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과 끝 사이에서
흐린 하늘 아래, 나는 모든 순간의 끝을 그려보았다.
왜 우린 우울할 때마다 모든 것의 마지막을 붙이고 싶은 걸까?
그 끝이 우리를 자유롭게 해주진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우리가 가진 이 삶이 누군가에겐 선물이고 기적일 텐데.
그 기적을 내가 이렇게 헛되이 낭비하고 있다는 걸 느낄 때마다
난 또다시 우울의 심연에 빠지곤 했다.
나 자신을 끝없이 책망했고, 밉다 못해 혐오스러웠다.
그래서 난,
평소 믿지도 않는 신님에게 빌었다.
“신님, 만약 진짜로 계신다면..”
우울이라는 색으로 칠해진 하루,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한 채 멈춰 있는 나를 바라보면서.
하지만 문득,
이 끝조차 끝이 아니란 걸 깨닫는다.
우울 속에서도,
나는 여전히 살아있고,
그 사실이 다시 숨을 옥죄어왔지만
그래도 어쩌리.
희망의 빛은
우리에게 수없이 오고, 또 사라진다.
우리를 수없이 살리기도, 죽이기도 한다.
그럼에도 언젠가 다시 빛을 향해 한걸음 내딛을 수 있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