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1학년. 여덟 명의 아이들이 내 앞에 앉아 있었다. 예고 입시를 준비하는 중학교 3학년에게 글쓰기 수업을 한 적은 있지만, 이 나이대 아이들은 처음이었다. 인사를…, 어떻게 해야 하지? 시작부터 걱정이 먼저 앞섰다. 더군다나 뒷자리에는 센터장이 노트를 펴고 앉아 나를 지켜보고 있다. 바짝 마른 입술을 적시며, 나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말을 꺼냈다.
"안녕. 내 이름은 윤희웅이야. 너희 부모님보다는 내가 나이가 많을 거야. 근데 난 나이 신경 안 써. 그리고 반말을 좋아해. 너희도 나한테 반말해도 돼. 그렇다고 욕은 하지 마. 욕은 나쁘니까. 호칭도 편한 대로 해. 그냥 '희웅아'라고 불러도 되고, 희웅씨도 괜찮아. 글을 쓰는 순간 너희는 작가니까… 나는 너희들을 작가라고 부를게."
나는 살짝 웃으며 물었다.
"자, 그럼 나를 뭐라고 부를 거야?"
잠깐의 정적이 흘렀다. 아이들은 서로 눈치를 살피더니, 한 아이가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
"… 강사요."
아, 그렇구나. 강사. 나는 그냥 강사였다. 말로만 듣던, '요즘 아이들'이었다.
수업이 시작됐다. 아이들의 눈빛은 허공을 떠다녔다. 분명 자발적으로 신청했다고 들었는데… 정말 관심이 있는 걸까? 나는 강단에서 내려와 아이들 곁으로 다가갔다. 최대한 눈을 맞추며 이야기했지만, 아이들의 시선은 여전히 나를 비껴갔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었다.
"자, 이번엔 한 명씩 돌아가며 대답해 볼까?"
아이들의 시선이 잠깐 나에게 향했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여전히 간단했다.
"모르겠는데요."
"생각이 안 나요."
"좋아, 그럼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면 '패스'라고 해. 하지만 한 바퀴 돌고 나면 반드시 대답해야 해. “
이렇게 조금씩 질문과 대답을 주고받으며, 2시간의 첫 수업이 끝났다.
수업을 지켜보던 센터장과 교실을 나서며 이야기했다.
"아이들의 시선은 도대체 어디를 보고 있는 거죠?"
"요즘 아이들은 다 그래요. 그래도 아이들이 수업을 잘 듣던데요."
"잘… 들었다고요? 시선은 딴 데 있던데요."
"안 듣는 척하면서 다 듣고 있어요. 잠잔 아이는 없었잖아요. 그리고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질문하고, 칭찬해 주시는 모습이 좋았어요. 요즘 칭찬해 주는 선생님들이 많이 없어요."
"아이들이 대답을 잘해서 칭찬했죠. 다들 똑똑하던데요. 그런데… 정말 칭찬해 주는 선생님이 많이 없어요? 왜요? “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선생님과 아이들이 따로 놀아요."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나는 생각이 많아졌다. 허공을 헤매는 눈빛, 무심하게 던지는 대답, 그 속에 숨어 있던 조용한 집중. 아이들은 아마 자기만의 속도로, 방법으로 배우고 있었던 것 같다. 나는 그걸 믿어주지 못했던 것뿐이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표현하지 않을 뿐이다.
8번의 수업이 끝날 때쯤, 아이들도 나도… 조금은 자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