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 연휴가 시작되었다. 직장인 경우 임시공휴일과 월차휴가를 포함한다면 최장 9일까지 쉴 수 있는 기간이다. 나도 직장인이라면 이 기간을 오롯이 즐길 수 있겠지만, 나는 빈식스커피 브랜드 론칭을 며칠 앞둔 사업가이기에 긴 연휴의 즐거움과 거리가 먼 상황이다.
오늘따라 브랜드 론칭이라는 말이 좀 거창하게 느껴졌지만, 내가 만든 커피를 마실 때 자신감이 느껴진다. ‘도대체 이 자신감은 어디서 오는 걸까?’하고 잠시 생각해 봤지만, 그것 내 몫이 아니라 맛있는 커피가 내게 전해준 선물인 것 같다.
나의 쉼은 중단되었다
사업하는 사람에겐 긴 휴가가 때론 어색할 때가 있다. 사업가들은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보편적으로 자기도 모르게 일중독이 된 사람이 많다. 일과 삶의 균형이 중요한 것도, 잘 쉬는 것도 일이라고 생각하는 나조차 솔직히 일하다 중단하는 것은 잘 안된다.
이번 연휴도 역시 가족들과 잠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내 몸은 어느새 컴퓨터 앞에 앉아서 2월 초에 오픈할 온라인 쇼핑몰을 점검하고 또 점검해 본다. 오타나 버그는 없는지, 디자인 밸런스는 괜찮은 지 천천히 다시 봤다.
그러나 그동안의 점검기간 동안에 무언가가 내 눈을 가렸는지 모르겠지만 어느새 메모장 위에는 수정할 내용이 하나둘씩 다시 쌓여 간다. 그래도 며칠 전보다 수정할 내용이 확연이 줄었기에 나는 만족한다. 아마도 그동안 늘 완벽한 것을 추구하던 삶에서 벗어나서 생긴 자족감인 듯하다.
며칠 전 한쪽 눈의 시야가 흐리게 보여 안과에 다녀왔다. 의사 선생님 말로 검사 결과 아직 큰 이상은 없지만 노안이 시작된 나이인 만큼 컴퓨터나 스마트폰의 사용 시간을 확연히 줄이면서 눈을 보호해 주라고 한다. 안과의사답게 100% 옳은 말씀이다.
하지만 나는 눈을 감고 일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 그래서 대안으로 한 시간마다 타이머를 맞추고 10분 정도 쉬며 스트레칭을 하는 규칙성을 가져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학창 시절 수업 끝나는 종소리에 운동장으로 뛰어 나가던 그때의 몸처럼 다시 내 몸이 잘 반응할지 모르겠다.
아내가 저 멀리서 나를 불렀다. 타이머가 울렸다고. 역시 요즘 내 몸은 일하는 것에만 잘 반응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