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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희웅 Oct 17. 2023

주원

 “주원 씨, 내일은 토요일이에요. 토요일은 수업이 없어요. 저번 주처럼 학원에 오면 안 돼요. 알았죠.”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민망해하는 주원이 곁으로 다가갔다. 주원이의 어깨를 다독이며 한마디를 했다.     

 “아무리 선생님이 보고 싶어도 월요일까지 참아야지. 선생님이 그렇게 예뻐? 선생님이 그렇게 보고 싶었어?”

“아니요. 선생님 안 예뻐요.”     

 

 주원이의 예상치 못한 대답에 선생님을 제외한 모두가 웃음이 터졌다. 주원이의 첫인상은 세상사 모두 귀찮은 40대 아저씨였다. 불룩한 배가 도드라지는 가로무늬 티셔츠, 할아버지가 입을 법한 체크무늬 반바지, 긴 목 양발, 그리고 샌들을 신고 있었다. 수업 내내 다리를 꼬아 앉아 허공을 응시하는 모습은 하염없이 물을 바라보며 서 있는 왜가리 같았다. 바리스타 수업은 특성상 뜨거운 물과 스팀이 많았다. 항상 곁에 있는 선생님이 부담스러운지, 아니면 재미가 없는지 주원이는 수업 시간에 자주 밖으로 나갔다. 주원이의 수업 이탈은 자연스럽게 선생님의 수업 이탈로 연결되었다. 수강생들의 불만이 표출될 무렵 나는 선생님을 대신해서 주원이를 찾으러 나갔다. 주원이는 학원 근처를 맴돌고 있었다. 나는 주원이와 걸음을 맞추며 학원 근처를 한 바퀴 돌고 편의점 앞 테이블에 앉았다.      

 “나는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은데 주원이도 아이스크림 먹을래?”     

우리는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사람들을 구경했다. 주원이는 지나다니는 많은 사람 중에 또래의 아가씨들을 유심히 보는 것 같았다. 

“주원아, 너 여자친구 있니?”

“없어요.”

“여자친구가 있어야 세상이 아름답고, 행복해지는데. 수업 같이 듣는 나영이는 어때? 마음에 들어?”     

주원이는 다 먹은 아이스크림 막대만 쳐다볼 뿐 대답이 없었다.

“주원이는 꿈이 뭐니?”

“사무보조원이요.”

“사무보조원은 직업이고, 나는 주원이의 꿈이 궁금해. 꿈 알지?”

“꿈 알아요.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그럼 다음 주에 생각해 보고 말해줘.”     

 

 주원이에게는 루틴이 있었다. 자전거를 타고 학원에 올 때 바로 들어오지 않고, 학원을 한 바퀴 돌고, 편의점에서 캔 커피를 먹었다. 비가 오는 날도 그 루틴은 여전했다. 비를 맞으며 학원을 한 바퀴 돌고, 비를 맞으며 캔 커피를 마셨다. 또한 학원 앞에 자전거를 두지 않고, 멀리 떨어진 어린이놀이터 앞 자전거 거치대에 자전거를 보관했다. 아무리 수업 중이라도 12시가 되면 산책했다. 무엇이든지 자세히 보면 보인다. 우리는 다만 자세히 보지 않을 뿐이었다. 12시에 주원이와 학원 근처를 두 바퀴 돌고 편의점 앞에 앉았다. 우리는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주원이 꿈 생각해 봤어?”

“동생이랑 같이 살고 싶어요.”

“동생은 지금 어디 있는데?”

“학교에 있어요.”

“동생은 몇 살이야?”

“스물다섯 살이요.”

“주원이는 동생을 좋아하는구나. 동생이랑 같이 살고 싶어?”

“네. 동생이랑 같이 살고 싶어요.”

“그러면 엄마, 아빠는 같이 살기 싫어?”

“아니요, 엄마, 아빠랑도 같이 살고 싶어요.”


 주원이는 오늘도 자전거를 타고 왔다. 학원을 한 바퀴 돌고, 어린이 놀이터에 자전거를 보관하고, 편의점에 들러 캔커피를 마셨다. 

“주원이 안녕?”     

 주원이는 오늘도 어김없이 나를 무시하고, 자리에 앉았다. 나는 주원이 곁으로 다가가 다시 한번 인사했다.   

“주원아, 아침에 사람을 만났으면 반갑지 않아도 인사는 해야지. 주원이 안녕?”

“안녕하세요.”

“그래, 오늘도 재미있게 공부하자. 파이팅! 주원아 내가 파이팅 하면, 파이팅 좀 같이 해줘. 내가 귀찮니?”

“네.”

“내가 귀찮구나. 미안하다. 조심할게.”     


 교실에 있던 사람들이 웃으며, 주원이에게 인사를 했다. ‘주원아, 나는 어때? 나도 귀찮아?’하며 주원이에게 감정을 받았다. 주원이는 예상대로 젊은 여자만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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