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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어도 맛있는 커피

내 인생에서 식어 있는 것들은 무엇일까?

by 마님의 남편


이른 아침부터 뜨겁게 내린 커피 한 잔, 그 향긋한 풍미는 오늘도 기분 좋은 하루를 시작하도록 활력을 선물한다.


하지만 업무 준비에 분주한 내 곁에서 커피는 어느새 식어 버린다. 따뜻했던 커피가 식어버린 모습을 바라보며, 지금 내 인생에서 식어 있는 것들은 무엇인지 잠시 생각해 본다.


한 때 열정을 다했던 일들 중에 지금 어떤 이유나 핑계 뒤에 숨어 있지는 않은지, 그것들은 왜 지금 식어 있는지... 그 이유도 잠시 생각해봤다.


사실 '무언가 식었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부정적인 느낌을 주는 표현 같다. 만약 이것이 연인이나 부부간의 문제라면 이는 정말로 심각한 일이고, 어떤 이가 회사의 업무에 열정이 식었다면 이 또한 조만간 문제가 될 거다.


이처럼 어떤 부정적인 이슈가 식었음을 경험하게 하는 것은 좋지 않겠지만, 때로는 그 식음현상으로 인해 자신이 처한 지금 상황을 객관적으로 되돌아볼 수 있게 한다면, 그건 좋은 거 아닐까?






빈식스커피 레시피를 개발하면서 특히 중점에 둔 부분이 있었다. 바로 ‘식어도 맛있는 커피’를 만들고 싶었다.


사실 맛있는 커피를 연구하는 사람들도 식어도 맛있는 커피까지는 연구하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나조차도 굳이 그런 것까지 연구개발해야 하냐는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리서치 과정에서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식어도 맛있는 커피를 원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나는 그 문제점을 해결하고 싶었다.


식어도 맛있는 커피의 비밀

그러나 생각과 달리 식어도 맛있는 커피를 만든 다는 것은 이론적으로 쉽지 않았다. 하지만 맛있는 커피를 위한 끊임없는 연구와 노력에 비례한 결과는 다행히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식어도 맛있는 커피의 비밀을 간단히 글로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모든 커피 맛은 기본적으로 생두가 좌우한다. 어떤 요리에서도 마찬가지겠지만 재료는 무조건 신선해야 한다. 그렇기에 커피도 원재료인 생두부터 꼼꼼하게 잘 선택해야 하는데, 이때 생두의 특성을 레시피에 따라 블렌딩을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다음 과정으로는 생두들을 레시피에 맞는 적정 온도로 로스팅해야 한다. 그래야 커피가 보다 풍부한 향미와 부드러운 맛을 지니게 되고, 이런 과정의 결과를 통해 각 커피의 특성에 따른 과일향, 꽃향 등의 섬세한 풍미와 더불어 균형 잡힌 맛을 느낄 수 있다.


이제 마지막 단계로 로스팅된 원두를 분쇄하여 커피를 추출하면 끝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커피는 뜨겁게 마셔도, 차갑게 마셔도, 식어도 맛있다.


사실, 지금 언급한 과정은 일반적인 원두커피 추출과정과 똑같다. 그러나 커피 맛은 정말 다르다. 이건 레시피를 글로 다 설명하지 않고 큰 흐름만 말했기 때문이다.


아무튼, 식어도 맛있는 커피를 글로 다 표현할 수 없다. 표현을 한다고 한들 세상의 그 어떤 미사여구도 그것을 한 번 먹어 보는 것만 못하다. 그것을 먹어봐야 잘 표현할 것 아닌가!






사람마다 커피를 마시는 스타일이 다르다. 어떤 사람은 커피를 식기 전에 다 마시는 사람도 있겠지만, 내 경우 일하다 보면 커피가 식는 상황은 다반사다.


커피 사업 준비 이전에 마셨던 커피들은 대부분 식었을 때 텁텁함을 주기도 하고, 맛없는 씁쓸함도 주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이런 맛을 느끼지 않으려면 내가 커피의 적정 온도를 유지하면서 마시면 되겠지만, 일에 집중하다 그 순간을 놓치는 것 어쩔 수가 없는 듯하다. 얼음이 들어 있는 아이스커피도 마찬가지다. 시간에 따른 얼음이 녹아 커피의 농도가 묽어지니 맛이 덜한 것은 당연한 거다.


그렇다 보니 커피가 뜨겁든 차갑든 적정 온도를 유지한 채 빨리 마시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은 부인하지 않는다. 하지만, 커피는 목이 말라서 벌컥벌컥 들이마시는 물이나 술과는 다른 사회, 문화적 특성이 있다. 물론 그렇게 마시면 안 된다는 말은 아니고, 뭐든 그것을 마시는 사람의 선택이다.



커피 타임

그 옛날 우리 조상들도 사람들이 모여 차(茶)와 다과를 즐기는 사교시간이 있었듯이, 커피가 발달한 서구권에서도 커피하우스 같은 곳에서 사람들은 커피 타임을 즐겼다.



빈식스커피 중에 다크마일드는 벨기에 다크초콜릿과 구수한 숭늉 맛을 즐길 수 있다.



티 타임이든, 커피 타임이든 이런 시간에는 목적이 어떻든 간에 사람들이 특정인과 대면하여 대화를 나눈다. 때문에 커피와 차는 사람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조연으로 자리 잡게 된다. 어쩌면 커피는 식품이 아닌 물리적인 다리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가교의 역할을 하니까.


아무튼, 좋은 사람들과 함께 즐기는 커피 한 잔은 원두 레시피가 무엇이든 간에 커피는 식어도 맛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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