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사 억울한 중이병 씨2
중이병 씨의 억울함의 시초를 좀 더 거슬러 올라 가 보자.
그때 나는 초등학교 3학년이었다.
어느날 우리 동네에 마늘 장사가 왔다.
나는 그날 촐라 집에서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히도록 고무줄로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고' 있었다.
마늘 장사가 촐라 집에 오자 촐라 엄니와 아부지는 접으로 묶은 마늘 단을 마당에 한 줄로 길게 늘어 세웠다.
마늘 장사가 단을 세기 시작했다.
그런데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다가 흘깃 보니까 촐라 아부지가 마늘 장사가 세어 놓고 지나간 마늘 단세 개를 아직 세지 않은 쪽으로 슬쩍슬쩍 옮겨 놓는 것이 아닌가?
여차저차해서 상인이 마늘 값을 치르려는 순간에 나는 손을 번쩍 들었다.
-저기요, 마늘 잘못 셌어요. 22개가 아니라 19개예요.
셈을 치르려던 마늘 장사는 다시 마늘을 셌고 19개 값을 치렀다.
그리고 나는 촐라 아부지의 미움을 사서 한동안 촐라랑 전우의 시체를 넘을 수 없게 되었다.
*대체 내가 뭘 잘못했냐고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