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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가지 커피 맛의 비밀

너무 인간 같은 AI

by 마님의 남편


커피 사업을 준비하면서 참 많은 양의 커피를 마신 것 같다. 어떤 날은 시음한 양이 많아서 식사하는 것도 거르기 일 수였으니까. 그동안 마신 커피로 위장이 망가지지 않은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참 감사한 일이다.


나는 성격 상 많은 분야에서 완벽함을 추구한다. 하지만 커피만큼은 완벽한 레시피를 찾기가 어려웠다. 아니, 그것을 찾을 수 있다는 교만부터 버려야 했다.


애초부터 커피가 기호식품인 이유도 있겠지만, 전 세계에 분포된 커피 산지마다 생산되는 생두의 특징이 다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생두를 로스팅하는 방법이나 원두 분쇄 타입, 그리고 커피 드립 방법 등 다양한 경우의 수를 곱하게 되면 정말로 수많은 커피 레시피가 나올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애초부터 빈식스커피 레시피를 대중들의 평균 선호도를 조사하여 개발했다. 커피를 정말 사랑하는 특별한 소수의 사람들도 존중하지만, 그들은 저마다 개성이 다르기 때문에 사업적으로 그분들을 상대하는 것보다 일상에서 커피를 즐기는 대중과 소통하는 길을 택했다.



사람의 입맛은 모두 다르다


물론 이 타켓군에 속한 사람들도 각자의 취향은 다르다. 그래서 이 부분은 구글 AI 제미니를 전문 연구원으로 무상 채용하여 통계학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택했고, 그것을 브랜딩과 마케팅에 적용하기로 했다.


인공지능과 나름 심도 있는 대화를 주고받던 어느 날, 대중을 위한 커피 맛은 산미를 기준으로 크게 6종으로 분류하면 될 것 같은 데이터가 눈에 들어왔다.


내가 분석한 데이터에 따르면 한국인은 평균 이상의 사람들이 산미를 싫어하는 것 같다. (분석 데이터 기준-59%) 그 옛날 식사 후 숭늉을 마시던 식문화가 있어서 그런지 산미가 없는 구수한 커피를 좋아한다.


그렇다고, 산미를 아주 싫어하는 사람이 많은 것도 아니었다. 약한 산미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비율도 나름 의미 있는 수치가 나타났다. (분석 데이터 기준-32%)


분석 결과 중 나머지 그룹에 속하는 사람들 약 9% 정도가 되는데, 그들은 그 어떤 커피도 무난하다고 생각하거나 자신에게 맛있는 커피를 아직 못 찾은 그룹 같았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산미의 유무를 기준으로 커피 취향을 두 그룹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 산미는 커피의 신맛으로 이해하면 되는데, 산미가 강할수록 시큼한 맛이 나고, 반면에 약하면 커피의 바디감을 선명하게 느낄 수 있다.


20여 년 전 커피에 처음 입문한 나조차도 산미가 느껴지는 커피를 처음 접했을 때는 ‘뭐 이런 못 먹을 맛이 다 있지?’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사람의 입맛은 세월처럼 변하는 것인지 이제는 다양한 산미의 커피도 잘 즐길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


물론 이것은 AI기반으로 분석한 데이터다. 내가 많은 조사 비용을 들여 표본집단을 활용한 조사를 했다면 표본오차를 줄이고 신빙성은 더 높을 수도 있겠지만, 과거부터 지금까지 축적해 온 빅데이터 분석을 이용하는 것도 지출을 줄이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난 이렇게 AI로 데이터를 분석하여 빈식스커피의 6종 레시피를 만들었다. 그중 3가지는 스페셜티커피 블렌딩이고, 나머지 3가지는 프리미엄커피 블렌딩이다. 이 커피는 산미가 없는 2가지와 약한 산미, 밝은 산미, 고급진 산미, 그리고 디카페인커피로 구성되어 있다.



빈식스드립백6종.png 빈식스커피 6종을 컬러로 분류해 봤다. 다크마일드, 마일드스페셜, 시그니처, 브라이트, 로얄로스트, 프리미엄 디카페인



6가지 특징을 가진 블렌딩 레시피는 향후 수급과 관리 면에서 애로사항이 좀 있을 수 있지만, 이런 불편함은 맛있게 드실 빈식스커피 고객들을 생각하면 내가 겪어야 하는 작은 불편함일 뿐이다.


섬세한 레시피를 완성하여 표본 집단과 함께 시음을 해 봤는데 맛과 평가가 매우 만족스러웠다. 나의 엄격한 테스트 기준의 협조해 주신 로스팅 협력사 임직원들의 소중한 도움이 없었다면 이 커피들의 탄생은 없었을 것이다. 역시 큰 비즈니스가 되는 것은 절대로 혼자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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