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가정에서 요리 잘해 주는 남편이 좋은가? 아니면 설거지 잘해 주는 남편이 더 좋은가? 나는 이 질문을 아내에게도 물어봤다.
“나는 돈 많이 벌어 오는 남편이 좋아요. 호호호.”
아내에게 이런 답이 나올 걸 뻔히 알면서 괜히 물어봤다는 뒤늦은 후회를 한다. 참고로 내 아내는 모든 표현이 완전 다큐멘터리 스타일이다. 그녀의 말에는 은유법이나 비유법 따위는 없다. 그래서 내가 어떤 질문을 하든지 거짓 없는 속마음을 그대로 말해 준다. 이것은 아내의 정말 좋은 장점이기도 하지만, 아주 가끔은 서운할 때도 있다.
‘돈 많이 벌어 오는 남편’은 어쩌면 대부분의 아내가 원하는 진짜 마음일 수 있다. 물론, 먹고 살만큼 적당하게 벌어 와도 된다고 말하는 아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돈을 적당하게 버는 것의 기준이 워낙 주관적이기 때문에 결국 돈 많이 벌어 오라는 말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된다.
요즘은 많은 부부들이 맞벌이를 하는 시대로 변했다. 과거의 여성들은 대부분 결혼하면 전업주부의 삶을 살았다. 그녀들은 남편이 벌어 온 돈으로 살림을 꾸리고, 저축하고, 자녀를 키우며 살았다. 그나마 옛날에는 물가라도 저렴했기에 그나마 적은 수입에도 가정생활이 유지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집 값은 물론이고 생필품 등 사회 전반의 인플레이션 때문에 돈의 가치가 많이 낮아졌다. 게다가 사람들의 가정 소득은 거의 한정된 상태이지만, 지출되는 돈은 계속 늘어 간다. 그래서 사람들이 더 열심히 돈 벌려는 것 같다.
결혼에서 돈이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될까? 나는 현실적으로 생각했을 때 99%라고 생각한다. 행복한 연애가 시작되면 당신은 그 사람과 함께할 미래에 대해 상상을 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알콩달콩 같이 살 그림 같은 집을 구입하고, 인테리어 전문가를 섭외해 공사도 해 본다. 그리고 집안 곳곳마다 채워야 하는 예쁜 가구들과 가전제품 쇼핑을 하느라 마음은 너무 즐겁다.
그러나 당신의 아름다운 이 상상이 현실이 되려면, 돈이 필요하다. 당신이 신혼집을 월세로 살 계획이 아닌 이상 집을 장만하는데도 큰돈이 필요하다. 하필이면 내가 집을 사려고 할 때 이놈의 부동산 가격은 왜 2배씩이나 폭등하는 것인지, 구입하려고 염두에 둔 명품 가방조차 내가 사려고 하면 어김없이 가격 인상이 되어 버린다. 당신은 이런 상황을 겪게 되면 그저 짜증과 한 숨만 푹푹 나오기만 할 것이다.
주변 어른들 말씀으로는 지금이 이, 삼십 년 전보다 결혼할 때 훨씬 더 많은 돈이 필요하고 한다. 맞는 말씀이다. 이는 경제발전으로 인해 생활환경이 더 좋게 변했기 때문이다. 아파트 같은 주거 환경은 물론, TV나 냉장고 같은 생활가전제품도 디자인과 기능이 월등히 좋아졌다. 이는 기업이 소비자의 욕구를 잘 반영하여 제품을 개발하고, 계속해서 신제품을 출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풍요로운 물질들이 결혼한 사람들에게 환경적인 풍요로움을 제공해 주는데 비해, 이혼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통계청 자료를 찾아보니 2020년도에 결혼 건 수는 21만 4천 건이고, 이혼한 건 수는 10만 7천 건이다. 약 2대 1의 비율이다. 이것은 두 커플이 결혼할 때 한 커플은 이혼한다는 말이다. 요즘엔 우리 주변에 이혼한 사람을 쉽게 찾을 수 있을 정도로 이혼한 사람들이 정말 많아진 것 같다.
세상은 이토록 풍요로워지고, 편해지는데 왜 이혼율은 높아 가는 것일까? 혹시 돈 문제 때문일까? 아니면 성격이나 혹은 성적인 문제일까? 나는 모든 부부들의 이혼 사유를 알 수 없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혼을 결정하는 순간 두 사람의 사랑은 완전히 깨졌다는 것이다.
부모님 세대의 결혼은 돈보다 사랑이 먼저인 세상을 사셨다고 한다. 어르신들의 신혼 이야기를 들어보면 십중팔구는 ‘단칸방’ 스토리가 들어 있다. 이 단칸방을 요즘 방식으로 말하면, 바로 원룸이다. 6.25 전쟁 후 우리나라가 전쟁 피해를 복구하던 시절에는 대부분의 국민들이 가난했다. 그래서 결혼의 첫출발을 남의 집에 있는 단칸방에서 시작한 경우가 많았다. 비록 그 단칸방이 남들의 눈에는 초라해 보였을 수 있겠지만, 그 안에서 사는 부부에게는 보금자리였고, 사랑이 넘치는 공간이었다.
