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얼굴들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희웅 Dec 31. 2023

욕을 하면 안 되는 이유

 아주 어린 나이부터 우리는 욕을 하면 안 된다고 배웠다. 그런데도 우리는 욕을 찰지게 자주 한다. 나의 동료는 접두사나 접미사처럼 욕을 꼭 붙였다. 욕을 하는 경우는 보통 습관적으로, 남들도 해서,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 무시당하지 않으려고, 남을 무시할 때 등이다. 나의 응어리진 감정을 승화시킬 때와 나의 감정을 남에게 알릴 때로 나눌 수 있다. 또한 욕은 고통을 감소시키기도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고통스러울 때 욕을 한다. 마지막으로 욕은 친근감의 표현이기도 한다. 남자인 경우, 욕을 많이 할수록 더 친한 친구가 된다. 곧 70이 되는 선생님과 우연히 선생님의 친구를 길에서 만났다. 선생님은 보자마자 욕을 하기 시작했다. 나이도 지긋하신 선생님 두 분이 거리에서 욕을 섞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은 생경하면서도 짐짓 이해가 갔다.  

    

 어제 나는 오랜만에 고등학교 동창을 만났다. 우리는 선생님들처럼 자연스럽게 욕을 섞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는 그동안 늙은 주제도 모르고, 젊은 시절 속도로 빈 술병을 쌓았다. 술을 마시게 되면 뇌에 알코올 성분이 혈관을 통해서 유입되게 되고, 이를 통해서, 신체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이때 언어와 사고 능력 부근에도 영향을 미치므로, 발음이 꼬이는 현상과 이유 없는 용기가 생겼다. 우리는 어깨동무하며 도로를 좌우로 횡단하며 비틀거리며 걸었다. 담배를 피우는 학생들에게 다가가 훈계도 했다. 철없던 그때로 돌아간 듯 우리는 세상 무서운 것이 없었다. 비틀거리는 몸을 부여잡고, 횡단보도 앞에서 보행자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녹색 보행자 신호가 들어오는 것을 바라보며, 도로로 한 발 내딛는 순간 검은색 차가 지나갔다. 이것은 분명 신호위반이다. 요즘은 우회전할 때도 일시 정지가 기본이지 않은가? 우리는 검은색 차를 바라보며 쌍욕을 하기 시작했다.      

“운전을 똥구녁으로 배웠냐?”

“그렇게 운전하다 인생 종 친다. 내가 골든벨 울려줘?”     


 횡단보도를 지나친 검은 차가 노란불을 밝히며 갑자기 후진했다. 우리 앞에 선 검은 차에는 영화에서나 본 듯한, 실제로 본 적이 없던 큰 덩치들이 4명이나 앉아 있었다. 창문을 내리고 운전하는 그들이 우리의 욕을 들은 것이었다. 그들 중 한 명이 태어나서 처음 듣는 거친 말을 우리에게 했다. 기분이 많이 상한 듯 보였다. 우리는 모르는 척 짐짓 딴짓했다. 그의 거친 언어를 다 적지 못하니 한껏 순화해서 적어본다.

“누가 욕했어?”

“우리는 욕 안 했는데요.”

“욕하는 것을 들었어.”

“아까 욕한 사람은 벌써 건너갔는데요.”

“솔직히 말하면 봐줄 테니까, 누가 욕했어? 거짓말하면 죽여버린다.”


내 옆에 있던 친구가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키며 비굴하게 웃고 있었다.

“아저씨가 욕했어?”

“저 친구도 같이했는데요.”

“욕하지 말라고 학교 다닐 때 안 배웠어? 그것도 다 큰 어른이 길거리에서 욕하면 안 돼.”

“죄송합니다.”     


 우리는 검은 차가 안 보일 때까지 허리를 숙여 곱게 내준 고마움을 표시했다. 고개를 들었을 때 아직도 고개를 숙이고 있는 친구의 뒤통수를 한 대 갈겼다.

“너는 일제 강점기에 태어났으면 친일파였어. 윽박지르는 말 한마디에 다 불어?”

“욕은 네가 먼저 했잖아. 나는 그 이야기를 한 거야.”

“너는 학교 다닐 때도 그랬어. 치사한 친일파 놈.”

“그래도 별일 없이 끝나서 다행이다. 말은 안 했지만 엄청나게 쫄았다.”

“쫄기는, 나는 하나도 안 무서웠어. 나는 당당하게 욕한 놈 건너갔다고 말했잖아. 순발력 죽이지? 남자가 이 정도 배짱은 있어야지.”

“배짱은 얼어 죽을, 이 친구도 같이했는데요. 고자질 안 했냐?”

“우리가 지금 태어나서 다행이다. 일제 강점기 때에 태어났으면 여럿 보내겠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우리 앞으로 욕하지 말자.”

“나는 운전할 때도 욕 안 해. 오늘은 너 만나서 한 거야.”

“그리고 오늘 있었던 일은 비밀이다.”     

"당연히 비밀이지. 한 참 어린애한테 훈계나 듣고,  쪽팔려 죽겠다."

 


욕을 하면 안 되는 이유, 망신당할 수 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크리스마스와 즉석 떡볶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