없다고 느껴질 수도 있고 내용이 없다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지하철에서 습관적으로, 중독된 사람처럼 각종 앱을 껐다 켰다 돌아다니고, 제대로 보지도 않을 유튜브 영상들과 제대로 듣지도 않을 음악들로 감각을 마비시키던 며칠 전의 내 모습보다는 훨씬 나은 것 같다. 앞으로 지하철에서 계속 글을 써볼 예정이다. 지하철에서 공책과 연필을 꺼내들고 글을 쓰는 것은 무리이니 일단은 이렇게 핸드폰으로. 써보니 그렇게까지 나쁘지 않다. 브런치에 글을 쓰지 않을 수도 있고 단지 내 메모장에 글을 쓰고 거기에 계속 놔둘 수도 있다. 특정한 주제 없이 그냥 이렇게 현재 상황이나 글쓰기에 대한 내 느낌을 쓸 수도 있다.


그래도 일단은 계속 써보는 게 좋을 것 같다. 내 기존 습관들과 중독을 바꿔보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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