요즘에 대출을 받고서 집을 장만하려는 젊은 세대 사람들에게 결혼생활의 시작을 작은 단칸방에서 시작해 보라고 권한다면, 아마도 그들은 대부분 정중히(?) 사양할 것이다. 심지어 단칸방을 경험했던 부모들조차 자신의 자녀들에게는 같은 경험을 권해 주지 않을 것이다. 그 이유는 단칸방의 환경이 좋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는 서울의 한 옥탑방에서 3년 동안 살았던 적이 있다. 그 당시 내 삶에 찾아온 갑작스러운 재난과 고난 때문에 이사하게 되어 살게 된 곳이다. 몇 년이 지난 지금도 그 좁은 옥탑방에 누웠던 첫날밤의 기억이 생생하다. 그동안 살았던 넓고 좋은 집과 정반대였으니 굳이 옥탑방의 환경을 별도로 설명하지 않아도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옥탑방에서 사는 동안 우연히 지금의 아내를 알게 되었고 연애를 시작했다. 당시 그녀는 내가 처한 어려움과 경제적 문제는 시간과 노력이 동반되면 반드시 극복할 수 있다고 격려해 주었다. 그리고 우리가 서로 사랑하니까 환경이 불편하고, 경제적으로 풍요롭지 않더라도 그냥 결혼해서 재미있게 살자고 나를 수시로 설득했다. 이렇게 나는 아내에게 가스라이팅을 당해 결혼한 것 같다.
아무튼, 정신 차리고 다시 생각해봐도 아내는 참 좋은 여자이다. 내 아내가 선택한 것이 옥탑방에서 사는 처량한 사람이 아닌 사랑을 선택했기에 우리의 결혼은 가능했다. 그래서 우리 앞에 존재한 현실적인 모든 장애물들을 모두 건너뛸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매우 행복하다.
사실 이 글의 서두에 ‘내 아내가 돈 많이 벌어 오는 남편이 좋다.’고 한 말은 아내가 사용하는 스타일의 말이 아니다. 내가 이 주제로 글을 쓰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저 농담으로 답변해 준 것이다. 내 아내는 결혼생활에서 돈보다 사랑을 더 중요시하는 사람이다. 물론 그녀가 돈을 싫어한다는 말이 아니다. 아내도 돈 모으는 재미를 잘 알고 있으며, 돈으로 어려운 이웃을 돕는 등 가치 있게 잘 쓰고 있다.
나는 문득, 당신이 만족하는 결혼생활의 기준을 알고 싶다. 예상하건 데 당연히 경제적으로 풍요롭고 여유 있게 살고 싶을 것이다. 그렇다면 분명히 많은 돈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돈은 당신에게 경제적 여유를 만들어 주고, 당신이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게 만드는 자유도 줄 것이다. 당신이 좋아하는 레저 스포츠와 세계 여행도 원하는 때에 마음 것 갈 수 있게 할 것이다. 또한 사고 싶은 것도 다 살 수 있게 만들어 줄 것이다. 분명 이처럼 돈이 많으면 그 장점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러나 돈이 아무리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어도, 결혼생활은 사랑이 먼저여야 한다. 당신은 이 말을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 인지를 밝히려는 논리적 행위로 받아 드리면 안 된다. 옛말에도 사람 낳고 돈 났지, 돈 낳고 사람 났다고 말하지 않았는가? 이처럼 우리 조상들도 돈보다 사람이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돈은 기본적으로 사람의 생계의 필요를 위해서 버는 것이다. 그러나 이 돈의 또 다른 역할은 당신이 받은 사랑을 눈에 보일 수 있도록 표현하는데 사용하는 것이다. 당신이 남편이나 아내를 많이 사랑해 줄수록 그는 당신에게 해 주고 싶은 게 더 많아지고, 돈을 더 많이 벌고 싶은 동기부여도 가지게 된다.
당신은 결혼생활에서 그저 돈보다 남편과 아내를 제일 중요하게 대해 주기만 하면 된다. 당신의 진정성이 담긴 사랑은 상대방에게 감동을 줄 것이고, 당신을 위한 특급 레시피를 찾아 요리도 하고, 당신이 요즘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갖고 싶어 하는지, 어디로 여행을 가고 싶어 하는지 등 당신을 위한 모든 것에 깊은 관심을 두게 될 것이다.
모든 인간은 돈을 좋아한다. 나도 그렇고, 당신도 그렇다. 그러나 작가 조나단 스위프트(Jonathan Swift)의 명언처럼 “돈은 머리에 넣고 다니고, 절대로 가슴에 품지 말자.” 당신의 가슴에는 오직 사랑하는 그 사람만 있으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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